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함 가득한 <모던보이>



‘세련된 현대적 신사’라는 의미의 ‘모던 보이’.

난도질을 하고 시작할까 아니면 서서히 인간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중국산 멜라민처럼 달콤 쌉싸름하게 이바구를 늘어 놓을까?

오랜 동안 고민하다 결국 쓴소리부터 하고 시작하는 것이 낫겠다 싶다!
개봉을 앞둔 충무로, 종로, 신촌.
거리 주요 시멘트 담벼락이나 지하철 입구 주변 게시판이 될만한 모든 장소에는 포스터로 도배가 되어 있다.

‘국내 주요 포탈 사이트 예매 1위’ ‘네티즌 꼭 보고 싶은 영화 1위’
한술 더 떠 김혜수가 9월 24일 밤 12시 25분에 방송된 SBS ‘김정은의 초콜렛‘에 출연해 극중 주제곡과 스윙 댄스를 시연하는 홍보의 장을 마련해 주면서 예비 관객들의 호주머니를 털 음모를 시작했다.

1937년 일본의 혹독한 통치를 받고 있던 일제 치하.

친일파 아버지 덕분에 조선총독부 1급 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해명(박해일).
업무보다는 세련된 복장으로 여자 후리는 것에 인생을 바친 한량이다.

그가 어느날 세도가들만이 출입하는 클럽에서 춤을 추고 있던 댄서 조난실(김혜수)에게 단번에 필이 꽂혀 급기야 조선 독립 운동을 하고 있는 조난실의 일에 깊숙이 빠져든다는 것이 기본 얼개이다.

해명은 ‘나라 없이 살아도 그녀 없인 살수 없다’며 조난실의 행방을 쫓는다.
클럽에서 가슴 선이 보일 듯 하는 검정 실루엣 의상을 착용하고 육감적인 춤을 추어대는 조난실의 모습은 아쉽게도 그녀만 신났다.

영화사가 주장한 ‘팔색조 같은 여인’은 그저 홍보성 보도 자료의 많은 문귀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한 창의력과 지적 두뇌를 갖춘 의혹에 찬 여인이 패기만만한 남성을 성적으로 유혹해 죽음의 나락으로 유인하는 여인을 지칭하는 용어가 ‘팜므 파탈 femme fatale’이다.

살해 용의자 샤론 스톤을 취조하던 형사 마이클 더글라스에게 팬티 입지 않는 양다리를 번갈아 꼬아가면서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원초적 본능>(1992)의 샤론 스톤 모습이 바로 90년대 들어 사내들의 간담을 녹여준 팜므 파탈의 본보기다. 1958년생 샤론 스톤의 출연 당시 나이가 34세. 반면 1970년 9월 부산 출생 김혜수는 올해 38세다.

4년 차이, 풋풋한 대학 신입생과 졸업반 여학생이 성적 매력으로 어떤 차이가 날 수 있는지를 유감스럽게도 김혜수는 몸소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관람하지 못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온갖 미끼들이 득시글 거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만 추려보자!

‘박해일, 김혜수 영화속 두 배우가 아주 매력적이다-감독 박찬욱
‘두 배우의 연기가 못견딜 정도로 가슴을 저리게 한다-배우 송강호-이상 <모던 보이> 광고 문귀 인용

10월 2일 개봉 이후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매력적이지 않거나 두 배우의 연기가 견딜 정도이면?.
박 감독과 배우 송씨의 추천사를 100% 믿고 극장 문을 두드린 관객들은 ‘recall!"을 어디다 가 요구해야 하나?.

관객의 입장에서 목숨을 걸 정도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조난실에게 하나 뿐인 목숨을 걸고 아둥바둥 그녀의 뒷꽁무니를 쫓고 있는 이해명의 행적은 공허감만 잔뜩 던져주고 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는 조난실의 행동에 전적으로 감화돼 한때 일본인이 되기를 갈망했던 이해명이 불현듯 조선독립을 위해 투신한다는 설정도 뻘쭘함을 배가 시키고 있다.
조선총독부 행사장에 하객으로 들어가 묵념하는 순간. 일본 고관대작들이 착석해 있는 연단으로 다가가 인간 폭탄으로 자신을 희생하려다 실패해서 헛헛 웃음을 짓는 이해명의 행동.
레지스탕스 영화만의 스릴은 물론 코믹 영화가 던져주는 호탕함도 없다. 대신 실소와 쓴웃음만 짓게 만든다.

여러 단점은 그만하고 이제부터 좋고 의미 있는 작업 끄집어 내기.

학창 시절 국사 교과서를 통해 스틸 이미지로 밖에 접해보지 못했던 1930년대 경성역, 조선총독부 청사, 숭례문 전경 그리고 모던 경성의 얼굴이라고 평가 받았던 기차와 인력거꾼이 통행하던 남대문로, 명동과 종로 거리, 조선왕조의 궁궐 경복궁 등을 재현 시킨 것은 국내 프로덕션 디자인의 수준은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의미 있는 작업이다.

한가지 <화려한 휴가> 등 대부분의 고전이나 근대사 고증 배경 영화가 그렇듯이 <모던 보이>도 상영이 끝나면 그 정교한 셋트장은 한갖 처치 곤란한 흉물로 전락될 것이 명약관화해 결국 수억원을 상회했을 소품 경비는 1회성 컵라면처럼 폐기될 것이 예측된다.

물과 기름이 얹혀 있는 듯한 이해명의 헤어 스타일은 영화 보는 내내 불편함을 주는 이미지로 다가오고 있지만 단지 1930년대 유행을 선도했다는 모던 보이들의 흰색, 보라, 검정 등 화려한 스타일의 복장은 복식사를 연구하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듯도 싶다.

이외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취입했다는 조난실의 극중 주제곡 ‘색채의 블루스’ ‘Why don’t you do right’ 그리고 일본 여가수의 대역으로 불러 주는 노래로 설정된 ‘개여울’ 등은 그나마 영화에 대한 비호감으로 완전히 무너져 가고 있는 끝자락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원작은 2000년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 이지형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다.
이 제목을 패러디해서 프리뷰를 요약하면 ‘영화판에는 눈먼 투자금이 수백억원이 떠돌아다닌다고 하니까, 그렇게 대대적인 홍보를 했는데 망해도 제작사는 살아 남을 수 있겠지?다.

[추신]

1. <모던보이>의 박해일이 영화 촬영 중 김혜수와 실제로 술을 마시고 연기를 했다고 털어놨다. 박해일은 <모던보이>의 개봉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 속에서 ‘난실'(김혜수)과의 러브신은 서로 합의하에 술을 거하게 마신 뒤 연기했다"며 "영화 속에서도 술을 마신 다음에 서로 사랑을 표현하는 설정인 만큼 음주 후 촬영이 각 인물들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 뉴스 2008년 9월 23일자

1-1. 존 웨인은 <역마차>에서 실감나는 장면을 위해 역마차를 공격하는 인디언들에게 진짜 실탄을 쏘았나?. 창호지처럼 속내가 뻔히 보이는 홍보성 기사에 헛 헛 웃음만 터져 나온다.

2. 영화가 끝난 후 "그 시대를 이렇게 영화적인 재미를 갖고 풀어낼 수 있구나, 여러 가지 메시지가 많은 영화"(배우 안성기) "김혜수가 노래 부르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고 김혜수의 매력이 모두 나온 것 같다"(이명세 감독), "박해일, 김혜수의 연기호흡이 대단하다. 못 견딜 정도로 가슴을 저리게 한다" (배우 송강호), "대체 어떻게 저런 장면을 만들었는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장대한 스케일!"(허진호 감독), "영화 속의 생생한 경성에 빠져 있다가 극장을 나선 순간 지금의 서울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곽경택 감독), "아주 고급스러운 영화 한편이 나온 것 같다" (배우 유지태), "굉장히 버라이어티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슬픈 영화였다" (배우 김정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김혜수와 같은 역할 해보고 싶다"(김민선)- 홍보사 올 댓 시네마가 배포한 9월 22일 CGV 용산에서 개최된 VIP시사 후일담 중

2-1. 앗싸 호랑나비!. 더 이상의 첨언은 ‘훼언(毁言)’이니 그만 두자!.
광고 포스터 타이틀이 ‘모두가 기다렸다!. 10월 기대작 전사이트 1위!’다. 죽음을 불사하고 호롱불에 달려드는 부나비 신세가 될 사람만 극장을 찾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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