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저리’ 남의 일 아니다…B형 인격장애 증가

자기 밖에 모르고 들쭉날쭉한 성격…혈액형관 무관

11일

국내 언론들은 서울발 사진으로 인해 ‘엽기녀’ 전력이 폭로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달 말 서울대와 알앤엘바이오를 통해 자신의 죽은 애완견을

복제한 버낸 매키니가 31년 전에 일어났던 ‘영국판 미저리’ 사건의 주인공임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영화 ‘미저리’의 여주인공은 불안한 자아에 집착하는 인격장애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바이오기업을 통해 자신의 죽은 애완견을 복제한

미국 여성(사진)이 31년 전에 일어났던 ‘영국판 미저리’ 사건의 장본인임이 밝혀져

화제가 된 것.

매키니는 1977년 당시 자신을 떠난 남자친구를 오두막집으로 납치해 침대에 묶어

놓고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돼 영국 전역을 들끓게 했다. 90년 미국 영화 ‘미저리(Misery)’가

나왔을 때 영국인들은 이 사건을 떠올렸다고 한다. 영화에서 캐시 베이츠가 분한

여주인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침대에 묶어 놓고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를 망치로

으깬다.

매키니의 사례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사람에 대한 집착이 동물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 것일까? 사랑은 소유하는 것일까? 시인 이성복이 시 ‘그날’에서 읊은 것처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는 것일까?

서울대 정신과 류인균 교수는 “보통 사람은 실연의 상처를 입었을 때 부정과

합리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현실을 받아들인다”며 “그러나 매키니와 같은 인격장애

환자는 자신의 불안정한 자아를 벌충하기 위해 사람이나 동물에 끝까지 집착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정신의학에서는 인격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모가 난 ‘인격장애’를

세 가지로 나눈다. A형이 기이하고 괴상한 행동을 하는 것, C형이 불안과 두려움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는 것이라면 B형은 자기의 자존심에 유난히 집착하고 감정적으로

들쭉날쭉한 성격이다. B형 성격장애라고도 부르는데, 혈액형 심리학의 ‘B형 성격’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공교롭게도 둘 다 자기중심적인 특징이 강하다. 물론 혈액형

심리학은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

B형 인격장애는 또다시 경계선, 자기애적, 히스테리성,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으로

세분화된다. 경계선 인격장애는 자아가 불안정해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평가나 기분이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것이 특징이다. 이성에게 한눈에 반하며 한 사람에게 싫증을

잘 내고 곧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곤 한다.

자기애적 인격장애는 사이비 종교 교주에게 많으며 자신에 대한 칭찬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데에만 관심을 가진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데 표현을

안 할 뿐이라고 생각하며 특정인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들도 자기애적 인격장애의

전형적인 사례다.

히스테리성 인격장애는 자신이 연극의 주인공인 양 과장된 말투나 행동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범죄인에게 많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하거나 범죄를

아무 죄의식 없이 저지른다.

일관성 없는 양육 방식도 원인

B형 인격장애는 한마디로 불안한 자아에 집착하는 정신장애다. 다른 사람은 자신의

텅 빈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존재하며 사랑도 비정상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 사이에서 경계선•자기애적 인격장애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는 일관되지 않은 양육 방식과 과보호 또는 무관심으로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부모가 일관성 없이 자녀를 키우고

자신의 꿈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B형 인격장애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칭찬이 가장 좋은 ‘예방약’이지만 과보호 역시 아이를 망친다. 또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잘못된 양육 못지않게 유전적 원인도 크다. 대체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어 뇌 전두엽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아이는 커서 반사회적 인격장애 환자가

될 가능성이 크므로 아이가 지나치게 산만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면 조금이라도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인격장애의 치료는 무척 어렵다.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인격장애는 환자보다는 옆에 있는 사람이 힘들기 때문에 ‘마늘애호가’(Garlic Lover)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환자를 설득해서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이 우선이다.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깨닫고 이에 대해 대응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심리 상담을 받는다.

또 기분과 충동성을 조절하는 약을 복용한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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