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산 역류로 생기는 ‘가슴 타는 병’

역류성 식도염 급증… 한국인의 대표적 위장병 차지

식은땀이 나면서 숨이 막힌다. 속이 타 들어간다. 이러다 심장이 멎는 것은 아닐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최근 야근을 하다 새벽에 가슴이 빠개지는 느낌이 들어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그는 심장병을 의심하고 입원해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이상 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더니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김씨처럼 역류성 식도염을 앓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대한헬리코박터및상부위장관연구학회가 2006년 1~6월 전국 40개 병원에서 건강검진 때 위내시경을 받은 16세 이상 2만5536명을 대상으로 위장병 발병률을 분석했더니 역류성 식도염이 7.9%를 차지해 한국인의 대표적인 위장병으로 떠올랐다. 위궤양 3.3%, 십이지궤양 2.1%, 위암 0.25%보다 월등히 많았다. 5년 전인 2001년의 발병률 2.37%에 비해서도 급증했다.

기름기·술 과다 섭취가 원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전반적으로 위생상태가 좋아지면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감염률이 낮아지고 이 세균과 관련한 위장병 유병률은 감소하는 추세”라며 “반면 과체중과 비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역류성 식도염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류성 식도염은 산성(酸性)의 위액이 식도로 올라오면서 신물이 나거나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을 일으킨다. 서양에서는 ‘가슴이 타는 병(Heart Burn)’으로 불리며, 성인의 40~60%가 이 병 환자다. 특히 재미교포 사이에서 이 병은 ‘이민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민 직후 스트레스에다 기름진 음식과 탄산음료 등을 갑자기 많이 먹게 되면서 통과의례처럼 이 병을 앓는다는 것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주로 식도와 위 사이의 조임근육이 느슨해지면서 발병한다. 사람은 음식을 먹은 뒤 물구나무를 서도 위의 내용물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데, 이는 조임근육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근육이 탄력을 잃었을 때나 임신이나 비만으로 복압이 높아졌을 때, 또는 기름진 음식, 술, 커피, 탄산음료 등을 과다 섭취했을 때 위산이 역류하게 된다.

복부비만·임신 땐 증세 심해져

이 병의 통증은 배의 압력과도 관계가 깊다. 복부비만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복압이 높아 이 병 발병률이 1.6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식사 뒤 앞으로 구부린 자세를 취할 때에도 증세가 나타나곤 한다. 반면 물을 마시거나 껌을 씹어 침을 많이 삼키면 증세가 가라앉는다.

흥미롭게도 위장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있으면 역류성 식도염이 덜 생긴다. 이 세균이 위산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한때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에 감염돼 있는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헬리코박터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그러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위궤양ㆍ십이지장궤양뿐 아니라 위암도 일으킨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헬리코박터부터 없애는 것이 새로운 원칙으로 자리를 잡았다.

역류성 식도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위산 분비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며 보조적으로 식도운동을 촉진하는 약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환자의 20~30%는 약이 잘 안 듣고 일단 치료된 환자도 약을 끊으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식사 후 바로 눕지 말아야

음식은 적게 자주 먹고 특히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덜 먹어야 한다. 비만과 관련이 크므로 매주 사흘 이상 땀을 흘릴 정도로 운동해 건강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건강체중은 젊었을 때 최고 컨디션의 체중 ±5㎏이다.

또 식사 후 바로 눕거나 과격한 운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가급적 야식을 삼가는 것이 좋고, 야근 중 배가 고프다면 적게 먹도록 노력해야 한다.

술과 담배ㆍ커피ㆍ홍차ㆍ초콜릿ㆍ박하 등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므로 멀리하는 것이 좋다. 신맛의 과일주스나 탄산음료ㆍ토마토는 식도 점막을 자극하므로 덜 먹는다.

이 증세가 있는 사람은 잠자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지 않고 엎드려 자지 않도록 한다. 고침단명(高枕短命)이라지만,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환자는 높은 베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조이는 옷은 복부 압력을 높이므로 평소 느슨한 옷을 입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 병 환자는 몸을 구부리면 통증이 생기므로 일상생활에서 몸을 굽히는 동작을 줄여야 한다.

※이 칼럼은 중앙SUNDAY 7월 20일자에 게재됐던 것입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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