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존엄사 선고공판 28일

식물인간 모친에 대한 존엄사 허락 여부에 관심

한국 최초의 존엄사 관련 선고공판이 28일 오전 10시 서울서부지법에서는 열린다.

이 재판은 폐암 의심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기관지 내시경을 받다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 모(75세) 할머니에 대해 계속 치료를 할지, 아니면 가족들의

요구대로 치료를 중단하고 존엄사를 인정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날 재판은 존엄사 관련 국내 첫 판결일 뿐 아니라, 환자 본인이 직접 존엄사를

선택한 경우가 아니라 가족이 신청한 존엄사 관련 재판이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김 할머니처럼 환자는 유서 등을 남겨 놓지 않고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고, 의료진이나 가족은 존엄사가 인정되지 않는 국내 법 아래서 치료 가망이

없음에도 무한정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재판 결과는 국내 의료계와

비슷한 처지의 환자 보호자 등으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잔여 생명’이라고 표현되는 회복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이다.

▽잔여 생명

재판부는 이번 공판을 앞두고 지난 10월 8일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으로부터

김 할머니의 회복 가능성에 대한 의견서를 받았다. 두 병원은 모두 “회복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재판의 당사자인 병원은 이에 앞서 회복 가능성이 5% 정도라고 재판부에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회복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감정 결과를 제3자

입장인 두 병원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원고 측(가족)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재판부가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생명권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환자를 계속 치료해도 회복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비교적 쉽게 얻어진 반면, 존엄사를 바란다는 의사표시를 어떠한 형태로도

한 적이 없는 김 할머니의 생명권을 남겨진 가족의 요구에 따라 침해할 수 있느냐

하는 쟁점은 국제적으로도 선례가 없어 결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존엄사 관련 법을 갖고 있는 미국 오레곤 주의 경우 1994년과 1997년 두 차례

주민투표를 통해 ‘품위 있는 죽음에 관한 법’을 만들었다.

이 법이 허용하는 존엄사의 기준은 △본인이 명시적으로 존엄사를 요구하고 △가족이

이를 증언하며 △치료를 해도 6개월 이상 삶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2명 이상 의사의

진단이 있어야 한다는 등이다.

김 할머니의 경우 첫 번째 기준, 즉 본인의 존엄사 요구 부분이 빠져 있는 케이스다.

한 법조인은 “생명권의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간접적 대리위임이 가능한지, 즉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가족의 생명권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이번 판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1월6일 최후 변론에서 재판장은 “현 소송은 법리적인 내용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 역시 중요하다”며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언급했다.

어느 방향으로 결정이 나든, 28일 판결은 향후 존엄사에 대한 국내 기준을 마련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 일지

△2008년 2월 18일: 김 모(75) 할머니, 폐렴 여부 확인 위해 기관지 내시경 검사

중 식물인간 상태에 빠짐

△5월 9일: 가족,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 가처분 신청

△5월 10일: 가족, 존엄사 관련 법이 없는 것은 헌법 위배라는 헌법소원 제기

△6월 2일: 가족, 병원을 상대로 민사소송 제기

△7월 10일: 가족의 연명치료 중지 가처분 신청에 기각 결정

△9월 1일: 민사재판부, 병원 현장 검증

△10월 8일: 재판부,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 환자 신체에 대한 감정을 의뢰

△11월 6일: 공개 변론

△11월 28일: 선고공판 예정

권병준 기자 riwo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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