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를 보내는 여행가이드 ‘굿바이’

보기 힘들어진 ‘납관’ 의식을 영화로 승화시켜

일본 영화 <굿바이>, ‘묵직하지만 감동의 여진을 남기는 영화다.

다소 어두운 내용 때문에 극장을 많이 잡지 못했다는 소식이지만 이유도 모른

채 달려가고 있는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잠시 속도감을 늦추게 해주면서 ‘삶과 인생

그리고 주변의 사물’을 생각할 수 기회를 주는 영화다.

최근

갑자기 증가하고 있는 광고 중에 상조회사 광고가 있다.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을

내세워 월 2-3만 원을 최장 120개월 정도 완납하면 장례 절차를 깔끔하게 마무리해

준다는 내용이다.

한국은 인구 중 65세 이상이 14% 이상인 고령사회다. 약 15년 뒤에는 이 비율이

20%로 증가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뉴스는 이미 식상할 정도로 자주

보도되고 있다.

노령 인구의 증가로 야기되는 문제는 바로 질병, 빈곤, 고독, 무직업에 따른 사회

불안정층의 증가 등이다.

시사회 관계로 1주일에 평균 2번 이상 파고다 공원 근처를 지나친다. 노령 인구의

급속한 증가를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는 현장이 그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할 일 없이

고단하게 하루하루의 삶을 죽여야 하는 노령층의 애환이 빼꼭히 들어차 있다.

메릴 스트립, 브루스 윌리스, 골디 혼 주연의 <죽어야 사는 여자>는 ‘오랜

산다는 것은 저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질병에 시달리면서 고통스럽게 숨을 이어가는 노령 인구들을 지하철, 버스, 거리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아!, 우울하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바로 <굿바이>가 담고 있는 내용이 바로

‘죽음’이기 때문이다. ‘장례지도사’ 혹은 ‘FD(Funeral Director)는 <마이

걸>에서 제이미 커티스가 배역을 맡은 직업이다.

‘죽은

사람의 몸을 씻긴 뒤에 옷을 입히고 염포로 묶는 ‘염습(殮襲)’과 흡사 살아 있는

것처럼 화장(化粧)과 옷치장을 해주면서 이승과의 마지막 이별 제례(祭禮)를 진행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도쿄에서 오케스트라 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 그는

갑작스런 악단 해체로 졸지에 백수 신세가 된다. 갓 결혼한 처지에서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신문에 게재된 구인 광고를 뒤적인다.

거기서 발견한 ‘연령무관! 고수익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의 여행 가이드

구인광고를 발견한다. 면접은 1분도 안 되는 초스피드로 진행되고 바로 합격.

취업은 됐지만 뭔가 어리둥절하다. 출근 첫날 ‘여행 가이드’가 바로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사자(死者)들을 배웅하는 ‘납관’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남편이 여행 가이드 아닌 염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남편의 손길을

‘더럽다!’고 뿌리치면서 가출을 선언한다. 하지만 동네 허름한 목욕탕 여주인의

죽음을 예의를 갖추어 치러 주는 남편의 납관 절차 행동을 목격하고는 ‘음악가 만큼

숭고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모친과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가 행려환자로 죽었다는 소식에 마지못해 다이고는 현장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아버지 시신을 마구 대하는 장의사 직원의 행동을 보고 다이고는 항의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익힌 납관 기술을 이용해 오랜 동안 원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의

마지막 이승 길을 정성스레 치장해 준다. 아버지가 어린 시절 자신의 손에 쥐어준

작은 조약돌의 의미를 돼새기면서….

개인적으로 결혼식 보다는 장례식을 더욱 많이 찾는 편이다. 그곳에서는 주일

마다 예배당, 절, 성당 등을 찾아가서 느낄 수 있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얻고 온다.

지금도 산촌 마을에서는 가족들이 직접 시신을 염습하고 있지만 도회지에서는

소위 장례식장을 통해 산자와 죽은 자를 유리창으로 차단시켜 이런 장면을 차분히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영화 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접해 볼 수 있는 것은 이 영화의 백미다. 대학

재학생 이상의 성년들은 기회가 닿으면 한번쯤 이러한 한국식 납관 절차에 참석해

보는 것도 교과서로는 얻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오늘도 천년만년 살 것처럼 악다구니를 하고 있지만 인생은 엄밀히 말하면 ‘하루살이’다.

내일까지도 내가 살아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다’.

그래서 난 <아메리칸 뷰티> 대사 중 ‘오늘은 당신의 마지막 남은 인생의

첫 번째 날이다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와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외친 ’오늘을 즐겨라(Carpe diem)’를 잠언처럼

암송하고 있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갈망하던 미래다’는 말도 있다.

<굿바이>는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추하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되새김질 하게 만들어준 수작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 시간 131분, 10월 30일

개봉.

 

추신:  

1. <으랏차차 스모부>에서 스모 선수 야마모토 슈헤이 역을 맡았던 모토키

마사히로. 1965년 생. 일본납관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제작된 <굿바이>에서의

다이고 배역을 위해 6개월 이상 염습 과정을 직접 수련했다고 한다. 그의 손놀림은

예술이다. 이게 프로 배우다.

2. 들녘에서 첼로를 들고 연주를 해줄 때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이다. 이외 일본의 대표적인 영화 음악가 히사이시 조가 만들어낸 현악 선율의

삽입곡은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켜 주는 효자 노릇을 한다.

3. <철도원> <연애사진> <하나와 앨리스>로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히로스에 료코가 처음에는 반발하다 남편의 납관 직업을 이해하는 순종적인

아내 미카 역을 열연하고 있다.

4, 그림 같은 마을 풍경과, 조역 배우들의 미소를 머금게 하는 감초 역할은 드라마에

강한 일본 영화의 저력을 보여 준다.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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