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 냉각옷’이 심장마비 환자를 살렸다

저체온화 장비로 뇌세포 괴사 등 부작용 막아

심장이

멈춰 버린 심장마비 환자에게 체온을 초고속으로 떨어뜨리는 새로운 ‘냉각 옷’을

입힘으로써 심장마비로 인한 뇌세포 손상 없이 치료 성과를 올린 사례가 보고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뉴 올리언스의 신디아 크로포드(56세)라는 여성 환자는 정기 심장 검진을

받으러 평소 다니던 오쉬너 클리닉에 갔다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쓰러졌다. 그녀의

심장 주치의 폴 맥멀런 박사 등 의료진은 그녀의 가슴에 전기 충격을 가함으로써

심장을 다시 뛰게 했지만, 생명이 경각에 달린 상태였다.

의료진은 마침 이 병원이 도입한 특수 ‘냉각 옷’ 속으로 그녀를 집어넣었다.

이 냉각 옷 장치는 얼음처럼 찬 물을 전신에 뿌려 체온을 섭씨 37도에서 32도로 9분만에

떨어뜨렸다. 이 장비가 없었다면 통상 방법으로 이 정도 체온을 떨어뜨리는 데 1시간30분

정도가 걸렸을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걸렸다면 그녀의 뇌는 손상을 입었겠지만 냉각 옷 장비 덕에 그녀는

뇌세포 손상 없이 정상으로 회복돼 퇴원할 수 있었다. 퇴원 뒤 그녀의 별명은 ‘얼음조각’이

됐다.

오쉬너 병원에선 지난 4월 심장마비를 일으킨 52세 남자 환자가 냉각 옷 장비

덕분에 뇌 손상 등 없이 회생해 현재 문제 없이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케이스도

보고됐다.

이 환자의 아들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의료진은 ‘사망’ 선고를 내렸지만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오셨다”고 말했다.

오쉬너 클리닉이 보유한 냉각 옷은 미 연방 정부로부터 130만 달러의 연구 보조금을

받은 업체에 의해 개발됐으며, 오쉬너 병원은 이 냉각 옷을 이용한 치료 병원으로

선정돼 있다.

심장발작 환자의 몸을 이처럼 급히 저체온 상태로 만드는 것은 심장발작으로 인한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심장발작이 일어나면 심장 세포 또는 뇌세포 등에 충분한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서 일부 세포들이 죽기 시작하는데, 죽는 세포들은 화학 신호를 보내 인근

세포도 죽게 만든다. 그러나 체온을 32도 정도로 급히 낮춰 주면 이러한 세포 괴사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저체온 요법은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이번 치료는 심장마비처럼 몇 초 단위로 상황이

바뀌는 분야에서 처음 그 효과를 입증한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심장 발작 또는 마비에서 저체온 요법은 수술적 요법이 아니면서 일반 병원에서

간단하게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급속 저체온을 통한 치료는 뇌, 척수의 손상 치료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미국심장협회도 저체온 요법을 심장마비 환자 치료에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최근 뉴욕 시는 심장발작 환자를 급속 저체온 시설을 갖춘 병원으로 앰뷸런스가 이송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급속 저체온화를 이용한 심장발작 치료법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일부

학자들은 급속 저체온화가 심장 박동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체액의 손실, 혈압의

저하, 체내 염분의 불균형, 호흡기 문제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치료 결과는 미국 일간지 시애틀 타임즈, 미국 방송 ABC 온라인판 등이 6일

보도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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