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토론회 “성분명처방, 환자상대 생체실험”

토론회서 “카피약 공개는 경각심 환기 목적”

대한의사협회가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 조작 의혹이 짙은 카피약(복제의약품)

576개 품목과 총 93개 중 86개 제약사의 소명자료를 함께 공개했다.

의협은 28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3층 동아홀에서 약사

제약회사 측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성분명 처방, 과연 국민을 위한 제도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에 앞서 의협은 카피약 목록과 소명자료가 적힌 책자를

배포했다.

이에 대해 의협 주수호 회장은 “생동성조작 의혹품목 공개는 불합리한 대체조제

등 성분명 처방의 문제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지 일각에서 우려하는

제약사 죽이기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의협이 공개한 카피약 576개 품목은 2006년 9월 28일 생동성시험 조작

파문 당시 생동성을 입증할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던

제품이다. 당시 식약청은 총 18개 시험기관에서 115개 품목의 자료조작 사실을 확인하고

제약사에 시험데이터파일과 출력물을 요구했다. 하지만 제약사는 생동성을 인정받은

후엔 자료를 보관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576개 품목은 모두 식약청으로부터 시판허가된 제품이다. 그중 10개 품목만이

지난 2월 15일과 3월 28일 2회에 걸쳐 식약청으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회수, 폐기됐다.

이날 토론회의 화두는 ‘성분명 처방제’였다. 성분명 처방제는 의사가 처방전을

적을 때 약의 이름을 지정하지 않고 성분명으로만 적어 주고, 약국에서 약사가 그

성분의 약품들 중 하나를 선택해 조제해 주는 제도다. 이는 의사가 처방전에 약의

이름을 상품명으로 적어주는 상품명처방제와 대립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07년 9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성분명 처방제에 대한 시범사업을

국립의료원에서 시행하며, 그 결과를 분석한 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국립의료원은

5가지 계통의 20개 약품, 32개 품목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제도는 환자 대상으로 한 생체시험”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장인진 교수는 ‘성분명 처방과 국민건강’이라는 주제발표를

맡았다. 그는 “생동성 시험을 수행하는 환경과 실제 약물이 사용되는 환경이나 대상자의

차이가 있다”며 생동성 시험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카피약 간의 대체 또는

성분명 처방이 이루어 질 땐 적어도 12%에게서 치료의 실패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엄격한 약물 효과조절이 필수적인 환자에게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2부 지정토론에서는 성분명 처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신성태

학술이사는 “현재 시행중인 성분명 처방제 시범사업은 비교적 위험성이 없는 약품이기

때문에 큰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나 확대 시행한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성분명 처방제를 억지로 시행하면 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생체 시험을 하는 것과 같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울산대 의대 임상약리학교실 노규정 교수는 “일본에서는 상품명, 카피약 처방에

대한 선택은 의사가 하도록 돼 있다”면서 “이는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의사의 역할을 리베이트에 대한 헛된 걱정이나 보험재정보다

더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의협 박정하 의무이사는 의협의 입장을 대변해 가장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이사는

“약의 전문가는 의사지 약사가 아니다”며 “성분명 처방은 비의료인인 약사에게

환자 치료를 담당하게 하는 의료법 위반으로 정부 스스로가 법체계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007년 10월 6일 대의원 임시총회에서도 ‘의료계의 정당한 반대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성분명 처방을 전국으로 확대 실시하면 이 땅의 모든 의사들은

국민 건강권과 진료권 사수를 위해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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