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 뒤 찜질방에서 자면 심장쇼크 위험

근육 녹으면서 칼륨 과다유입으로 심장에 충격

매년 겨울이면 술 마시고 찜질방에서 자다가 급사한 사람들에 대한 뉴스가 가끔

나온다. 그래도 여전히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송년회 등에서 술을 마시고 곧잘 찜질방으로

향한다. 따뜻한 데서 푹 자면 술이 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의학 전문가들은 “큰 일 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왜 그럴까.

술을 마시면 교감신경계의 흥분으로 우리 몸은 맥박 수와 혈압이 올라간다. 이

상태에서 찜질방 등 뜨거운 장소에 있으면 신경계의 반응에 이어 혈관 이완 기능이

떨어지면서 혈압과 맥박에 대한 조절능력은 더욱 떨어진다. 심장에 주어지는 부담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또 술 기운으로 가뜩이나 체내에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뜨거운 찜질방에서

잠 들면 땀까지 흘리게 돼 수분은 더욱 부족해진다.

수분 부족으로 심장은 더 빨리 뛰게 되고 갑작스레 증가한 혈류량 때문에 찜질방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면 일시적인 실신이나 두통 증세가 발생하기도 한다.

과음 뒤 찜질방에서 잠을 자는 것이 진짜 위험한 이유는 ‘회문근 융해증’이란

증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문근 융해증은 근육이 압력이나 화상 등으로

괴사하는 증세를 말한다.

자세 변화 없이 두 시간 이상 딱딱한 곳에 누워 있으면 압력을 받는 근육 부위에

피가 통하지 않고 근육 세포의 괴사를 일으킬 수 있다. 술 취한 상태에서 뜨거운

찜질방에서 자면 자세 변화가 평소처럼 잘 되지 않아 똑 같은 자세로 잠에 드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특히 40도 이상의 온도에서 일정 시간 이상 움직임 없이 누워 있으면 따뜻한 방바닥

등과 접촉하는 근육 부위에 ‘저온 화상’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이 때 압력을

받은 채로 저온 화상을 입은 근육에서 칼륨 성분이 과다하게 녹아 나와 고여 있다가

혈관 안으로 들어갈 때 일어난다.

혈액 속으로 과다하게 갑자기 유입된 칼륨 성분은 심장에 영향을 미쳐 맥박이

고르지 못한 부정맥을 유발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칼륨 성분이 지나치게 많이 심장으로

들어가면 심장 쇼크까지 일어날 수 있다.

공사장 등에서 인부들이 붕괴된 건축물에 깔리는 사고가 났을 때 의료진이 미리

링거 주사를 맞히는 것도, 회문근 융해증으로 인한 심장으로의 칼륨 과다 유입과

그에 따른 심장 쇼크를 막기 위해서다.

이런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아 어렵게 구조해낸 사람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심장쇼크로 사망한 사례 등이 있다. 과음 뒤 찜질방에서 자다가 급사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오범진 교수는 “심장은 원래 추위에 약하고

더위에 강하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길거리 등에서 잠 들면서 생기는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고가 더 많다”면서 “그러나 찜질방 같은 특수한 조건에서는 여름철 과음

때 생기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과음을 하면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찜질방처럼 뜨거운

데서 자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따뜻한 분위기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한국인이지만, 만취 뒤 찜질방

이용은 피하도록 권장되는 이유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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