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 하면 설날 가족다툼 일어난다

“취직도 못하니” “혼기 지났어” 등 이제 그만

설날 가족모임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명절 모임 때면 항상 자존심을 건드리는

진학, 취업, 결혼 얘기 등에 시달려온 사람들이다. 꽁꽁 얼어붙은 경제 한파 탓에

어려운 사람이 더욱 많은 올해 가족모임은 더욱 민감해지기 쉽다.

중앙대병원 정신과 이영식 교수는 “설 명절이 끝나면 화병으로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 난다”며 “술을 마시면서 말하다 보면 응어리졌던 감정이 터져나오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상처가 될 말 또는 화를 부추기는 말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정신과 박용천 교수도 “친척들과 만나는 명절은 즐거워야지

고통스러워선 안 된다”며 “욱하거나 삐치는 감정을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설날 스트레스 수치를 높이는 발언과 대처 방법을 상황 별로 알아본다

 

▽우울한 주머니 사정과 세뱃돈 스트레스

인천 부평구에 사는 이현운(가명, 47) 씨는 설을 앞두고 자녀들과 조카들 11명에게

줄 세뱃돈과 부모님 용돈이 걱정이다. 2개월 전 해고된 그는 아직 다른 직장을 찾지

못했다.

“조카들 세뱃돈도 줘야 하는데, 녀석들 손에 지폐 몇 장씩 쥐어주려면 휴~. 설

인사가 부담스럽네요.”

박용천 교수는 이런 경우에 대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세뱃돈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며 “눈치 보지 말고 형편에 맞춰 주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세뱃돈 주기가 여의치 않다면 정성이 담긴 선물을 대신 주는 것도 방법이다. 또

“올해는 미안하다. 내년에 많이 줄께”라고 운을 떼면서 덕담을 적은 엽서나 편지를

주는 것으로 불황기 세뱃돈을 대신할 수도 있다.

△피해야 할 말: “세뱃돈 받을 나이 지났다” 등

 

▽실직자 있을 땐 미리 알아두면 유리

부산의 직장인 강성희(29세)씨는 작년 설만 생각하면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얄밉다.

직장에서 해고돼 백수 상태였던 강 씨는 자신의 처지를 친척에게 알리지 말 것을

가족에게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저녁 식사 뒤 모여 앉은 가운데 근황을 묻는 작은아버지에게 엄마는 “재는

요즘 일 안 하고 놀아요, 답답해 죽겠어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강 씨는 얼어붙었고,

다른 친척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누구는 대기업 들어갔다더라” “승진도 했다던데”라는 말이 이어지는 통에

강 씨는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김원 교수는 “실직했다는 얘기를 다 모인 자리에서 하면

당사자는 곤란할 수밖에 없다”며 “민감한 이야기라 생각되면 둘이 조용히 애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자존심에 불이 붙기 쉽다”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말은 감정을 건드릴 수 있으므로 피하라”고 조언했다.

실직 사실을 모른 채 물어볼 수 있으므로 사전에 다른 사람을 통해 사정을 파악해

놓으면 도움이 된다.

△피해야 할 말: “누구는 승진했다더라” “설 끝나고 연봉협상 해야 돼” “직장

안 다니면 요즘 뭐하냐” 등.

 

▽취직 걱정 해주는 척 나서지 말라

서울 양천구에 사는 정현(26) 씨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4개월 전부터 자격증과

영어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그래서 설날 친척들 만나기도 달갑지 않다. 취직에 대해

물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딱히 대답할 말도 궁한 그는 다 모인

자리를 어떻게든 피해 볼 생각이다.

이영식 교수는 “무심결에 하는 덕담이 아랫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야 할 말들: “실력이 안 되는 거 아니냐” “눈높이를 낮춰라” 등.

 

▽결혼은 언제? 노총각 노처녀 그만 울려라

1월 한달 동안 맞선을 세 번 본 김병준(33세) 씨는 설을 앞두고 부모나 친척의

잔소리에 맞설 각오를 단단히 하는 중이다. 선을 보는데도 왜 성공을 못하느냐는

말이 많을 게 뻔하므로 그는 대답할 말을 궁리 중이다.

노처녀, 노총각들이 명절 때 듣기 싫은 말 1위가 ‘결혼 언제 할 거냐’다. 사정도

모르면서 무작정 결혼하라고 밀어붙이는 말에는 결혼에 대한 의지가 있든 없든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교제하는 사람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 일도 불쾌감을 줄 수 있다.

△피해야 할 말들: 애인에 대한 상세한 질문(직업, 연봉, 종교, 외모, 학벌 등).

“결혼 할 나이가 지났네” “때를 놓치면 만날 사람도 못 만난다더라” 등.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민성길 교수는 “사회라면 갈등을 법으로 풀고, 이익이

걸려 있으면 타협하면 되지만, 가족 사이엔 갈등은 그렇게 풀 수 없다”며 “서로

한 발 물러나지 않으면 감정 폭발이 일어나기 쉬운 게 가족 대화”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원만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독점하지 말 것 △누군가의 아픈 기억을 들추지 말 것 △솔직한

이야기가 오히려 상처를 주거나 상처 받기 쉬움을 이해할 것 △불평이 있으면 유머있게

또는 은유적으로 할 것 △비교하는 말, 감정을 건드리는 말을 삼갈 것 △꾸지람을

했다면 칭찬도 같은 분량으로 할 것 등을 조언했다.

정은지 기자 jej@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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