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절반 일치해도 골수이식 가능

아산병원 발표…‘완전일치 수술’보다 사망률 낮아

백혈병 환자와 골수 기증자 사이에 특정 유전자형이 절반만 일치해도 골수를 이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이규형 교수 팀은 16~69세의 급성 백혈병 환자

25명과 백혈병 전 단계인 골수이형성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 6명을 대상으로 유전자형이

절반 만 일치하는 가족의 골수를 이식한 결과 수술 사망률이 13%에 그쳤다는 결과를

‘미국 골수이식 학회지(Biology of Blood and Marrow Transplantation)’ 1월호에

발표했다고 21일 밝혔다.

유전자형이 모두 일치하는 형제간 골수이식 수술 사망률의 전 세계 평균은 약

20%다.

조혈모 세포 이식은 이식 직전 강력한 항암 치료로 암세포와 정상 조혈모 세포를

모두 파괴한 뒤 건강한 조혈모 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이 주로 이용된다. 이 때 강력한

항암제 때문에 부모로부터 한 가닥의 유전자만 물려 받은 자식은 골수이식을 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이와 반대로 이식 직전 항암제의 양을 줄여 조혈모 세포를 이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혈병의 재발률은 낮게, 환자의 생존율은 높게 나온 것.

이규형 교수는 “요즘은 과거에 쓰던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은 항암제가 나와

50세까지만 쓸 수 있던 약을 65세까지 쓰기도 한다”며 “이 점을 고려해 항암제를

배합하고 시간 간격을 조절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시도와 논문이 처음 있는 것은 아니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는 “7~8년 전에 이탈리아 연구진이 반(半)일치 골수이식을 한 적이 있다”면서

새로운 시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규형 교수 팀의 논문 역시 이식수술 기간을 2004~08년으로 밝혔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기보다는 해외에서 성공한 새 수술법을 꾸준히 적용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알려진 치료법의 결과를 논문에 낸 것”이라며 “의학적 발전은 지속적인

피어 리뷰(동료 의학자 사이의 유효성 검토) 등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치료 방법의 변화로 종전에 불가능했다고 알려져 있던 수술을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계속 치료 결과를 분석, 발표하면서 이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골수 이식 등을 통한 조혈모 세포 이식은 현재까지 백혈병의 완치를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병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급성 백혈병 환자들에겐 유전자가

일치하는 공여자가 있어야만 치료가 가능했었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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