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근 부작용’ 놓고 건대병원 심장 내-외과 대결

내과의 유럽학술지 논문 게재 추진에 송 교수 “안돼”

건국대병원의 흉부외과와 심장내과 사이의 진실게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 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가 2006년 유럽흉부외과학회 학술지에 자신이 개발한

심장 판막 수술법(CARVAR)의 장점을 알리는 논문을 발표했고, 심장내과 한성우 교수

팀은 같은 학술지에 이 수술의 부작용 사례를 보고하는 논문을 제출해 곧 출판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송 교수는 “한 교수의 논문에 문제가 있다”며 게재해선 안 된다는 이메일을

이 학술지에 보내 논문 게재를 중단시켰다.

유럽흉부외과학회는 한성우 교수가 제출한 논문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 논란이 해소될 때까지 논문 게재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유럽흉부외과학회 학술지 편집장인 루드비히 칼 폰 세게서 교수는 13일 코메디닷컴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 학회 차원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 교수 논문이 철회 상태냐 보류 상태냐를 묻는 질문에 그는 “정상적인 출판 절차를

기준으로 볼 때 논문은 철회됐고 보류된 상태이기 때문에 둘 다 맞다”고 알려왔다.

유럽흉부외과학회는 오는 2월19일 관련 위원회를 열어 이 논문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건국대병원 심장내과에 알려왔다.

유럽흉부외과학회가 심장내과의 논문을 게재하기로 결정하면 송 교수 수술법의

부작용을 인정하는 것이 되고, 반대로 게재가 철회되면 심장내과는 도덕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한 교수 팀의 논문은 송명근 교수로부터 심장 판막 수술을 받은 뒤 부작용이 생겨

재수술 등을 받은 환자 사례를 보고한 내용으로, 지난해 10월 유럽흉부외과학회 학술지에

제출됐으며, 논문이 채택돼 정식 출간을 눈앞에 둔 상태였다.

이 논문은 CARVAR 수술을 받은 환자 5명에게서 수술 2~6개월 뒤 부작용 9건이

발견돼 재수술 등을 받았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송 교수는 지난 5일 유럽흉부외과학회에 이메일을 보내 △내가 수술한 환자들에

대한 자료를 아무 권한이 없는 한 교수 팀이 도용해 논문을 작성했으며 △내가 개발한

CARVAR 수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심장내과 교수들이 작성했고 △건국대병원

측에도 내가 문제를 제기해 병원 측이 곧 조사를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게재하면

안 된다고 이의제기를 했다.

송 교수는 9일 코메디닷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한성우 교수가 논문에서

언급한 환자의 치료를 99.99% 흉부외과에서 맡았기 때문에 치료에 관여하지 않은

심장내과가 허락도 없이 논문을 써서 해외 학술지에 낸다는 것은 부정행위, 표절에

해당한다”며 “병원 차원의 조사가 곧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흉부외과 학회로부터 송 교수의 이의 제기 사실을 통보받은 심장내과 팀은

7일 △논문에서 언급한 환자들은 송 교수에 의해 심장 판막 수술을 받은 뒤 심장내과로

옮겨져 치료받은 환자들이므로 ‘자료를 도용해 논문을 작성했다’는 송 교수의 주장은

근거 없으며 △CARVAR 수술법에 대해 아는 것과는 상관없이 환자들에게 혈관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통상적이지 않은 부작용이 관찰돼 수술의 부작용으로 판단했고 △현재까지

병원 측으로부터 해당 논문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어떠한 연락도 받은 바 없어 병원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송 교수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유럽흉부외과학회에 통보했다.

논문을 집필한 심장내과 한성우 교수는 “아무 문제도 없는 연구 논문을 음해하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에서 같은 심장병 환자를 치료하는 의학자들이 이처럼 대립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의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 수술의 부작용을 판정하는

데 있어서 수술법을 아느냐 모르느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제출된 논문이

잘못됐다면 잘못된 부분을 논문으로 반박하면 될 텐데 이상한 이유로 논문 게재를

막는다는 것은 지나치게 감정적 대응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경훈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