“배아줄기세포 연구, 섣부른 기대감은 금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노재경 위원장

“황우석 사건 이후 중단된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가 다시 시작된다고 해도 2~3년

안에 하반신 불구 환자가 벌떡 일어서고, 뇌중풍 환자가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식으로

지나친 기대를 품어선 안 된다.”

‘황우석 식’ 인간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나선 차병원에

대해 ‘승인 보류’ 결정을 내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노재경 위원장(연세대세브란스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최근 다시 불붙고 있는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기대를 경계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월5일 심의위가 차병원의 연구계획에 대해 승인 보류 결정을

내린 이후 노 위원장의 이메일에는 수많은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들로부터

“이번 연구를 꼭 승인해 달라”는 요구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태 이후 3년 만에 줄기세포 연구가 재개될 조짐에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노

위원장을 만나 보았다.

문. 심의위원회가 승인 보류 결정을 내렸지만 차병원이 연구 계획을 보완해

2~3개월 뒤 제출하면 연구는 재기될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러한 예상에

대한 심의위의 입장은?

답. 심의 규정에 맞도록 보완된 연구계획을 차병원이 제출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는 세계적 추세다. 그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현 단계는 질병 치료에 적용될 만큼 기술력이 확보돼 있는 상태는

아니다. 지나친 기대감은 연구에 방해만 될 뿐이다.

문.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는 아직 2005년 황우석 사건의 잔재가 남아 있다.

황우석 방식의 체세포 배아복제 연구에서 논란이 됐던 윤리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답. 차병원의 체세포복제연구 계획은 황우석 박사가 연구하던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황우석 박사는 세계 최초로 체세포핵이식 기술을 이용한 인간복제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만들어 냈다고 2004년 ‘사이언스’ 지에 발표했다. 하지만 체세포복제기술이 아닌

처녀생식을 통한 줄기세포임이 드러났다. 체세포핵이식 기술에 의한 인간복제배아줄기세포가

존재한 것은 아니다.

황우석 사건 당시 난자 매매가 불법적으로 이뤄졌고, 경위를 알 수 없는 난자,

연구원 난자가 사용됐다는 점에서 감시가 소홀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차병원의 연구과제에서 난자 사용에 제한을 둔 것도 이런 차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연구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는 감시가 중요하다. 2005년

1월부터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감시와 규제가 가능해졌다.

문. 차병원이 연구계획에 승인을 받는다면, 어떻게 감시 감독할 계획인가.

답. 객관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심의위가 연구를 일일이 지켜볼

수는 없으므로, 병원 내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차병원의

연구를 승인할 경우, 차병원의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외부 전문가 및 윤리 전문가가

반드시 참석하도록 할 계획이다.

IRB는 병원에서 진행되는 연구가 윤리 규정을 지키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과거 줄기세포 연구에서 IRB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줄기세포 연구기관에

IRB가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연구에 대한 객관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문. 차병원 외에 다른 연구기관도 연구계획 승인을 신청했나?

답. 체세포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황우석 박사가 2007년 심의위에 연구계획을

제출한 뒤 차병원이 처음이다. 다른 줄기세포 관련 연구계획 승인요청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문. 연구 재개가 승인된다 하더라도 연구에 사용할 난자가 없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답. 어떤 난자를, 어떻게, 얼마나 사용할 것인지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기도 하다. 난자 공여자가 충분한 지식 없이 실험 대상으로

난자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도 심의위의 역할 중 하나다.

심의위가 지적했듯 차병원은 2005년 발효된 생명윤리법에 따라 난자 공여자로부터

재동의를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동의 과정 없이 연구가 이뤄지면 반드시 윤리적

문제가 불거지게 돼 있다. 윤리적 문제가 있는 만큼 최소한의 난자를 사용하면서

과학 발전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 미국 오바마 정부가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영국에서도 관련

연구가 2건이나 진행 중이다. 한국의 연구가 뒤쳐지고 있지는 않은가.

답. 연구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생명윤리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미국이 줄기세포

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했지만, 경제 위기 때문에 살짝 뒷전에 밀려있는

편이다. 차병원이 연구계획서를 얼마나 잘 보완해 제출할 것인지 위원회도 기대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체세포 배아복제 연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다면 당연히 기쁜

일이 아닌가. 하지만 생명윤리와 관련된 사안이기에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

    정은지 기자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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