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닥터]“태도따라 치료 결과 달라져요”

60년째 대장암 수술 중인 송도병원 김광연 의료원장

식생활 변화로 한국의 대장암 환자는 남녀 구분 없이 매년 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2003~05년 암발생률 통계를 봐도 대장암은 연평균 6.7%씩 늘어나 환자 수에서 위암에

이은 2위까지 올라가 있다.

과거 희귀병에 속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이렇게 기세등등한 대장암과 싸우는 최전선에

서울 송도병원 김광연 의료원장이 있다.

그는 한국의 대장암 관련 ‘간판 의사’다. 1949년 외과의사가 된 이래 연세대의대

교수, 강북삼성병원 병원장 등을 거치며 60년간 대장암 수술을 해왔다. 올해 82세가

됐지만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수술할 정도로 현역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 다리를 개구리 다리로 만들기도 했지만···

김 의료원장은 한국 서양의학 도입사의 산 증인이다.

“우리나라의 외과는 6·25동란을 전후해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전쟁 당시

17개 나라 정도에서 의무대가 들어왔는데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치료법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전쟁 전에는 수액을 꽂을 때도 양 쪽 허벅지에 빨대 같이 생긴 것을

꽂고 환자 보호자가 마사지 해주곤 했죠. 그래서 사람 허벅지가 개구리 뒷다리 마냥

퉁퉁 붓곤 했어요. 전쟁 이후 지금처럼 팔 정맥을 통해 수액을 투여했습니다.”

당시에는 수혈을 할 때도 지금과 달리 직접 사람 대 사람으로 했기 때문에 가끔

혈액을 제공한 사람이 쓰러지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 병원에선 이런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죠. 그래도 당시 의료 기술이나 도구는

형편없었지만, ‘의사가 돈이 많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그런 명예욕이

그립습니다.”   

외과 의사의 ‘소신 치료’는 변하지 않는다

김 원장은 ‘무조건 째고 보는’ 과거와 달리 최근엔 조그만 구멍만 몸에 내고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 등이 개발되는 등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했다.

“시대는 변했지만 외과 의사가 가져야 하는 자세는 변하지 않습니다. 외과 의사는

소신을 가지고 환자를 살린다는 마음으로 수술을 해야 합니다. 겁을 먹는다던지 혹시

모를 위험 때문에 후퇴하는 것은 외과 의사가 피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는 외과 영역이 세분화되면서 의사들이 자기 전문 분야에 대해 깊이 알게 된

장점도 있지만, 워낙 세분화되는 바람에 전문 분야를 벗어나면 진단을 제대로 못하는

사례도 있어 현재 시스템이 꼭 좋다고 말하긴 힘들다고 했다.

“예전 의사 같으면 간단히 고칠 병인데도 전문 분야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엉뚱한

치료를 하고 증상이 심각해진 환자가 가끔 오는데, 그럴 땐 숲을 볼 줄 아는 의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점은 항상 단점과 함께 오는 것 같아요.”

회복의지 꺾지 않는 환자가 치료된다

60년 동안 의사를 하면서 힘들 때도 많았다. 그 중 김 원장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은 ‘사람의 욕심’이란다.

그는 “점쟁이는 아니지만” 60년 동안 수술을 하다 보니 위험한 수술을 해야

한다거나 회복이 힘들다고 통보할 때 가족의 얼굴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나이 든 부모의 말기 암 진단 사실을 통보하면 ‘언제 돌아가실 것 같냐’고

묻는 자식들이 있습니다. ‘재산 때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가슴이 아프죠. 간혹

효도심에서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요즘은 거의 없습니다.”

환자 본인의 자세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는 젊은 시절 세브란스병원에서

여러 번 수술했던 여자 환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있었는데, 난치병이라 수술을 9번이나 했어요. 직장을

조금씩 제거하다가 결국 항문까지 제거했고 환자는 엄청난 고통을 받으면서도 회복의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9년 뒤 그 환자가 한

월간지에 ‘나의 투병기’를 쓰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더라구요. 환자의 회복 의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약력

△1959년 연세대의대 교수 △69년 강북삼성병원 외과부장, 병원장 △88년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현재 서울 송도병원 의료원장, 대한외과학회 평생회원, 대한대장항문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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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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