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복받치는 탈북자 사연들



‘울었다!’.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느라고 화면을 보고 있는 동안 눈동자를 계속 깜빡거렸다. 하지만 아버지를 찾아 몽고 벌판을 헤매다 결국 아사(餓死)한 아들의 시신을 부여잡고 통곡하는 차인표의 모습은 참았던 눈물을 막무가내로 쏟아지게 만들었다.

휴!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하나?
<크로싱>. 한국 정치와 사회를 뒤흔들 뇌관(雷管)이 될 수 있는 소지를 다분히 갖고 있는 탈북자 부자(父子)의 기구한 운명을 다룬 작품이다.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있지만, 본인이 증오심을 갖고 있는 두 전직 지도자는 DJ와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들이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매년 남북협력발전기금으로 1조4천억 원(누적 14조원) 외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민간자본을 북한에 쏟아 부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군부와 보위부 등 북한 지도층이 이 돈으로 BMW를 모는 호사를 누리고 부르고뉴 와인 잔을 부딪치고 있을 때 북녘의 민초(民草)들은 땅바닥에 떨어진 쌀 한 톨을 주워 먹기 위해 뼈만 불거져 나온 앙상한 손가락을 놀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다큐 필름을 통해 공개된 ‘북한 주민들의 실상’이다.

‘이념에 얽매여 빵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정치 지도자는 존재 가치가 없다’는 것은 이미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정치 법도다.

지금 당장 밖에 나가 동네 어귀에 있는 이마트나 홈플러스에 가서 24시간 싱싱한 회를 비롯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 겨울에도 비닐하우스를 통해 재배된 싱싱한 수박 등 여름 과일을 지천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남한 사회다. 반면 서울 광화문을 기점으로 2시간 남짓 떨어져 있는 북한에서는 지금 배고픔에 지쳐 결핵에 걸린 채 죽음의 시한폭탄을 안고 하루하루 힘겹게 보내고 있는 이들이 수백만이다.

‘이대로는 굶어 죽을 수 없다!’고 해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남한까지 건너온 사람들이 바로 탈북자들이다. 시간강사 생활을 하다 새터민-탈북자들은 이 용어에도 거부감을 갖고 있다-들과 교분을 가지면서 그들의 기구한 사연을 듣고 있노라면 ‘돼지 같이 처먹다 필름까지 끓어져 이제는 다이어트가 고민이라는’ 행복에 겨운 남한 사람들의 행동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짓인가를 절절히 깨닫게 된다.

반정부 시위 현장에 나붙어 있는 ‘배포 큰 민족 지도자 김정일이 남한의 명박이보다 낫다’는 철모르는 소리를 하는 아해들을 목격하면 그네들을 고스란히 북한 아오지 수용소로 보내버리고 싶은 억하심정마저 든다.

결핵에 걸린 채 임신한 아내를 치료하기 위한 약을 구하러 중국으로 넘어왔다가 자의반 타의반 종교 단체의 주선으로 남한으로 건너오게 된 차인표. 그 사이 아내는 죽고, 유일한 피붙이인 아들은 아버지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중국을 거쳐 몽고로 건너왔다 결국 죽음을 당한다.

아마 지금도 좌파 정권이 유지되고 있다면 ‘북한 당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크로싱>은 정권이 교체될 때까지 한동안 창고에 처박혀 있을 위험성을 갖고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길바닥 시궁창에 떨어져 있는 국수를 허겁지겁 주워 먹는 5, 6살 정도의 북한 어린이의 실태를 고발한 북한 꽃제비 다큐를 보고 ‘영화감독으로서 북한의 실상을 알려야 할 사명감을 느꼈다”는 김태균 감독의 제작론은 두 손을 꼭 부여잡게 만드는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통속적이고 말초적인 사연을 담아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영화보다도 <크로싱>은 한국 아니 남한 사회에 큰 공명(共鳴)을 불러 일으켜야 할 숙명을 안고 있는 작품이다.

자극적이고 현란한 색상에 이미 시력을 빼앗겨버린 남한 신세대들 중 일부는 “뭐! 나만 잘살면 됐지! 우리 집은 냉장고 열면 신선한 우유와 빵, 케이크가 넘쳐나는데”라고 <크로싱>에 대해 오불관언(吾不關焉)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탈북자’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우리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 당장 용산, 영등포, 안산, 수원, 가리봉, 대림, 신도림, 구로, 금정, 부평 등지를 둘러 봐라! 연변 조선족, 중국 한족, 탈북자 그리고 태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

식당 종업원의 절대 다수는 이미 연변 아줌마들이 점령했고, 사우나 세신사(목욕 도우미)와 안마사는 이미 중국 사람들이 차지한 지 오래다. 농촌이나 서울 근교에는 태국, 러시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베트남 신부(新婦)들이 얼추 100만 명 가량이나 거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사이 남한은 다양한 인종들이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모자이크 사회가 된 것이다.

여기에 임금 체불, 3세계 인종에 대한 유별난 학대 행동, 여성에 대한 성적 추행 등 인권유린 문제가 점차 증폭돼 급기야 코미디 프로에서까지 ‘블랑카’가 등장, 남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못사는 나라 출신에 대한 배타적이고 오만한 행동에 대한 일말의 경고를 알려준 바 있다.

<크로싱>에서는 탈북자 문제만을 다루고 있지만, 이제 남한은 짧게는 10년 안에 여러 민족간 갈등과 분규가 터져 나올 시한폭탄과도 같은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이 굴욕적이라며 청와대를 공격하자는 틈바구니 속에서 쇠뼈 국물도 평생 먹어보지 못한 10대 소년, 소녀들이 배고픔을 참지 못해 중국 국경지대로 쓰나미처럼 월경을 하고 있다. 북한의 누이들은 나머지 가족들을 위해 단돈 2만, 3만 원에 인신매매단에 육신을 넘기고 있다는 눈물겨운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햄버거와 피자, 콜라, 아이스크림에 범벅이 된 남한의 10대 아이들 바로 옆에는 ‘배불리 따뜻한 밥 한 끼만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북의 어린이들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반도 정세이다.

추석 제사상 음식을 인터넷을 통해 클릭 한 번으로 주문해 상을 차리고 있는 서울. 그와는 대조적으로 북쪽의 함경도에서는 ‘자유’ ‘생계’ ‘흩어진 가족과의 재회’를 위해 목숨을 바치면서 북한을 탈출하는 피난민들이 줄을 잇고 있다.

<크로싱>은 122분 동안 이런 상황을 41세 김용수(차인표)와 그의 11살 된 아들 김준이(신명철)를 통해 차분히, 그렇지만 너무나 기가 막히도록 처절하게 고발해 나가고 있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처연한 인간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켜 눈시울을 적시게 만드는 가슴 아린 영화다. 6월 26일 개봉.





1. 이 영화는 ‘북한 프렌들리’ 정책을 쓴 좌파 정권의 압력을 받을까봐 기획에서 완성까지 4여년  동안 비밀리에 제작됐다고 한다.

2.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북한 주민 중 굶어 죽은 사람은 3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3. 2006년 탈북자는 30여만 명. 이중 남한으로 입국한 탈북자는 1만여 명. 1047명의 탈북 청소년 20%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으며, 48%가 학교에서 탈북자라는 사실을 감추고 있다.

4.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국수를 시궁창 물에 씻어 허겁지겁 먹고 있는 북한의 5, 6살 어린아이의 모습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는 공포스럽고 부끄러웠다. 그때 느낀 부끄러움이 온갖 어려움 속에서 <크로싱>이란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힘이 돼 주었다.” -김태균 감독의 연출 일화 중

5. “너무 가슴이 아파서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을 오늘 보게 됐다. 중요한 주제를 다룬 영화를 만들어 주신 감독님과 제작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5월 27일 국회 특별시사회에 참석한 박근혜 의원의 말 중

6. 라스트 장면에서 탈북자의 고충이 담겨 있는 육성이 왼쪽 박스 화면으로 들려온다. 구구절절한 그들의 사연은 동정심과 북한 독재정권에 대한 분노감을 동시에 떠올려주고 있다. 통 큰 지도자를 추종하고 있는 좌파 정권의 추종자들과 남한의 철부지들이여! 북한의 실상에 언제까지 눈 감고 있을 건가!

7. “이 영화를 보고 북한의 어린이들이 굶주리고 있고, 매우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탈북자 아들 김준이 역의 신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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