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양로원 ‘고향의 집’

아,

이 분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구나.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흑백사진에는 젖냄새가

날듯이 푸릇푸릇한 아낙이 건강한 아이를 안고 있다. 아낙의 다소곳한 웃음 뒤에는

예쁜 아기를 기르는 젊은 엄마의 자랑스러움이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잠시 사진에서 눈을 떼어 그 사진의 주인공인 할머니에게서 그 세월의 강을 뛰어넘은

생기를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검버섯이 가득한 떨리는 손, 마치 시들어 가는

식물처럼 물기 없이 마른 몸과 애잔한 눈을 바라보며 몇 십 년 후의 나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얼마 전 일본 출장 길에 지진으로 유명한 고베라는 도시를 들른 적이 있는데 그곳

재일동포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을 방문했을 때 느낀 일들이다. 인명은 재천이라 누구도

장담할 순 없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의술과 풍성한 영양 덕분에 이제 우리

모두 꽤 오래 살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고향의 집’이라고 이름 지은 그

양로원에서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재일동포인 윤선생님과 헌신적인 일본인 아내가 근 10년을 공들인 그 양로원은

정말 이름에 걸맞게 아늑했다. 이미 장수시대에 들어선 일본에서 대부분 구십을 넘긴

재일교포 노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야기를 나누시거나, 많이 아프신 분들은

온돌방으로 꾸며진 햇볕 잘 드는 방에 누어서 방문객들에게 이야기도 하시면서 지내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가족이 휴가를 갈 때 따라 가기가 힘들어서 잠시 양로원을 이용하는 노인들도

계셨고 병환이 깊어서 항상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도 있었다.  젊은 2세,

3세들이 북적거리며 구십이 넘은 노인들을 목욕을 시키는 등, 도와주며 노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뜨락에 누군가가 심어 놓은 분꽃이며 봉숭아, 장독대도 너무 정겨웠다.

맛깔스런 한국음식을 만들어내는 깔끔한 주방을 보면서 어차피 우리들의 대부분도

고향이 아닌 미국에서 노년을 맞아야 한다면 고향의 냄새가 물씬 나는 이런 양로원

하나쯤은 준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 최인호씨의 말처럼 우리 모두 해질녘까지 뛰어 놀다가 엄마가  “아무개야,

이제 들어와라” 할 때까지는 바깥에서 놀아야 한다면, 인생의 마지막 부분을 외롭지

않고 따뜻하게 보내는 방법을 우리 모두 뜻을 모아 생각하는 일도 백세 건강시대를

준비하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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