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량 꼴찌나라, 인터넷강국



우리 국민들의 독서량이 형편없다지요. 미국의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지난해 OECD 회원국을 포함한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독서량을 조사했습니다. 한국이 꼴찌였습니다.

일주일에 책 읽는 시간이 3시간을 조금 넘는다고 전합니다. 1위에 오른 인도의 10.7시간과 비교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한 달에 책을 사는 데 쓰는 돈이 겨우 8,000원 수준이라는 통계도 덧붙였습니다.

그나마 ‘논술이니 교양이니’ 강조하며 독서를 학습의 한 방편으로 반(半)강제적으로 권장받는 청소년을 포함했을 때 얘기입니다.

성인만을 대상으로 하면 더욱 초라합니다. 독서새물결운동추진위원회에서 한 달여 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인 1명 당 연간 독서량이 9.1권입니다. 일본의 19.2권과 비교할 때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심지어 10명 중 2명은 1년 동안 책 한 권 읽지 않는다지요.

독서기피 풍토가 인터넷 탓?

빈약한 독서량을 걱정하는 목소리 옆에는 대개 ‘인터넷 문화’가 따라 붙습니다. 인터넷이 책을 대체하는 경향을 지적하는 것이지요. 직장인과 일반 네티즌이 하루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이 각각 4시간과 5시간이고, 3살을 겨우 넘긴 유아들이 PC 앞에 앉아 마우스와 키보드에 손을 얹을 정도로 삶 속 깊이 파고 든 인터넷문화를 마냥 반갑게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염려입니다.

‘인터넷 보급률 1위, 그러나 독서량은 꼴찌’인 현실을 놓고 “책 읽는 문화가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상태에서 인터넷 강국으로 접어들었다”고 말하는 이는 매우 점잖은 편에 속합니다. 독서량 부족의 원흉을 인터넷으로 치부하며 “요즘 사람들은 책은 안 보고 인터넷만 한다”며 혀를 차는 이들도 있습니다.

틀린 지적은 아닙니다. 정보를 찾고 자료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책장을 넘기며 뒤적이는 모습을 점점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요.

대학풍경을 소재로 한 TV CF에서 캠퍼스 군데군데 놓인 벤치에 홀로 앉아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책을 읽는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랩니다. 요즘은 넓게 깔린 푸른 잔디 위에 옹기종기 엎드려 노트북을 열어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모습이 태반입니다. 책이 아니더라도 유익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과 도구는 널려 있으니까요.

인터넷의 효용성에 익숙하고 다양한 미디어에 더없이 친숙한 이들에게, 몇 번의 클릭만으로 해결될 일을 굳이 도서관의 서고를 뒤져 해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인터넷과 책은 속궁합 맞는 보완재

그러나 IT시대를 이끄는 주역들의 상당수가 책 읽기를 강조하는 독서광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컴퓨터ㆍ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하버드대학의 졸업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자라난 시골 작은 마을의 도서관이었습니다”고 말합니다.

CDMA 개발의 주역이자 한국 IT의 발전기반을 마련한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일 때문에 마주한 생소한 개념을 머릿속에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 같은 주제의 필요한 내용을 담은 책을 무려 28권이나 통독했던 독서광입니다. 그는 “책을 읽으며 이리저리 궁리하고 생각하다 보면 저절로 풀리는 것들이 많아요. 내 것이 되지요”라고 전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세계에서 인정한 컴퓨터 보안업계의 거물 안철수 씨는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이용해 당장 급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책만한 것이 없습니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넷주소 자원 관리와 차세대 인터넷 자원 개발을 통해 인터넷 산업의 안정적 발전에 힘썼던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송관호 전 원장은 “인문계와 이공계를 막론하고 전공은 물론 다양한 독서를 통해 폭넓은 사고와 지식을 습득한 사람들만이 진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내로라하는 IT거목들 중 지식과 교양을 습득하는 수단으로 책을 꼽는 경우는 수두룩합니다. 한결같이 인터넷 시대를 만끽하는 세대들이 책을 멀리하는 풍경을 걱정합니다. 인터넷이 정보수집을 위한 효용성 측면에서는 유효하지만, 결코 독서를 대신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넷과 책이 주머니 사정에 따라 자장면과 라면을 오가는 ‘대체재’로 여겨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인터넷과 책이 훌륭한 보완재로 함께 성장할 때 ‘인터넷 강국’이라는 닉네임 앞에 ‘성숙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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