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DA, 중국산 의약품 수입기준 강화

약품에서의 ‘멜라민 파동’ 미리 막기 위해

지난해 멜라민 파동으로 중국산 식품이 세계인을 공포에 빠뜨린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유사한 사태가 의약품 분야에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입 의약품에 대한 검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 의학웹진 헬스데이(HealthDay)와 미국 제약기술지(Phamaceatical Technology

Magazine) 4일자에 따르면 FDA는 최근 의약품 원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헤파린과

글리세린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FDA의 새 기준은 미국약전(USP·United States Pharmacopeia) 대표자 회의에서

마련됐다. USP는 미국에서 제조하거나 판매되는 전문 약품과 일반 약품, 건강 관리

제품에 관해 공공 기준을 정하는 비영리 건강 단체이다.

FDA는 USP에게 글리셀린에 관한 기준을 개선함으로써 에틸렌 글리콜이나 디에칠

글리콜 같은 공업용 물질이 글리셀린에 혼합될 수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USP

과학담당 수석임원 다렐 아버네다이 박사는 설명했다.

아버네다이 박사는 글리셀린으로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자는 종전에는 제품검사만

부분적으로 하면 됐으나 5월부터는 새로운 기준에 따라 제조업자의 공장에 들어오는

모든 글리세린을 검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8월부터는 헤파린 제조업자나 수입업자는 미국에서 판매하기에 앞서 제품을 새로운

기준에 따라 검사해야 한다. 새로운 기준은 특정한 화학성분이 헤파린에 포함됐는지

등을 검사하도록 하고 있다.

헤파린은 혈액 응고를 막는 성질을 갖고 있어 수술 뒤 혈전을 막기 위해 주로

주사제 형태로 널리 쓰이는 의약품이다.

미국에서는 2007년 11월 중국에서 수입된 불량 헤파린 주사제를 투여 받은 신장투석

환자 중 약 200여 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에게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중국산 불량 헤파린 항혈전제에서 이물질 형태로 발견된 성분은 분석 결과

다황산화 콘드로이틴 황산으로 밝혀졌다. 이 성분은 헤파린 활성 기전과 매우 비슷하도록

교묘하게 가공되었으며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원료에서 화학적으로 추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글리세린은 무색무취의 투명한 점성 액체로 주로 치약이나 화장품, 과자, 빙과류,

팬케이크 시럽 등 주로 달콤한 맛을 내는 식품에 사용된다. 글리세린은 공업용의

경우 독성을 갖고 있는 에틸렌 글리콜과 디에칠 글리콜 두 형태가 있다.

부동액으로 사용되는 에틸렌 글리콜은 글리세린의 값싼 형태로, 1937년 액체 항생제로

사용돼 107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바 있다.

최근 중국에서 미국, 파나마로 수출된 치약에 에틸렌 그리콜과 디에칠 글리콜이

발견되기도 했다. 작년 11월 이들 성분이 들어간 중국산 치약으로 34명의 나이지리아

어린이가 사망했다.

미국의 FDA가 중국산 불량 의약품 수입에 제동을 걸고 있는 반면,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 현재 42개의 다국적 제약회사가 진출해 있는 한국에는 2004년까지만 해도

15개 사가 국내 공장을 설립해 자체 생산했지만 현재는 한국MSD, 한국얀센, 바이엘쉐링,

오츠카 등 4개사 만이 한국 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회사들은 대부분 중국 등에서 완제품을 생산, 한국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중국산 불량 의약품 파동의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3월18일엔 중국산 불량 헤파린 나트륨 주사제 2종이 판매되려는

시점에서 식약청 단속에 걸렸다. 식약청은 당시 “2004년 이후 헤파린 투여에 따른

부작용 보고는 단 한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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