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자살, 왜? 왜 심각? 막기 위해선?

팬 모방충동 우려… “스타 정신건강에도 신경써야”

지난

달 영화배우이자 사업가인 안재환 씨가 자살한 데 이어 2일 인기 연예인 최진실 씨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지자 팬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후 일부 언론에서 개그우먼 이영자의 자해소동을 앞다퉈 보도하자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들은 자칫 연예인의 자살 도미노와 팬들의 모방자살이 이어질지도

모른다며 언론의 보도태도와 인터넷 문화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어떤 경우에도 자살은 합리화될 수 없다”며 “특히 유명인의

자살은 다른 사람의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사회적인 관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연예인의 정신건강에 신경 써야”

연예인은 일반인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한국자살예방협회의 홍강희 협회장(서울대의대 명예교수)은 “연예인들은 인기를

유지하기 위한 스트레스, 소소한 개인사까지 모두 노출되는 현실, 여러 가지 루머

등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듯 보이지만 개인이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감이나 속앓이는

누구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 떠 도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 악플을 사람들이 진실로 받아들인다고

믿게 되면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돼 최후의 수단으로 자살을 감행하기 쉽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민성길 교수는 “유명인일수록 마음속의 갈등을 누구에게

털어 놓기 힘들다”면서 “안 그런 척하고 감추고 살지만 감추는 것들이 표현하기

힘든 분노일 확률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진실씨는 우울증을 겪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의 한 측근은 최

씨가 남편과 이혼한 후 약간의 우울증 증세를 겪으며 늘 ‘외롭다’ ‘힘들다’하는

식으로 토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진실의 메이크업을 담당했던 사람의 진술에 의하면 최 씨가 지속적으로

루머에 시달려 왔고, 사망당일 새벽 12시 45분경 ‘제일 사랑하는 K양아, 혹 언니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친구의 진술에 의하면 이혼을 한 이후에 자녀 양육 문제로 힘들어했고,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해 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우울증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이다.

세로토닌은 일조량과 관계가 깊은데 연예인들처럼 밤과 낮이 수시로 바뀌면 세로토닌

분비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분당서울대병원 하태현 교수는 “연예인의 특수성 때문에 힘들기는 하겠지만 밤에

자고 낮에 깨어 있는 일반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일반 회사에서도 사원들의 정신 건강에 대해 관심이 높다. 연예인들이

소속돼 있는 기획사도 연예인의 건강에 좀더 신경 써야 한다.

하태현 교수는 “연예인들이 일을 힘들어 하거나 슬럼프에 빠져 있다면 우울증은

아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쁜 일과, 밤낮없는 생활 습관, 인기에

대한 스트레스 등 위험 요인이 많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라도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모방자살 우려”

유명인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한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나온 18세기 말 유럽에서 베르테르를 흉내 낸 모방자살이 급증한 데서 따

왔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달 16~1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23.6%가 ‘연예인 자살 사건 이후 모방 충동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안재환 씨 사건 이후 지난 달 12일 강원도 양양, 14일

울산, 고성에서 동일한 형태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2003년 홍콩 배우 장국영 사망

이후 같은 장소에서 목숨을 끊는 팬들도 있었다.

민성길 교수는 “유명인이든 일반인이든 인간이기 때문에 비슷한 갈등과 고통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이 자신과 비슷한 문제로 갈등하고

이로 인해 자살하게 되면 자신 또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결국 평소 문제, 위기 등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의 자살 등 주변 자극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살 예측할 수 있어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규섭 교수는 “자살은 어떤 경우에도 올바른 문제

해결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언론의 책임을 강조했다. 무책임한 보도,

확인 안 된 추측 기사는 사회적으로 자살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하태현 교수는 “자살에 대한 편견 중 하나가 자살을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실제 자살하는 사람들의 80% 정도는 죽기 전에 암묵적이든 구체적이든

자살 의도를 밝힌다”고 말했다. 주변의 누군가 자살의도를 모호하게 표출한다고

해서 절대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주위 사람 중 자살의 위험이 있을 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사이버상담실(www.counselling.or.kr)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 핫라인(www.suicide.or.kr

1577-0199), 생명의 전화(www.lifeline.or.kr

1588-9191) 등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자살 예방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국의 병원은 자살예방협회 홈페이지(www.counselling.or.kr/site/site01.html)에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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