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기업 ‘밀접한 관계’ 외국의 사례는?

유착 고리 있지만… 연구지원금 공개 등 자정노력 한국과 달라

  선진국에도

의사와 제약회사 간의 유착이 있지만 많은 의사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사슬을

끊으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르다.

미국 터프츠대 의대 내과 캐시러 박사는 저서 ‘더러운 손의 의사들’에서 “모두의

건강이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의사와 기업 간 결탁의 복잡한 관계와 그

범위가 공개돼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캐시러 박사는 “기업이 의사를 좌우하려는 것도 문제지만 의사 스스로 기업과의

유착을 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유령 자문위원’이다. 유령 자문위원은 기업의 자문역을

맡아 고급 레스토랑이나 휴양지로 초대받아 어떤 포도주가 나은지 설명하는 것 이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의사를 비꼬는 말이다.

캐시러 박사에 의하면 TAP라는 제약회사의 자문위원들은 자문 보고서를 한 부도

쓴 적이 없으며, 의사를 초빙한 영업사원 역시 의사들에게 ‘자문할 것’에 대해

아무런 의논도 하지 않았다. 의사들은 사실 자문위원이 아니라 단지 향응을 받은

것에 불과했던 것.

“제약회사 어떤 선물도 받지 말자” 캠페인

미국에서는 의사협회가 제약회사와 유착관계를 끊자는 자정 캠페인을 벌일 때

제약계로부터 돈을 받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01년 미국의사협회는 제약회사로부터 어떤 선물도 받지 말자는 자정 캠페인을

시작했다. 캠페인 비용은 64만 5000 달러(약 6억5500만원). 그런데 이 돈이 제약회사들의

이익단체에서 나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8월30일자로

미국제약회사협회가 왜 캠페인을 후원했는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미국신경정신약물학회는 2004년 불안장애, 우울증, 정신분열증 치료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에 대한 공청회를 며칠 앞두고 효과가 좋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비판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1월 22일자로 전문위원 10명 중 9명이 제약회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도했다.

캐시러 박사는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이나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등에 게재되는 논문에는 저자들의 재정적 관계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해관계가 없는 저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저자의 자문위원비,

강의사례금, 연구 기부금의 출처 등을 밝혀 재정적 이해관계를 투명하게 노출시키는

것.

그는 2002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렸던 우울증 치료약 네파조돈에 관한

논문을 예로 들며 “저널에서는 이 논문의 주요 저자 12명 중 1명을 뺀 11명이 이

연구를 지원한 회사와 재정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독자들에게 밝혔다”고 말했다.

“막대한 자금지출은 효과 있기 때문”

대부분의 의사들은 자신이 정직하고 전문적이어서 돈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에 캐시러 박사는 “많은 의사들이 선물과 식사를 비롯한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접대 등에 자신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부정하지만, 제약회사가 여전히 의사나

학회에 선물과 후원금 등 막대한 돈을 지출한다는 사실은 그러한 지출이 효과를 보고

있음을 증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의대 트로이엔 트레넌 박사팀은 2006년 1월 25일 미국의사협회저널에

“아주 사소한 선물조차도 의사의 판단에 교묘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들이 제약업체들의 부적절한 영향력에 이끌려가지 않도록 이제 스스로를

단속해야 하며 의사들이 제약계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 등의 행동을 대학병원이나

대학 당국이 강력하게 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 의대 제롬 그루프먼 박사는 저서 ‘닥터스 씽킹’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사의 판단은 사적인 이윤추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며 “불필요한 수술이나

치료제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의과대학과 대학병원뿐”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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