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백 메고 구부정하게 걸으면 ‘거북목’ 위험

빅백 유행… 하이힐에 무거운 가방차림 병을 부른다

커리어 우먼들의 가방이 너무 무겁다. 무거운 가방을 메게 되면 어깨 통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허리에도 부담을 줘 똑바른 체형을 해치거나 디스크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외국계 전산회사에 다니는 윤승현(31) 씨. 거래처와의

미팅이 잦은 업무 특성상 노트북과 다이어리는 그의 필수 품목이다. 평소 자가용으로

출퇴근했지만, 치솟는 기름값에 그도 결국 항복하고 집이 있는 강남에서 여의도까지

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부터

그는 허리 통증이 부쩍 늘었다.

그의 커다란 가방 속을 들여다 보자. 지갑, 화장품 파우치,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문고판 책, 업무용 서류…. 가방 무게까지 합치면 3kg은 족히

넘는다.

2008년 여성들의 핸드백 트렌드는 ‘빅백(Big Bag, 큰 가방)’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빅백의 인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서울 잠실점의 한 핸드백

매장 매니저는 “6대 4 정도로 빅백이 유행”이라고 전했다. 백화점 앞 지하상가의

한 핸드백 가게 사장은 “트렌드가 ‘빅’ 아니면 ‘미니’ 양 극단으로 갈린다”며

“빅백이 전체 매상의 약 60%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올해 핸드백 ‘Big Bag’이 대세

빅백은 크기는 커진 대신 가벼운 원단이나 가죽을 사용해 무게를 줄이긴 했다.

보통 핸드백의 무게가 500~700g인데 비해 빅백은 1kg 정도. 여자들은 트렌드에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빅백’을 들게 되고 가방 크기가 커져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한꺼번에 넣고 다닌다.

가방을 양 어깨로 번갈아 메는 것이 어깨, 척추에 부담을 덜 준다는 것은 알지만,

의식적으로 메기 전에는 습관적으로 한 쪽 어깨만 쓰게 된다.

남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한 쪽으로 메는 가방에서 점차 배낭형의 ‘백팩(back

pack)’으로 유행이 변하고 있지만, 여자들의 유행은 정반대다.

한 핸드백 제조사 디자인 관계자는 “여자들의 정장에도 어울리는 백팩이 7, 8년

전에 잠깐 유행을 하긴 했다”면서 “백팩이 무게를 분산시켜 어깨 피로를 줄일 수

있지만 멋을 추구하는 여성들에게는 끌리는 아이템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내용물 포함한 무게 2Kg 정도로 줄여라

2007년 1월 미국 텍사스주 베일러 의대 제인 새들러 교수는 목과 머리에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가방 무게를 조사했더니 3.1~4.5kg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경희의료원 재활의학과 이종하 교수는 “어깨에 메고 5분 정도 지난 후 어깨에

불쾌감이 생기면 무거운 것”이라고 말한다. 불쾌감을 잘 모르겠다면 다른 사람이

보거나 거울의 자기 모습을 봐서 자세가 기울어 있으면 이미 어깨에 무리가 왔다는

설명이다.

이종하 교수는 “어깨에 메기 적당한 무게는 있을 수 없고 자기 근력에 따라 다르다”면서

가방의 절대적인 무게를 따지기보다는 가방을 포함한 내용물의 무게를 2kg 내외로

줄이라고 권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라도 20~30분마다 가방의 위치를 반대편 어깨로

바꿔줘야 한다는 것이다.

20~30분마다 메는 위치 바꿔줘라

어깨, 팔 근육은 다리 근육과 쓰임새 자체가 다르다. 다리 근육은 몸무게를 지탱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므로 단단하다. 달리기를 할 때 온 몸의 하중을 한 발로 지탱해도

금방 큰 피로를 못 느낀다.

하지만, 어깨, 팔 등의 상체 근육은 손이나 팔을 움직이는 섬세한 움직임 위주의

근육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무게를 지지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이종하 교수는 “여성의 패션 아이템 중 하이힐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말한다.

하이힐을 신는 것 자체가 평균대 위를 걷는 정도의 균형 감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허리와 다리에 어느 정도의 긴장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이힐을 신고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는 것만큼 병을 만드는 지름길은 없다”고 말했다.

큰 가방 메고 걸을 땐 앞가슴 쫙 펴라

이종하 교수에 따르면 무게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자세 왜곡’이다. 잘못된

자세는 척추에 부담을 줘 허리 통증을 유발하며,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의 통증까지도

일으킨다는 것이다.

가방 무게 때문에 바른 자세를 유지하지 않고 꾸부정하게 있다 보면 목 뒷부분의

근육과 인대가 늘어나 목을 앞으로 빼는 ‘거북목 증후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는 “거북목 교정을 위해 의도적으로 목에 힘을 주는 습관을 들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단순히 목에 힘만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자세를 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권하는 좋은 자세는 허리의 요추, 흉추를 충분히 펴는 자세다. 가방을 한

쪽 어깨로 메더라도 앞 가슴의 명치 주위가 쫙 펴지도록 하면 자연히 요추, 흉추에도

힘이 들어 간다는 것이다. 행진하는 군인들의 가슴 쫙 편 자세를 상상하면 된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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