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지방간, 심혈관병 부른다

“과체중-대사장애땐 8세부터 간 검사를”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어린이가 지방간이라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소아과 제프리 시머

교수팀은 간 조직 검사를 통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진단받은 어린이 150명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없이 단순 비만인 어린이 150명을 비교했다. 연구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평균 12.7세였다.

미국 과학논문 소개 사이트인 유레칼러트와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 온라인판의 지난달 30일 보도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그룹의 57%와 단순 비만인 그룹의 54%는 체질량지수(BMI) 상위 1%에 드는 심한

비만이었다.

미국에서는 약 600만명 이상의 어린이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앓고 있다. 영남대 가정의학교실 이근미 교수는 ‘우리나라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어린이 유병률은 약 2.6%지만, 비만 어린이에서는 52.8%로 급증한다’고 2004년 가정의학회지에

소개했다.

알코올성 지방간과는 달리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이 원인이 아니다.

잘못된 식습관이나 비만 등으로 몸의 대사기능에 이상이 생겨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이다. 이렇게 쌓인 지방 때문에 간이 제 기능을 못하게 돼 2형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같은 대사장애의 위험이 높아진다. 문제는 지방간은 증상이 심해지기 전까지는 겉으로

드러나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대사장애 있으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 5배

대사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은 대사장애가 없는 어린이에 비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위험이 5배정도 더 높았다. 시머 교수는 “지방간이 있는 어린이의 약 25%는

20대까지 간염으로 진행될 수 있고 지방간이 있는 어린이의 20% 정도는 간경화로

증상이 심해질 수 있는데 간경화에 걸리면 기대수명은 7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연구 결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비만 어린이들이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나타내는 공복혈당, 인슐린, 총콜레스테롤,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지방단백질(LDL),

중성지방, 고혈압 등의 수치가 단순 비만 어린이들에 비해 더 높았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지방단백질(HDL)수치는 낮았다.

인종별 비교에서는 히스패닉계와 아시아계 어린이는 지방간이

있는 비만 그룹에 더 많았고, 백인종, 흑인종은 단순 비만 그룹에 더 많았다.

시머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가진 어린이, 청소년들이

나이와 성별, 체질량 지수가 비슷한 또래에 비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더 높다”면서

“간에 쌓이는 지방은 비만 그 자체보다 더 위험한 요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어린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해 환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의사들도 심각성을 잘 모른다”며 “과체중이거나 대사 장애가 생긴다면

8세 정도부터 비알코올성 지방간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심장학회가 발간하는 ‘순환(Circulation: 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최신호에 발표됐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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