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동물산업 탄탄해야 바이오강국

인프라 투자 뒷전… ‘마우스뱅크’ 지원 절실

정부는 2005년 국가영장류센터를 만들어 영장류 대상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센터는 모두 6종류의 원숭이 140여 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한 마리에 500만~1000만원을

호가한다. 항온 항습이 유지되는 무균(SPF)시설에서 키우며 신약 개발, 줄기세포

연구, 바이오장기 개발 등에 사용한다. 연간 가스비용만 3억원이 든다. 또 비싼 원숭이들이

잘못 먹고 병에 걸리면 손실이 크기 때문에 센터의 원숭이에겐 신선한 제철 과일을

먹인다.

국가영장류센터는 1년에 평균 40~50건의 연구를 진행한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3, 4건 정도다. 국가영장류센터 이상래 박사는 “생명공학이 발전할수록 사람과 가장

가까운 원숭이가 실험용으로 더 많이 필요하며, 삼키는 내시경 같은 새로운 물질들이

등장하는데 원숭이 실험이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쥐 실험에 대한 투자는 대단히 미흡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실험동물의 윤리적 사용과 실험결과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실험용 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나

규제가 전혀 없다.

쥐 실험은 생명과학의 바탕이 되는 분자와 세포에 대한 연구 결과가 사람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할 때 필수적인 과정이다. 대부분 수준 높은 논문은 쥐 연구를

근거로 발표된다. 하지만 쥐를 이용한 실험에 대한 투자는 뒷전이다.

쥐 실험 단계 부실하면 영장류 연구도 절름뱅이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이한웅 교수는 “생명과학 분야는 수준별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면서 “분자와 세포 수준에서 연구를 한 다음 이것을 쥐에게 적용하고, 그

다음 단계로 영장류와 사람에게 적용해야 하는데 쥐 실험에 대한 지원 계획이 없다면

불균형이 초래된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 신경과학센터 신희섭 박사는 “쥐 실험은 이익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간접자본을 창출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에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쥐 실험은 몇 년 연구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유지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실험동물자원과 채갑용 과장은 “예전엔 실험동물 생산 시설자금을

융자해주기도 했지만 현재는 각 시설마다 품질 모니터링 정도만 하고 있을 뿐 정책적인

지원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실험동물을 생산하는 업체를 지원하고 규제하는

법률은 지난 3월 28일자로 제정, 공포돼 1년이 경과된 내년 3월 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실험동물 생산 관리 뒷받침할 정책 실종

동물실험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생명과학연구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 제정된

‘실험동물에관한법률(법률 제 9025호)’은 실험동물 생산과 관리에 대한 정책 수립과

지원, 실험 결과의 윤리성과 신뢰성 확보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주요 내용은 ▽동물실험시설 설치자 및 실험동물공급자는 식약청장에게 등록해야

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격요건을 갖춘 관리자를 두도록 하며 ▽동물실험으로

인한 재해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운영자 또는 관리자에게 폐쇄, 소독, 살처분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실험수행자로 하여금 동물의 종류, 사용량, 수행된

연구의 절차를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유전자조작 쥐는 어느 특정 유전자를 고장내거나 변형시키는 등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데다 가격이 비싸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상쥐 생산 유통 업체에서는

취급하지 않는다. 유전자조작 쥐가 필요한 연구팀이 직접 만들어야 하지만 현장에서

유전자조작 쥐를 만들 수 있는 인력은 한정돼 있다. 정부는 유전자조작 쥐가 개별

연구이기 때문에 지원해 줄 방법이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오구택 교수는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국가에서 쥐 실험을

하는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따로 지원해준다”며 “유전자조작 쥐를 만들면 국가적

보존 뱅크를 지원해 주고, 연구자 개인이 보존할 때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전자조작 쥐 생산관리 계획 “아직 구상중”

대신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러한 유전자조작 쥐의 연구 효과를 최대화하겠다는 취지로

‘젬마우스(GEM. Genetically-Engineered Mouse) 프로젝트’를 구상중이다. 젬마우스

프로젝트는 유전자조작 쥐를 통해 얻은 실험 결과를 정부가 수집해 하나의 ‘마우스

뱅크’를 만들고 이를 활용, 분석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유전자조작 쥐의 연구결과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 프로젝트는 아직 구상 단계이며 예산도 수립되지 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원천기술개발과 정건영 사무관은 “바이오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유전자조작 쥐 연구결과를 집약한 젬프로젝트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구상만 하는 수준”이라며 “유전자조작 쥐에 관한 정보를 테이터베이스화해

분석, 활용하게 하는 이 사업은 생명과학연구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성격이며 연간

80여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마우스뱅크를 만들려면 어떤 수준의 어떤 데이터를 넣어야 하는지, 범위와

내용, 이것들을 진행할 연구기관 등을 정하는 기초조사부터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당장 추진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한웅 교수는 “실험동물의 안전한 관리와 효율적인 쥐 실험을 통해 국가 연구개발

예산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산학연 협력과 정부차원의 실험동물 인프라 지원, 실험동물기업의

육성, 관리 등의 정책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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