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임신 전기간 태아 성감별 금지는 헌법불합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내년 말까지 고쳐야

태아 성(性)에 대해 사전에 알려줄 수 없도록 규정한 의료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31일 태아 성감별 고지를 금지한 의료법 조항에 대해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법 개정까지 일정기간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시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따라 `의료인이 태아의 성감별을 목적으로 임부를 진찰하거나 진찰

중 알게 된 성별을 본인이나 가족에게 알려줘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의료법 제20조

제2항은 입법자가 2009년 12월31일까지 개정하고, 그 때까지 이 조항은 잠정 적용된다.

이 조항이 성감별 내용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한 것은 남아선호사상 분위기 속에서

여자태아인 경우 낙태를 함으로써 사회적 남녀성비 불균형 현상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임신 28주 이후까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기본권 제한”

재판부는 "태아성별고지 금지는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방지함으로써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면서

“그러나 낙태가 불가능한 임신 후반기까지 전면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과 태아 부모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와 부모의 정보접근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의료법 제20조 제2항은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임신기간이 통상 40주라고 할 때 28주가 지나면 낙태 그 자체가

위험성을 동반해 태아에 대한 성별 고지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더라도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가 행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의료법

제20조 제2항을 입법할 때에 비해 남아선호경향이 현저히 완화됐고 남녀성비가 여아

100명 당 남아 107.4명으로 자연성비 106명에 근접하는 점 등에 비춰 임신기간 전기간에

걸쳐 성별고지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대처"라고 설명했다.

정 모 변호사는 2004년 5월 아내가 임신했는데도 의사가 태아성별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헌법 소원을 냈다. 산부인과 의사 노 모씨도 2005년 11월 성감별을 고지했다는

혐의로 적발돼 면허정지 6개월 처분을 받자 헌법소원을 냈다.

“성감별 고지 의사면허 취소는 과잉처벌, 낙태는 영아살인죄로 처벌 가능”

신현호 변호사(의료 전문)는 “태아의 성을 알려준다고 의사면허 취소까지 가능케

한 법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헌재의 판결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이날 결정으로 태아 성감별에 의한 낙태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임신 5개월, 심지어는 7개월 이상에서도 낙태가 이뤄지고 있으며

성감별이 이런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인재 변호사(의료 전문)는 “낙태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야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데 비해 성감별은 곧바로 자격취소를 할 수 있으므로 성감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무겁다”면서 “임신 7개월 이상의 낙태는 영아살인죄로 처벌하는 등 임신중절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지 성감별 자체를 과잉처벌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은지 기자 jej@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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