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 만점-헬보이2: 골든아미



‘그대 없이는 웃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알잖아요
난 웃지도 못하고 노래도 부를 수가 없어요
그대 없이는 그 어떤 것도 하기가 힘드네요
그대가 슬플 때면 저도 슬퍼지는 것을 알죠
그대가 즐거워하면 저도 즐겁습니다
내가 어떤지 알아주기만 하면 좋으련만
난 그대 없이는 웃음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대가 마치 꿈결과도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누가 믿을 수가 있겠어요
이제는 모두 아주 오래된 일인 것만 같아요’

배리 매닐로우의 70년대 히트 팝송 ‘I Can’t Smile Without You’의 주요 노랫말이다.

사랑에 빠져서 느꼈던 환희와 세라토닌이 빠져나간 뒤 떠나가 버린 연인에 대한 아련한 추억의 자락을 노래하고 있는 이 노래를 <헬보이 2: 골든 아미>에서 듣다니!.

휴 그랜트의 <네번 결혼식 한번의 장례식>에서도 기타를 든 커플이 결혼 축하곡으로 불러주는 노래로 잠깐 흘러 나왔다.

참여정부 때 정치권 햇빛을 쫓아다닌 덕분에 벼락 출세를 한 가수 중 윤 모 씨는 노래를 그리 잘하는 가수는 아니다.
그가 목소리를 오무려 떨게 하면서 내는 ‘하울링 Howling’은 영어 단어 그대로 ’황량함‘을 주는 창법이다.

닐 다이아먼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베트 미들러 등과 함께 70년대 성인 팝송 ‘어덜트 컨템포러리’ 장르를 주도했던 주인공이 배리 매닐로우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갈증을 느꼈을 때 마시는 지리산 청정수처럼 그의 보컬은 그야말로 맑은 시냇물 같은 청아(淸雅)함을 가득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담배에 절어 기관지가 막혀서 터져 나오는 탁음(濁音)과 귄위를 내세운다고 목소리를 바닥에 깔면서 대화를 하는 이들에게는 생리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이런 결벽증 때문인지 청음(淸音)을 내세우고 있는 카니 프란시스, 아니타 베이커 싱어즈, 패티 페이지, 슈 톰슨, 카렌 카펜터스, 남자 가수로는 로니 밀샙, 로이 오비슨 등에 한때 광분한 적이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배리 매닐로우, 닐 다이아먼드는 두말하면 잔소리이고!

어쨌든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쏠쏠하게 재밌게 본 영화가 <헬보이 2 : 골든 아미 Hellboy 2 : The Golden Army>이다.

박완서 선생의 소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처럼 ‘아웃사이더’ 영웅담이 시종 구미를 당겨주고 있다.

지구의 위기를 구하는 영웅은 ‘슈퍼맨’, ‘배트맨’, ‘6백만불의 사나이’, ‘딕 트레이시’ 처럼 호남형에 탄탄한 체격을 갖고 있는 이들이 주류를 이루어 왔다.

‘첨단 문명이 발달 될수록 점 점 왜소해 지는 현대인들은 자신들의 욕구불만을 해소 시켜줄 영웅을 갈망한다’는 심리를 적절하게 건드려 흥행가를 장식하고 있을 때 변종(變種)으로 영웅 무리에 끼어든 이들이 ‘X-맨’, ‘헐크’, ‘판타스틱 4’, ‘앤트맨’, 등 이다. 선뜻 다가갈 수 없는 비호감 외모를 갖고 있는 이들이 득세를 하는 변혁의 바람이 불어온다.
이 여세를 몰아 끼어든 변형 영웅이 바로 ‘지옥에서 온 소년’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헬보이다.

고대로부터 인간과 요괴 사이에서 존재하던 휴전 협정이 세상을 지배하려는 요괴 세상의 누아다 왕자에 의해 깨진다.
누아다 왕자가 세상을 장악하기 위해 파괴를 목적으로 한 기이한 창조물들을 찾고 수천 년간 잠들어있던 ‘최강의 군단 골든 아미‘를 깨운다.

이에 헬보이는 불을 다스리는 여자 친구 리즈, 사람의 마음을 읽는 에이브 등과 함께 골든 아미를 막아낸다는 사연.

1시간 11분쯤 누알라 공주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에이브가 도서관을 찾아갔을 때 그녀는 시인 테니슨의 ‘in memoriam’을 낭독하고 있다.
이때 배경곡이 <아웃 오브 아프리카> 삽입곡으로 유명세를 얻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한 다발의 맥주 캔을 들고 온 헬보이가 에이브가 들고 있는 ‘베스트 콜렉션 CD를 보고 8번 트랙을 들어보자고 할 때 흘러나오는 곡이 바로 ’I Can’t Smile Without You’이다.
음치인 두 사람이 따라 부를 때 헬보이에 달려 있는 붉은 꼬리가 돼지 꼬리처럼 장단을 맞추는 장면이 선한 웃음을 자아낸다.

<미이라 3: 황제의 무덤 The Mummy : Tomb of the Dragon Emperor>에서 황제 한의 진흙으로 만든 병사들이 쏟아지는 것처럼 누아다 왕자가 이끌고 있는 수천 명의 골든 아미 군단이 등장하는 장면을 비롯해 헬보이가 펼쳐 놓는 무용담이 시종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라스트 골든아미 군단을 제압하고 매닝 박사에게 ‘이런 일을 그만 두겠다’고 선언한다.
옆에 따라오는 연인 리즈에게 공해 없는 푸른 자연 속에서 함께 하자고 떠버린다.

이때 그녀는 ‘임신했는데 쌍둥이 인 듯하다’며 손가락 두 개를 치켜세우는 장면에서 다시 ‘I Can’t Smile Without You’가 흘러나오고 있다.
화마(火魔)에 그을린 듯 일그러진 붉은 형상을 하고 있고 기형적으로 큰 오른손 그리고 흥분하면 요동을 치는 못생긴 꼬리를 갖고 있는 헬보이.

그가 펼쳐 놓는 무용담은 미끈한 슈퍼 영웅 스토리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오호!, 이런 별스런 재미를 주는 별종이 있네!’라는 찬사를 터트리게 만들 오락성을 가득 담고 있다. 9월 25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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