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이식 통해 에이즈 완치?

면역력 가진 골수 이식 뒤 HIV 없어져

에이즈를 골수이식으로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독일에서 실제

사례로 제기됨에 따라 전세계 에이즈 연구 학계와 환자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일발 빅 뉴스’의 진원지는 베를린의 샤리테 대학병원. 19세기말 로버트 코흐가

전염병에 관한 획기적 연구를 진행했던 바로 그곳이다.

이 병원의 게로 휘터 박사는 에이즈 전문가가 아니지만, 자신이 맡고 있는 환자에

대한 골수이식을 통해 에이즈 바이러스를 이 환자의 몸에서 최소한 지난 600일 동안

‘몰아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휘터 박사의 환자는 베를린 거주 미국인(42세)으로 백혈병 환자이면서 동시에

에이즈 바이러스도 갖고 있었다. 휘터는 이 환자의 백혈병 치료를 위해 골수이식을

진행하면서, 에이즈 면역력을 갖고 있는 기증자로부터 골수를 기증받았다.

골수이식 전에 백혈병-에이즈 환자는 강도 높은 방사선-약물 치료를 받았다. 골수이식에

대한 환자 면역세포의 저항을 막기 위해 환자의 골수세포와 면역세포를 죽이는 교과서적

과정이다. 이 과정이 환자의 에이즈 바이러스(HIV)를 죽이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치료 2년 가깝게 HIV 바이러스 “제로”

골수이식과 함께 휘터는 환자에게 에이즈 약을 끊도록 지시했다. 에이즈 약 때문에

이식된 골수가 환자의 몸 안에서 살아날 확률이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식된 골수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의료진은 에이즈 약을 다시 복용시킬 계획이었다.

에이즈 환자가 에이즈 약 복용을 중단하면 며칠 내로 에이즈 바이러스가 늘어나면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다시 에이즈 약을 복용시키기 위해 환자의 HIV 바이러스 상태를 점검하던 휘터

박사 팀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골수이식 뒤 600일이 지나도록 HIV 바이러스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HIV가 주로 숨어 있는 뇌와 직장 조직에도 HIV는 없었다.

거의 2년이 지나도록 에이즈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이 환자는 사실상

에이즈가 ‘완치’됐다고 볼 만한 상황이 된 것이다.

휘터 박사는 이 사례를 올해 초 개최된 레트로바이러스와 기회감염 학회(Conference

on Retroviruses and Opportunistic Infections)에서 발표됐다. 이어 지난 9월 비영리

에이즈 연구 재단 amFAR은 이 사례에 대한 전문가 모임을 소집함으로써 큰 관심을

표시했다.

노벨상 수상자 “유전공학적 치료법 이론적으로 증명”

휘터 박사 사례에 대해 많은 에이즈 전문가들이 “아직 환자 몸 어딘가에는 HIV

바이러스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힌 반면, 종양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바 있는 데이비드 볼티모어 박사는 “내가 개발 중인 에이즈 치료법의

적합성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볼티모어 박사는 동료 어빈 첸 박사(UCL대학 연구원)와 유전공학을 이용한 에이즈

치료법을 개발 중이며, 관련 회사도 설립했다.

현재의 에이즈 약은 CCR5라 불리는 분자가 인체 세포에 나타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HIV 바이러스의 활동을 차단한다. CCR5는 HIV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로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6년에 남성 동성연애자들 중 극히 일부는 무분별한 성행위에도 불구하고

에이즈에 걸리지 않으며, 이들은 CCR5가 인체 세포에 생기지 않도록 하는 돌연변이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에이즈 면역성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줄 수만 있다면…

그 뒤 연구를 통해 유럽인의 약 1%가 이런 돌연변이이며, 아시아-아프리카-남미

사람에게는 이런 돌연변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휘터 박사는 자신의 환자에게 골수이식을 하면서 양친으로부터 모두 이 CCR5 차단

돌연변이를 물려받은 골수 기증자를 찾아내 골수이식을 진행했다.

볼티모어 박사는 에이즈 환자의 세포를 꺼내 이를 유전공학적으로 CCR5에 대한

돌연변이를 가지도록 바꾼 뒤 다시 에이즈 환자에 이식함으로써 에이즈를 완치시키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공학적 ‘재주입 방식’에는 안전성에 많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볼티모어 박사 자신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힐 정도다.

‘베를린 사례’에 따라 골수이식을 통한 에이즈 치료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일부의

성급한 기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말기 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골수이식 시술 자체가 사망률이 30%나 되는 매우 위험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CCR5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뇌에 치명적 손상을 입히는 뇌염의

일종인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약점도 있다.

휘터 박사의 연구 결과 등은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스저널 온라인판 등이 보도했다.

이수진 기자 sooji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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