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암 극복 돕는 한 가족입니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부센터장 조주희 박사

“암은 완치라는 단어를 쓸 수가 없는 병입니다. 그런데 상당수 보호자들은 암

환자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퇴원하면 환자에 대한 애틋했던 감정을 잃어버립니다.

보호자들이 환자가 수술 후에 느끼는 애로사항을 알 길이 없으니, 서로 간에 충돌이

잦아질 수밖에 없어요.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선 암 치료 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암 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최근 미국 최고의 병원에서 활약하다 파격적으로 31세의 나이에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부센터장으로 영입된 조주희 박사는 한국의 암 문화를 바꿔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는 한국외국어대 영어과에 다니다 미국 아칸소대 영문학과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클린턴 장학금을 타는 등 장학금을 휩쓸고 졸업했다. 이후 평소

흥미를 느끼던 언론학과 보건법을 공부하다 의료법 전공자였던 로버트 레플러 교수의 추천으로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 행동의학과로 방향을 전환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미국

존스홉킨스 암센터와 보건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조 박사는 천식과 심장병을 앓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다. 긴 병원생활을 마치고 학교에 돌아올 때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또래관계를 이어가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늘 재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불안을

갖고 있었죠. 이런 복합적인 고민을 껴안은 상태로 병원 밖의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요. 누군가 먼저 알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제 학창시절은

덜 외롭고 덜 힘이 들었겠죠.”

조 박사는 외롭고 힘들어 하는 암 환자에게 먼저 도움의 손을 내미는 곳이 바로

암교육센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암 환자는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하면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에 굉장한 두려움을 느낀다”며 “게다가 암이 죽을병, 희귀병이라는

편견 때문에 암을 앓았던 사실조차도 숨기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조 박사에게는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몇 년 째 투병을 하고 있는 가족이

있다. 그래서 암교육센터에 방문하는 환자와 보호자가 남 같지가 않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는 환자와 보호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센터에서는 동영상, 뉴스, 논문 등 암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볼 수 있고

상담 간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또 △암 환자의 스트레스 관리 △암 예방

교육 △방사선요법 환자관리 △유방암 선배 환우와의 만남 등 20여개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조 박사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치료 후 관리 시스템이 일찍부터 자리

잡아 잘 운영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병원과 의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조 박사는 삼성서울병원에 처음 왔을 때 관리 시스템의 개념과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40번이 넘는 설명회를 가졌다.

대부분이 조 박사의 새로운 시작에 격려와 응원을 보내줬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사업이 돈이 되냐, 보험 수가가 있느냐”는 냉랭한 반응도 있었다. 또 조 박사가

의사출신이 아니어서 겪는 보이지 않는 벽도 존재했다. 조 박사는 이런 병원이 때론

‘외로운 섬’처럼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존스홉킨스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잠깐 전문의 자격증 취득을 고민할 때

지도교수 중 한 명이었던 데보라 로터 교수가 만류했어요. 제가 할 일엔 의사 자격증이

필요 없으니 욕심내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또 이미 치료 후 관리 시스템이 정착된

선진국에 가서 편하게 일하며 호의호식할 생각하지 말고 한국에 가서 시스템의 초석을

다지라고 가르치셨죠.”

조 박사는 삼성서울병원을 시작으로 한국 나아가 아시아의 암 문화를 바꿔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암교육센터에 관심을 갖는 아시아의 다른 병원에게도 여러 가지 자문을 하고

있어요. 암교육센터의 중요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활성화되면 암을 숨기고

두려워하는 부정적인 인식들도 차츰 사라질 겁니다. 암을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자-가족-병원이 하나가 돼야 합니다.”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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