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나를 치유하는 힘, 암세포도 웃다 죽어요”

웃음임상치료사 서울대병원 이임선 간호사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암센터에는 왁자지껄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어떤 환자는 혀를 내밀며 웃고, 다른 환자는 손뼉을 치며 웃는다.

병동이 들썩일 만큼 웃고 나면 암세포에 짓눌려 무거웠던 환자들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옆에서 함께 웃던 환자는 어느새 친구가 된다. 암 환자의 얼어붙은 마음을 웃음으로

녹이는 이는 이임선 간호사다.

이 간호사는 웃음전도사로 통한다. 작지만 단단한 체격의 그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웃음치료를 하거나 의료진에게 강의를 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언제나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바쁜 일상 틈틈이 대학이나 보건소로 강의를 나간다. 올해 2월에는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모아 책 ‘웃음, 나를 치유하는 힘(랜덤하우스)’을 펴냈다.

“바쁘지만 웃기 위해 나를 기다려 주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힘들지는 않아요.

웃음치료를 알게 된 후 훨씬 행복한 삶을 삽니다.”

이 간호사가 웃음치료를 접한 것은 4년 전이다.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서울대병원의

모든 과에서 진료를 받을 만큼 건강 상태가 나빴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찾아온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웃음치료를 처음 받았는데, 이것이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예전의 건강을 되찾았을 뿐 아니라 본격적으로 웃음치료를 공부했다.

강의-치료때 유쾌함 잃지 않는 웃음전도사

웃음을 레크리에이션이나 사회복지 측면에서 접근하는 치료법이나 전문가는 많이

있지만 의료인이 환자를 상대로 웃음치료를 하고 웃음임상치료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하는 사람은 그가 처음이다.

그가 대표 강사로 있는 한국웃음임상치료센터는 의사나 간호사, 보건교사, 보건소장

등에게 웃음임상치료를 교육한다. 이 간호사 외에도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함봉진

교수, 서울 백병원 가정의학과 김규남 교수, 인하대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우 교수

등이 강사로 활동한다. 현재까지 250명의 강사를 양성했으며, 1급 웃음임상치료사

자격증을 가진 의료인은 전국에 14명뿐이다.

“웃음임상치료는 2005년 유방암 환자 8명으로 출발했는데 이제는 암뿐만 아니라

희귀병 등 다양한 병을 가진 환자들이 멀리 해남에서도 찾아올 만큼 웃음치료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 간호사는 암환자의 웃음치료에 특히 관심이 많다. 그는 “어느날 암센터를

지나다가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표정에 하나같이 웃음이 없다는 것을 새삼 발견했다”며

“환자들은 몸의 병으로 마음까지 지쳐 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웃게 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웃다보면 입맛 살고, 피부 빛나고, 기분도 안정

그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억지 웃음’에 관한 것이다. 이 간호사는 그 질문에

대해 “억지로라도 활짝 웃으면 눈 주위를 둘러싼 근육이 뇌에서 즐거움과 감정을

지배하는 부위를 자극한다”며 “이때 뇌는 진짜 즐거워서 웃는 것으로 인식하고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과 옥시토신을 마구 분비해 우울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고

자신있게 답했다.

억지로 웃음을 만들기 위해 그는 손을 파닥거리고 발을 동동거리는 펭귄 웃음,

눈을 굴리고 혀를 아래로 쑥 내리는 사자 웃음 등을 직접 만들었다. 그저 우스운

동작이 아니라 즐거움과 감정을 지배하는 뇌 부위를 자극하는 동작이다. 몸을 움직이며

따라하다 상대방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웃음이 자연스럽게 터진다. 적어도 4주 이상

꾸준히 실천해야 효과가 있다.

미국 UCLA대학병원의 프리드 박사는 하루 45분 웃으면 고혈압이나 스트레스 같은

현대병도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을 밝히는 등 그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웃음의 효과가

입증됐다.

현장에서 웃음치료의 효과를 체감한 그는 “많이 웃으면 침이 고여 입맛이 돌아오고,

피부가 좋아지며, 정서가 안정되는 등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포부라면… ‘행복한 간호사’ 1만명 키우고 싶어”

간암 2기 판정을 받았던 50대 후반의 수녀는 항암치료와 웃음치료를 병행해 6개월만에

건강이 회복됐다. 두경부암 때문에 방사선 치료를 받아 후유증으로 침샘이 망가졌던

67세의 남성은 웃음치료로 입에 침이 다시 고였다.

이 간호사는 다만 중증 우울증 환자에게는 웃음치료가 상태를 더 악화시키고,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는 동작을 너무 과격하게 하면 뇌출혈 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각박해진 탓도 있지만, 병원에서도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예전보다 환자들의 얼굴에 웃음이 많이 사라졌다”며 “환자들이 웃으려면 의료진이

먼저 행복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간호사 1만 명을 양성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일반인에게는 평소 웃는 습관을 가지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며 ‘백설공주

웃음법’을 강의한다.

“집 현관에 거울을 걸어 놓고 자기 이름을 부르며 칭찬해 보세요. 엘리베이터

안에서나 지하철에서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해보세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기쁨이 싹틀 겁니다.”

소수정 기자 crystals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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