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지도] 맞춤의학? 지나친 기대 이르다

유전자-병 관계 모르는 게 더 많아…더많은 유전체 분석돼야

3일 발표된 최초의 ‘한국인 유전체 해독 프로젝트’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인

유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는 대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향후 2~3년 안에 유전체 해독을 통해 가시적으로 의학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이 많았다.

서울대 분자유전학 이병재 교수는 “한국인을 위한 맞춤 의학, 예방의학을 달성하는

데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유전병연구소 박선화 교수 역시

“남이 안 하는 걸 먼저 했고, 이런 시도가 앞으로 유전체 연구에 좀 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100명 정도는 유전체 분석돼야 ‘한국인 표준’

그러나 이번에 가천의대 암당뇨연구원이 김성진 원장 개인의 염기서열을 100%에

가깝게 분석한 것만으로는 ‘한국인 표준’을 마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고려대 박선화 교수는 “최초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인’ 유전체 분석이라기 보다는 ‘한국인 중 한 개인’의 전체 염기서열 분석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이병재 교수 역시 “염기 서열을 해독한

것 정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의 주요 이유는 표본이 적다는 것 때문이다. 박 교수는 “만약 한국인

100명의 염기서열을 해독해 그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더라면 한국인

표준 유전체 프로젝트라고 불러도 무방하겠지만 한 개인의 유전체를 분석한 것을

갖고 ‘한국인 표준’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한 개인의 염기서열 해독 작업은 현재 비용의 문제이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즉, 다른 연구 기관이 하지 않는 투자를 먼저 했다는 의미는 인정되지만,

이번 한국인 유전체 지도 완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방법이나 결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수수께끼처럼 풀리지 않는 유전자와 질병의 관계

현 시점에서 한 사람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것보다는 유전자와 질병

사이의 관련 사항을 더욱 밝히는 것이 맞춤의학과 예방의학에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평가도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성노현 교수는 “유전체 해독이 유전자 연구 및 예방 의학에

전략적 제안이 될 수 있지만, 유전자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맞춤의학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현재 유전자를 응용한 치료가 적용되는 것은 전체 질병의 1%

정도에 불과하다며, ‘2-3년 안에 예방의학과 맞춤의학이 가시적 효과를 거두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앞서간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 조남한 교수는 “질병 발생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적 요인을 더 크게 본다”며 “예컨대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서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이 정상인의 1.5배이지만 비만으로 인한 당뇨 발생 확률은 1.7배라면

어떤 쪽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유전자 분석 통한 질병 예측, 아직 신뢰도 낮아

유전체 분석을 통한 질병 예측 프로그램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것도 문제로

떠오른다. 조 교수는 “프로그램에 따라 조금씩 오차가 다를 수 있지만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현재까지 개발된 질병 예측

프로그램에 입력했을 때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 1.5배’라고 나타난 사람이 10명이

있다면 그 중 2~3명 정도에는 이 1.5배 확률 예측이 맞지만, 나머지 7~8명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고 소개했다.

질병 발생에는 가족력, 환경, 다른 질병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유전자는 그

중 하나의 요인 정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병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다 발병하는

것도 아니고 발병 시기도 다르기 때문에 유전체 분석 등을 질병 치료의 핵심적 지표로

삼는 데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천의대 암당뇨연구원의 이번 한국인 유전체 첫 분석은 유전자 관련 의학 연구의 여러 과제를 가시권에 올려 놓았다는 데서 그 성과가 인정되는

한편, 이번 시도를 바탕으로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어떤 가시적 성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릴 전망이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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