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의학용어 때문에 “많이 아파”

같은 병도 어려운 말 써야 약 잘 팔려

똑같은

증세라도 ‘만성 속쓰림’이 아니라 ‘위식도역류병’으로 진단받으면 속이 더 쓰리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환자가 어려운 의학용어를 들었을 때 증세를 더 심각하게 느끼고 치료 필요성을

절감한다는 이 연구결과는 왜 제약회사들이 약 설명서에 어려운 의학용어를 즐겨

쓰는지에 대해 실마리를 제공한다.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 연구진은 의학 용어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을 조사했다.

실험대상자에게 모두 16가지 질환에 대해 두 가지 병명을 알려줬다. 8가지는 최근

10년 사이에 등장한 병명의 쌍(예: 발기부전 대 발기 기능장애)이었고, 나머지 8가지는

10년 이상 많이 사용된 병명의 쌍(예: 고혈압 대 높은 혈압)이었다.     

조사대상자들은 10년 이내에 등장한 최신 의학 용어일수록 어려운 병명에 더 확실하게

반응했다. 같은 증세라도 어려운 의학 용어로 말하면 환자들은 더 심각한 희소병으로

받아들였다. 병명에 따라 달라지는 이러한 반응은 향후 치료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10년 이상 오래 사용돼 귀에 익은 병명에 대해서는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결국 의사들이 낯설고 어려운 병명을 쓸수록 환자들은 더욱 위축되면서 ‘진짜 병’에

걸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메러디스 영 박사는 “간단하게 말을 바꾼 것뿐인 데도 인식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의사, 의료 관련 공공기관 등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제약회사들은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위기감을 환자들에게

심어 주기 위해 약 설명서나 포장에 어려운 병명 사용하기를 좋아한다”고 지적했다.

영어권 국가에는 쉬운 영어식 병명이 많다. 땀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증세를 ‘다한증(hyperhidrosis)’

대신 ‘과도한 땀 발산(excessive sweatiness)’으로 표현한다.

이 연구는 ‘공중과학도서관(Public Library of Science)’의 온라인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 12월 호에 게재됐으며, 미국 의학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이 8일 보도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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