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의 아내가 결혼했다


우선

옹졸하고 편협한 마초(macho) 성향의 수구적인 남성 시각으로 영화 내용을 언급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시고 프리뷰를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 사람하고도 결혼할래!’.

‘너 미쳤어!’, 넌 내 아내야, 그런데 딴 놈하고도 결혼을 또 하겠다고. 이런

ב.

일찍이 나폴레옹은 “남자가 갖고 있는 권력과 경제력은 여성을 유혹할 수 있는

최고의 최음제”라고 주절거렸다.

하지만 손예진, 김주혁의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이런 잠언이 철저하게

무시된다.

스페인 프로 축구단 바르셀로나 팀의 승율과 선수 명단을 줄줄 외우고 있는 캐리어

우먼 인아.

깜찍한 외모와 애교만점의 제스처 그리고 헌책 냄새를 탐닉하는 그녀의 행동거지는

뭇남성의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회사 동료인 덕훈은 어느날 ‘커피 한잔 하고 가실래요?’라는 권유로 혼자 살고

있는 그녀의 방을 찾게 되고 이후 열정적 사랑 놀음 끝에 결혼에 골인한다.

결혼

전부터 새벽 귀가가 다반사일 정도로 자기 취향대로의 삶을 사는 그녀는 설상가상으로

어느날 ‘당신 말고 남자가 생겼는데, 그와도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기존 가치관을 전복시키는 소재가 마음에 들었다’는 정윤수 감독은 이미 부부간

스와핑을 소재로 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 기혼 남녀에게

‘기회가 되면 네 이웃의 아내(남편)를 탐하라!’고 조언해 준 아주 크레이티브한(?)

연출가다.

<아내는 결혼했다>의 광고 카피가 ‘자신있어?.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자신!’이다.

나라를 뒤흔들리게 한다는 재색을 겸비한 절세미인이나 브래드 피트, 리처드 기어,

로버트 레드포드도 24개월 이상 살붙이고 살면 세로토닌이 고갈돼 ‘그 놈이 그놈이고,

그 ×이 그 ×’라는 것은 많은 생체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입증한 교훈이다.

한창 불이 붙어 침대에서 ‘남녀간의 성적 행위’를 뜻하는 단어로 끝말잇기를

하는 커플.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외설적인 단어가 쏟아진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여배우 손예진의 깜찍한 입술에서 터져 나오는 노골적인

성 행위 단어는 묘한 오르가슴을 느끼게 해주는 판타지다.

아쉬운 것은 청소년 관람 불가의 성인 영화를 표방함에도 손예진의 가슴이나 올

누드는 철저하게 가려 아쉬움의 마른 침을 삼키게 한다는 점이다.

<모던 보이>에서는 뜬금없이 김혜수가 올 누드 뒤태를 보여줬으며 11월

개봉작 <미인도>에서도 미친소 파동 때 ‘청산가리를 먹겠다’고 선언한 김민선이

올 누드 뒤태를 보여준다고 예고편이 선전하지만 두 여배우의 누드 장면에서는 아쉽게도

그저 살덩어리라는 느낌밖에 못 받았다.

반면

대구 출신 아가씨 손예진은 이 영화에서 눈웃음을 살살 치며 자신을 두고 다른 남자와

사랑 놀음을 시도하겠다는 데 반기를 드는 남편 김주혁의 등을 강아지처럼 톡톡 두드려

주는 여린 손가락 모습을 노출시켜 여성의 성적 체취를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뭐 여기서 새삼스럽게 경제개발기구(OECD) 가입 선진국 중 이혼율이 2위라던가

“애 버리고 마누라가 도망가서 곤욕을 치루고 있다“는 동네 슈퍼마켓 아저씨의

절절한 사연을 인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남자는 세상을 지배하지만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는 속설처럼 이제

1960년대 정비석 선생의 ‘자유 부인’의 전통은 21세기 디지털 세대로 면면히 이어져

수많은 여성들이 ‘한 남자에게 귀속 당하기를 거부하고 남편과 아이 낳고 살면서도

호시탐탐 다른 남자의 품을 찾는 영광의 탈출(Exodus) 행렬을 지속하고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극중 덕훈은 아내의 행동에 분을 못 참고 젊은 여성과 외도를 하지만 결국 그가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여성으로부터 레스토랑에서 물 컵 세례를 받는 것으로

응징 당한다.

델라웨어대학의 정치·국제관계학과의 매리안 교수는 지난 10월 14일 고려대학교

외국석학초정 강연장에서 “미국 정부의 향후 정책은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증가함에

따라 복지, 고용 및 실업, 성 정체성 등과 같은 여성·가족친화적 정책과 의사결정이

보다 강조될 것이다. 이것은 한국 정부의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많은 참고 자료

역할을 할 것이다”는 요지의 강연을 했다.

학교,

은행, 슈퍼마켓에서, 심지어 대형 고속버스 운전석도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이 좌석을

차지하고 있다.

‘남편의 외도에 눈물을 흘렸다’는 조선 시대에도 신윤복의 풍속화는 양반집

여자들의 은밀한 내통도 만만치 않게 구전됐음을 보여 주고 있다.

‘내 소원은 당신과 절대 헤어지지 않는 것이야!’

다른 남자와도 침실 생활을 하는 아내가 조강지부(糟糠之夫)에게 던지는 대사다.

자!, 어찌할 것인가?

제목의 의미를 잘 살펴보시라!

‘아내가 결혼했다’다. 남자가 피동형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세태 풍자를 담은

의미심장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모텔로 유인한 여자 친구든, 아니면 합법적인 성생활을 인정받은 부부든, 이제

침실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아내(여친)의 머리 속에는 <빠삐용>의 스티브 맥퀸처럼

‘이 놈들아!, 너가 어떤 방해를 하더라도 난 다른 남자의 품을 찾아들 자유를 선택할

것이야!’라는 문구가 물레방앗간 물레처럼 돌고 있다.

영화 공개 전 마케팅 회사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20대-30대 여성 중 절대

다수가 ‘기회가 된다면 결혼 후 다른 남자와도 교제를 갖고 싶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미치겠다!’고 팔짝 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체념하자!

아내의

핸드폰을 뺏어 행동을 잠시 옭아맬 수는 있겠지만 머리 속에서 꿈틀대는 음습(淫習)한

생각까지 차단시킬 수는 없지 않겠는가?

영화 공개 뒤 “나도 자유를 찾겠다!”는 ‘인형의 집’의 노라가 봇물 터지듯

생기지나 말았으면 하는 자그마한 소망을 가져본다.

‘영화는 현실 생활의 욕구불만을 잠시 대리만족 시켜 주는 매체일 뿐이다’

하지만 좌파 성향의 영화가 공개된 뒤 전직 대통령을 ‘찢어 죽이자!’고 외치는

비명이 시청 거리를 메웠듯 ‘뭇 여성들의 봇짐 행렬’을 떠올리는 것은 겉은 강한

척 하지만 속은 ‘유아틱’한 남성 본능의 방어적 기질인지도 모르겠다.

부부 관계도 예전과는 달라!라는 푸념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는 영화다.

웃음에 인색한 필자가 서너 차례 ‘낄낄’거리면서 화면을 주시하도록 만든 맛깔스런

대사 처리가 일품이다.

여기에 다시 한번 손예진의 앙큼하고 손아귀에 집어넣고 싶은 욕구를 자극시키는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영화 보고 무슨 생각했어!’라고 극장 문을 나서다 시비 걸 소지가 충분히

있다.

커플이든 배우자가 있든 따로국밥으로 선택해 보시는 것도 현명할 듯하다. 10월

23일 개봉. C급 침실 장면과 욕지기 섞인 대사 때문에 청소년 관람 불가다. 좀 더

강한 장면을 기대했던 본인만 헛물을 켰다. ㅋㅋ.

추신

1. 러시아워 출근길에서 연락이 끊겼던 인아와 덕훈이 만나는 오프닝 분할 장면의

흥겨움을 더해 주는 삽입곡은 Pet Shop Boys의 ‘Go West’이다.

2. 라스트.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스페인 프로 축구 경기 장면과 이어 남편,

아이, 아내, 동거남 등 별스런 4인 가족이 스페인 마드리드 거리를 흥겹게 걷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Gypsy Kings의 ‘Volare’이다.

3. 축구광인 두 커플을 위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시청 광장에서의 붉은 악마

응원전 장면이 에피소드로 삽입되고 있다. 그 당시 한민족이 ‘축구’를 빌미로 얼마나

미쳐 있었던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시길.

4. 인아의 또 다른 남자 한재경. 연기가 너무 약하다. 덕훈과 맞짱을 뜰 배포가

있었으면 더욱 탄탄한 흥미감을 던져 주었을 텐데. 분발하시길.

5. 한 사람의 상대를 평생 동안 사랑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은 한 자루의 초가

평생 동안 탈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톨스토이

6. 오늘 사랑한다고 내일도 사랑하리라고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 루소

7. 한국인 평균 수명 남자 75세, 여자 82세. 평균 결혼 나이 남자 31세, 여자

28세

그렇다면 결혼 뒤 한 사람과 살아야 할 기간은 44~54년.

8. 2007년 부부 100쌍 중 1.05 쌍 이혼.

9. 사랑의 생물학적 유효 기간 18~30개월 –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5번에서

9번 보도 자료 인용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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