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 남성 불임 유발”

파록세틴 성분, 정자 DNA 손상시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복용하는 항우울제가 정자의 DNA를 손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코넬대 비뇨기과 피터 슬레겔 교수는 우울증이 없는 남성 35명에게 파록세틴

성분의 항우울제를 4주간 먹게 했더니 정자 수와 정액 양, 정자 모양, 운동성 등에서는

차이가 없었지만, 정자의 DNA가 손상됐다는 결과를 얻었다.

약을 복용하기 전 13.8%였던 정자 DNA 손상율이 약을 먹은 후 30.3%로 올라간

것이다. 슬레겔 교수는 고환에서 사정되기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DNA

손상을 늘리게 되는 것으로 추측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매거진, 일간지 텔레그래프 온라인판

등이 24일 보도했다. 이 연구에 대해 유타대 남성불임전문 더글라스 카렐 교수는 “DNA

손상율 30%는 의학적으로 무시해서는 안될 정도의 수치”라고 말했다.

정자 DNA가 손상되면 불임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유타대 연구팀은

체외 수정 실험에서 정자의 DNA가 손상돼 있으면 배아 형성이 잘 안되고, 배아가

만들어지더라도 자궁에 착상이 잘 안 된다는 결과를 2004년에 미국생식의학회 학술지인

‘임신과불임(Fertility and Sterility)’에 발표하기도 했다.

파록세틴은 SSRI 항우울제의 한 종류다. SSRI 항우울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뇌세포에 재흡수되는 것을 막아 세로토닌의 양을 늘리는 효과로 우울증을

치료하게 된다. SSRI 항우울제는 정자의 운동을 늦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록세틴 성분의 항우울제에는 다국적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팍실(한국에서는

‘세로자트’라는 이름으로 판매)이 있다.

GSK의 자넷 모간 대변인은 “이 연구에서 우리 제품이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결과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제품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데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슬레겔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미국생식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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