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르고,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꿈의 휠체어’ 타보세요”

美 아이봇, 키조절 기능으로 상대방과 눈높이 맞출 수도

‘가라,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Go, where you want to go…)

미국 뉴욕 빙햄톤에 있는 휠체어 제작사인‘인디펜던스 테크날러지 (Independence

Technology)’가 만든 최첨단 휠체어 아이봇(Ibot)이 장애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03년 아이디어 제품이 선보인 뒤 개량을 거듭한 이 혁신적인 휠체어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새 차원의 삶을 제공한다.

아이봇은 기존의 휠체어가 가질 수 없는 계단을 오르는 기능, 네 개의 바퀴가

아닌 두 개의 바퀴로 서는 균형 기능 외에도 신속하게 키를 높여 비장애인들과 눈

높이를 맞출 수 있는 기능 등 장애인이 원하는 거의 모든 기능을 갖고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해 장애인들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을 오르내릴 수가 있고,

모래밭과 거친 도로, 심지어는 산길까지 거침 없이 오르내리게 되었다. 미국의 수많은

매스컴에서는 아이봇 발명에 ‘혁신’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아이봇의 제일 큰 특징은 앞 뒤 바퀴를 교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탁월한

균형이다.

∇균형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사람들은 휠체어가 네 바퀴가 아닌 나란히 달린 두

바퀴로 서는 것을 보면서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눈을 의심하게 된다. 물체가

안전하게 서기 위해서는 세 개 이상의 버틸 수 있는 다리 혹은 바퀴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의 중력에 의해 쓰러지기 쉽다. 자전거나 동물이 설 수 있는 것은

달리는 힘 또는 쇠반고리관 같은 특별한 기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봇은 자전거가 갖고 있는 바퀴 형태인 일직선이 아니라 나란히 서

있는 바퀴의 구조로 돼 있고 게다가 달리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서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동물이 아닌 이상 귀 근처에 쇠반고리관 같은 것도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설 수가 있을까?

아이봇의 동영상을 보면 아이봇을 타고 있는 사람을 다른 사람이 다가가 밀치는

장면이 나온다. 밀치면 뒤로 넘어지리라는 생각과는 달리, 잠시 뒤로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오뚝이처럼 똑바로 선다. 이와 같은 아이봇의 완벽한 균형은 자이로스코프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도입으로 이루어졌다.

자이로스코프는 지구팽이라는 장난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지구팽이에는

수직과 수평 고리가 있고 그 안에 팽이가 들어있다. 팽이는 돌아가고 있는 동안에

일정한 각도를 유지해 수평, 수직 고리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 일정한 균형을 가지고

있다.

그 자이로스코프의 영향으로 아이봇은 그 육중한 무게로도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가 있는 것이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 컨트롤러를 계단 모드에 맞추면 3중

자이로스코프가 작동해 안전하게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이 균형 장치 덕에 사용자들은

쓰러질 염려 없이 마음껏 휠체어에서 춤도 추고 스포츠도 즐길 수가 있는 것이다.

∇바퀴 교체

=앞 뒤 한 쌍씩의 바퀴를 상하 앞뒤로 자유롭게 바뀔 수 있게 만든 것도 아이봇

만의 자랑이다. 이 기능을 이용해 5인치(약 13cm)까지의 턱을 무난히 넘어갈 수가

있고 거친 길이나 모래 사장도 어려움 없이 갈 수가 있다. 한 쌍의 바퀴로 달리다

장애물을 만나면 곧바로 다른 한 쌍의 바퀴로 바꾸면서 넘어갈 수가 있는 것이다.

이 기능의 또 하나의 장점은 바퀴를 상하로 고정해 놓으면 상당히 높아져 서 있는

사람과 눈을 맞출 수가 있다. 약 6피트(약 1m 80cm)의 서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맞출

정도가 되므로 불편 없이 대화할 수가 있는 것이다. 휠체어 사용자들이 심리적으로

제일 불편한 것이 사람들을 올려다 보면서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상대가 항상

내려다 보고 휠체어 사용자는 항상 올려다 보아야 하니까 상대적인 위축감이 들 수

밖에 없다. 비장애인도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다. 휠체어 사용자와 대화를 할 때는

몸을 낮추어 대화를 하는 것이 예의다.

그러나 장시간 쭈그리고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힘들다. 이제 아이봇 사용자와

비장애인이 나란히 서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어 원활한 대화에 상당한 도움을

주게 되었다. 그 외에도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이용해 상대와 자연스럽게

포옹도 할 수 있고 선반의 물건들을 내리거나 올려 놓을 수가 있게 된다. 춤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상대와 함께 키를 맞추어 춤을 출 수 있다는 것도 아이봇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아이봇은 약 시속 10킬로를 약간 넘는 속도로 달릴 수 있고 한번 충전으로 약

25 킬로미터 정도를 사용할 수가 있다. 무게는 127kg. 2008년 신형은 접는 기능까지

추가돼 장거리 여행시 밴이나 SUV에 어렵지 않게 실을 수가 있다.

이 놀라운 휠체어는 2003년 8월 발명가 딘 카멘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어느 날

딘 카멘은 휠체어를 탄 한 젊은 장애인이 턱을 올라가기 위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이 문제는 단순히 휠체어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은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위해 설계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그래서 그는 인간보다 더 나은

균형을 가진 휠체어를 만들고 말겠다는 집념으로‘인디펜던스 테크놀로지(Independence

Technology)’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존슨 앤드 존슨스 사로부터 500만 달러를 투자

받아 아이봇을 탄생 시켰다. 이 회사는 2005년에 상용 제품을 출시했고, 단점들을

보완한 제품에 대해 최근 시험사용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유럽의 귀족 러마이트가 16세기 중반에 선보인 휠체어는 100여 년 전에 독일에서

오늘날과 비슷한 휠체어를 발명한 이후로는 별다른 발전이 없었다. 이제 21세기 들어서

아이봇의 등장으로 휠체어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아이봇의 등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던 장애인들이 이제 인권을 되찾아 가고 있다. 비장애인과 같은 권리를

누리려는 장애인들의 요구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장애인들이 건물이나 야외에서 거침없이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휠체어 장애인 김순석씨의 자살사건이 발생한지 20여 년이 흘렀다. 그는 당시

휠체어로 생활하기에 너무 힘든 서울의 도로 상황을 “우리는 왜 경사로가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행인의 허리춤을 붙잡고 호소하며 살아야 되느냐”는 절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황급히 도로의 턱을 깎아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인도와 보도를 돌아 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도로를 이용하는 일은 할 수 있었지만,

엄청난 경비와 기술적인 문제로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국의 건물 구조나

환경을 모두 바꾸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아이봇이 대중화 될 경우에는

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 지체 장애인들을 위해 엄청난

금액을 들여 사회 제반 시설을 개 보수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바닷가나 산, 혹은

거친 길에 지체 장애인들을 위해 별도의 시설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최근 공익소송이 부쩍 늘었다. 화장실의 화장지 걸이가 높아서

불편해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장애인들에게

보상을 해야 했던 것이다. 미국 장애인 법 중 시설의 높이에 관한 사항이 법에 걸린

것이다. 앞으로 지체 장애인들이 아이봇을 상용하게 될 경우에는 미국 장애인법도

상당 부분 수정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 휠체어만 제공해 주면 된다. 아이봇의 등장으로 무엇보다 장애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활동 영역의 확대다. 이제 주변뿐 아니라, 해외 각 나라로까지

지체장애인들은 어려움 없이 행동 반경을 넓혀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점

아이봇이 대중화되는 데는 아직 몇 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제일 큰 문제는

가격이다. 현재 판매가는 미화로 2만6100 달러다. 웬만한 차 한대 값이다. 미국에서

다른 휠체어에 비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휠체어와 달리 아이봇은

정부에서 시행하는 보험인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가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구입할 수가 없다. 계단을 오를 때 난간을 잡아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팔 힘이

약한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렵고 난간이 없는 계단은 올라가기 힘들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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