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백혈병 내용 엉터리

환우회 “골수이식이 유일 치료인 것처럼 오도”

한때 드라마 속 불치병으로 단골 소재였던 백혈병이 요즘 다시 KBS와 MBC 드라마에

등장했다. 그러나 MBC ‘내 인생의 황금기’는 백혈병 관련 정보를 비교적 충실히

전달하는 반면, KBS1 ‘너는 내 운명’은 잘못된 내용을 묘사해 의료계와 한국백혈병환우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너는 내 운명’에서 여주인공 장새벽(윤아 분)의 골수(조혈모세포)는 백혈병에

걸린 생모, 그리고 시어머니의 골수와 100% 일치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 사이라도 골수가 일치할 확률은 50% 이하이며, 다른 사람과

골수가 일치할 확률은 2만5000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이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생모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중에서도 급성기인 것으로

설정돼 골수이식이 시급하다고 묘사된다.

그러나 영화 ‘러브스토리’(1970년)나 드라마 ‘가을동화’(2000년) 당시만 해도

백혈병은 불치병 또는 난치병이었고, 치료법도 골수이식이 거의 유일했지만, 6년

전 ‘글리벡’이라는 약이 발매된 이후로는 이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처럼 관리해가면서 살 수 있는 만성병으로 바뀌었다는 게 백혈병환우회의

설명이다.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내과 김동욱 교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급성기라 하더라도

‘글리벡’을 써서 경과를 본 다음 골수이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급성기의

골수이식 후 생존율은 10~70%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글리벡’ 복용하면 20년 생존 거뜬

이와 대조적으로 MBC ‘내 인생의 황금기’는 비교적 사실적으로 백혈병을 묘사하고

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금이(이소연 분)는 글리벡을 꾸준히 복용하며

육상부 코치로 일할 만큼 일상에 지장이 없다.

한국계 미국 사관생도로 화제를 모았던 성덕바우만도 1997년 골수이식을 받아야

했지만 금이는 글리벡만으로 충분히 견뎌나갈 수 있게 상황이 바뀐 것이다.

금이가 사랑하는 경우(신성록 분)와의 결혼을 꺼리는 설정도 그럴 듯 하다. 임신

중에 글리벡을 복용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의학 자문을 맡고 있는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은경 교수는 “글리벡에

대한 내성이 생기지만 않는다면 글리벡 복용으로 백혈병 환자의 생존율은 90%로 올라가고

20년 이상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며 “다만 임신 중에 글리벡을 복용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가 있어 임신은 100% 안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내 인생의 황금기’에도 일부 문제가 없지 않았다. 당초 금이는 훈련 도중 시도

때도 없이 글리벡을 복용했지만 전문가의 지적에 따라 하루 1~2회 식사 중에 복용하는 것으로

내용이 수정됐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사무국장은 “과거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주인공과

주인공의 아버지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설정 때문에 ‘백혈병은 유전병’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졌었다”며 “마찬가지로 ‘너는 내 운명’도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으로

백혈병에 대한 오해를 키울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백혈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10년 동안 해 온 일을

‘너는 내 운명’ 같은 인기 드라마는 단 몇 개월 만에 깨뜨릴 수 있다”며 “종영을

앞두고 있지만 만성골수성백혈병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만큼 백혈병 환자와 가족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내용으로 고쳐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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