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백신, 100% 마법은 없다

7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독일의 하랄트 추어하우젠 박사가 선정되자

미국의 제약사 머크사와 이 회사의 한국법인인 한국MSD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추어하우젠 박사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지만 이 회사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다실’을 개발한 주역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추어하우젠 박사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가다실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사의

‘서바릭스’ 등 자궁경부암 백신 역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10일 발행한 ‘사망률과 치사율 주간보고서’에서 미국 내 13~17세 소녀의 25%가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맞았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같은 날 미국의 소비자단체인

푸드컨슈머는 자궁경부암의 위험이 과장된 측면이 있고, 백신의 장기적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여성의 암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마법의 백신일까, 아니면 효과가

과장된 신기루일 따름일까?

한국에서 자궁경부암은 매년 4000명에게서 발병하고, 이 가운데 1000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암이다. 더구나 HPV는 오럴섹스를 통해 입 인두암도 일으키며, 드물지만

남성에게 음경암이나 고환암 등도 발병시킨다. 이들 암은 다른 암에 비해 부부관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자궁암이나 고환암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부부에 비해 이혼율이 각각 40%, 20%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고

이 백신을 맞으면 자궁경부암을 영원히 100% 예방한다는 것은 환상이다. HPV는 200여

가지 유형이 있으며 자궁경부암 발병에는 15가지가 관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HPV16과 HPV18이 전체 자궁경부암의 70% 정도를 일으키는데 서바릭스는 이

두 가지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고, 가다실은 이에 더해 HPV6과 HPV11에도 효과를 보인다.

다른 11~13가지에는 효과가 미지수인 것이다.

또 가다실과 서바릭스의 임상시험을 주관했던 다트머스대 다이앤 하퍼 교수는

“임상시험에서 가다실의 효과가 5~10년 지속되는 것으로 나왔지만 일부 여성에게서는

약효가 3년을 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푸드컨슈머는 “이미 특정 HPV에 감염돼 잠복기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고

HPV에 반복적으로 감염되는 사람은 되레 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경고했다.

부작용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번 CDC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7802건의 크고

작은 부작용이 보고됐다. CDC는 백신 제조사에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없는지

접종 뒤 15분 동안 환자를 관찰하라’는 주의사항을 용기에 표기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의 9월 보도에 따르면 호주 웨스트미드 어린이병원 연구팀이

가다실 접종 여성 11만4000명을 살펴봤더니 8명에게서 알레르기로 인한 치명적 쇼크(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다실 접종 10만 번당 2.6건에 불과한 발생률이지만

뇌수막염 백신 등 다른 백신이 10만 번당 0.1건인 데 비해서는 높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백신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 적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부인암센터 이제호 교수는 “임상시험을 5년밖에 하지 않았으므로 부작용에 대해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백신을 맞아도 암 검진은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며, 정기검진만 제대로 받아도 자궁암 위험을 현격히 낮춘다는 점에서 백신이 마법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반면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박종섭 교수는 “과학에서 ‘100%’란 없으며 암을

이 정도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획기적 성과”라며 “백신 접종으로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접종을 권한다”고 말했다.

접종 연령에 관한 논란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성경험이 없는 9~26세에게주로

권고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최근 노년의 자궁경부암 발병이 늘고 있기 때문에 HPV에

감염되지 않은 30, 40대도 맞는 것이 좋다는 주장도 있다.

비싼 비용 역시 백신의 확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두 백신 모두 각각 3회에

걸쳐 접종해야 하는데, 총 45만~54만원이 든다.

<이 기사는 ‘중앙선데이’ 10월18일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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