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인정할 수 없다” 가처분신청 기각

법원, 현행법상 생명권 보전이 우선

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 서부지방법원 민사21부(재판장 김건수 부장판사)는 10일 식물인간 상태인

70대 노모 김모(75) 씨에게서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해 달라며 자녀들이 병원을 상대로

낸 ‘연명치료행위 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씨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현행법에서는 절대적으로 생명권을

보정해야 하므로 신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현행 형법은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것은 살인 혹은 살인방조죄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우리사회의 전통적 생명경외사상에 비춰볼 때 생명의 단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치료중단에 대해서는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환자가 인간적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죽음을 맞을 권리, 이른바 존엄사

혹은 소극적 안락사를 법원이 인정하는지 여부를 놓고 주목을 받아왔다.

김 씨 측 소송대리인인 신현호 변호사(법무법인 해울)는 “이번 결정에서는 생명권이

절대적으로 우선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나라는 사형제도까지 두고 있기 때문에 꼭

그렇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 “이번 결정이 ‘절대로’라는 개념보다는 ‘유보적

결정’으로 내려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신현호 변호사는 즉시 항고하고

지난 달 2일 세브란스 병원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도 계속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병원측 소송 대리인 신동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다솔)는 “혼수상태에 빠진 당사자를

대신해 가족들이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것부터가 문제가 있었다”면서 “가족측의

민사소송 역시 가처분 신청과 똑같은 개념이고, 같은 판결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신동선 변호사는 “병원 입장에서도 기본적인 대응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김 씨는 동네 개인의원에서 2월 16일 폐렴의심 진단을 받고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조직 내 혈관에서 출혈이 있었고 2월18일부터 의식이

없는 상태로 뇌사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김 씨의 자녀들은 노모가 평소 반듯하고 존엄하게 타계하기를 원했다면서 병원

측이 인공호흡기나 약물 등 치료 방법을 사용해 생명을 연장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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