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숙아 생명 살리는 ‘마법의 손길’

‘생존기록’ 계속 경신하는 삼성서울병원 장윤실 교수

몸무게 400g이 조금 넘는 아기가 태어난다. 정상아 체중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500ml 들이 우유 한 팩 정도 무게밖에 안 된다.

잡으면 으스러질 것 같은 이 생명을 품어주는 이가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생아집중치료실의 장윤실(44) 교수다.

장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개원 뒤 15년 여 동안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미숙아와

함께했다. 통상 1000~1500g의 미숙아가 주로 입원한다. 하지만 그의 ‘주특기’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500g 미만의 초미숙아를 살리는 데 있다.

그가 소속된 신생아집중치료팀은 자체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며 국내 최고를 달리고

있다.

작은 체구에 또렷한 눈빛, 환한 미소를 지는 장 교수는 “미숙아 치료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1500g 미만으로 태어난 아기는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게 지배적이었지만

현재는 400g 대 아기가 건강하게 퇴원할 정도로 의료기술이 좋아졌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신생아의 생존 한계 기준은 23주를 못 채우고 태어나거나,

500g 미만이거나, 생존의 징후가 없을 때 등이다.

장 교수팀은 2006년 22주 6일 만에 태어난 주한미군 부부의 아들 카메론을 살림으로써

처음으로 생존 한계를 넘어섰다.

장 교수는 “카메론에 대한 치료를 시작할 무렵 ‘아기가 고통스럽더라도 어떻게든

살려만 달라’는 아기 엄마의 말을 듣고 큰 책임감을 느꼈다”며 “아기를 향한 엄마의

지극한 사랑은 의료진에게 사명감을 넘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의욕을 준다”고

말했다.

장 교수 팀은 카메론 이후 생존 한계점을 갈수록 낮춰 올 초 22주 3일 만에 태어난

여아 허아영의 치료에도 성공했다. 출생 당시 허아영의 몸무게는 440g, 피부는 3도

화상을 입은 것처럼 연약하고 폐 성숙도 미약해 여러 번 어려운 고비를 넘겼지만

무사히 퇴원시켰고 현재도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다.

장 교수는 그가 치료한 아이들의 사진을 꺼내 보였다. “퇴원 뒤 무럭무럭 자라는

아기들을 보면 얼마나 대견하고 예쁜지 몰라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 같은 눈길이다.

장 교수는 초미숙아를 살리는 데 최고의 실력을 갖게 된 동력을 ‘집중과 팀워크’로

설명한다.

“의료 기기나 시설이 최첨단인 것도 아니고 어떤 의사나 간호사가 혼자 힘으로

해낸 것도 아닙니다. 의료진이 함께 미숙아 치료 기록을 끊임없이 모으고 분석해

어떻게 해야 엄마의 자궁처럼 최적의 생존 환경을 조성할지를 찾고 고민합니다.”

장 교수팀이 찾은 최적 생존 환경에는 △미숙아 상태가 심각할수록 되도록 아기와

접촉하지 않기 △장염을 우려해 모유를 끊기보다는 장 기능이 퇴화되지 않도록 하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적은 양이라도 모유를 공급하기 △감염 관리 철저히 하기 △되도록

호흡기를 빨리 제거해 자가 호흡 유도하기 등이 포함된다.

이처럼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도 초미숙아를 살리는 데 몰두하는 이유는 뭘까.

장 교수는 “너무나 소중한 생명이며, 또한 일찍 태어난 아기를 살릴수록 그보다

더 늦은 시일에 태어난 조숙아를 살릴 확률을 훨씬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미숙아란 1000g 미만의 미숙아를 말하며 전체 출생아의 약 1%를 차지한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불임률이 증가하면서 미숙아 비율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장 교수의

손길이 더욱 필요해진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 미숙아 출산과 양육의 모든 부담이 부모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미숙아

출산을 두려워하는 부모가 많다”며 “미숙아를 보는 사회적 시각이 성숙해지고 지원도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정 기자 crystals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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