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회

요즘 "..사태", 또는 "–파동"이라는 소식을 너무 많이 접하게 된다.

멜라민 사태, 연예인의 잇단 자살 파동, 광우병 파동…

어쩌면, 우리는 정말 스멀 스멀 다가오는 죽음이나 인류의 멸망을 눈앞에 두고도 모른 채 바보처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렇게 강한 흐름속에 휘청거리고 있는 것에는 다른 요소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로, 두려움 말이다.

두려움은 모두 피하고 싶어하는 대상이긴 하지만 우리의 사회는 두려움을 생산하고, 또 소비하는 것 같다.

아마..두려움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계속 있어 왔던 일이긴 하겠지만

생산과 소비가 인생의 최대 미덕이 되어 버린 이 시대에는 더욱 그 특성이 강해지고 있다.

어쩌면 "두려움"은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상품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의료 산업에 있어서, 두려움의 힘은 극대화된다.

사람들은 건강 정보를 통해 쉽게 두려움을 가지게 되고, 알면 알수록 몰랐던 자신을 자책하며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어떠한 소비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생겨나 소비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생산되기도 한다.

그것도 매우 객관적인 정보 제공의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예를 들어, 어던 회사가 건강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판매하게 될 때는 보통 많은 정보 제공을 하는데, 그 이유는 물론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를 위해서이다.


그래서 주로 XX와 OO의 "문제"에 대해 중점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언론에 이런 정보가 제공되면 (건강에 대한) 좋은 소재이기 때문에, 자극적으로 다룬다.


애초에 생산된 정보는, 그 목적이 "사실의 전달"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분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있다.

원래 균형있는 시각이란 재미없거나 이해한 뒤에도 별 감흥이 없기 쉬운터라,

이런 정보는 사람들에게 강한 반응을 끌어낸다. 주로, "두려움"말이다.

그리고 애초에 정보 제공을 했던 측의 의도대로


제품은 활활 타오르는 두려움의 불길에 힘입어 강한 소비를 폭발시킨다.

사람들은 표면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 같지만, 진짜로 소비하는 것은 이면에 있는 두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프로세스가 반복되면 사회는 점차 두려움에 민감해지고, 급기야 두려움에 중독되어 간다.

그러다가 뭔가 사람들의 두려움을 촉발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와 관련한 정보가 다시 제공되기 시작하면

사회는 마치 두려움의 버튼이 눌려 버린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하게 된다.


이 때는 아무리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도 사람들의 두려움을 해소할 수 없다.

이미 사회 깊이 뿌리깊게 박혀 버린 불신과 두려움은 마치 공기나 물처럼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고, 우리 모두 그 위에서 살아 왔기 때문이다.

이번 멜라민 사태, 광우병 파동, 연예인의 자살…

이 사건들 앞에서 폭주하는 사회는 이미 두려움에 중독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가 두려움에 중독되도록 방치하고, 조장하기까지 한 데에는 의사들과 기업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다시 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의사들은 의료 정보 제공의 가장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 (의사들"만"이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의사들의 책임있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여러 기관에서 자율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사회 전반에 만연한 두려움을 고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의사들은 병원의 홍보나 시술의 광고를 위한 자신의 홍보, 질병의 안내 ("당신의 —, 건강하십니까?" 등..)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해 더욱 무겁게 생각해야만 할 것이고

기업은 손쉬운 두려움의 마케팅 대신 좋은 생태를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마케팅을 해야 할 것이다.

..

두려움은, 계속 생산되고, 또한 계속 소비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대상이 두려움이라는 사실만이라도 깨닫는다면 이 바보같은 생산과 소비의 바퀴도 조금은 그 회전을 늦추게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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