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난립, 어디가 좋을까?

내 부모 편히 모실 곳 ‘옥석’ 가려 선택해야

주부 이경숙(50.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씨는 요즘 친정아버지가 입원할 요양병원을

고르고 있다. 아버지는 올해 초 지방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으나 처음 얼마 동안은

보이지 않던 그 병원의 단점들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아버지는 치매가 아닌데 병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치매 노인과 한

병실을 쓰면서 ‘나도 곧 저렇게 되겠구나’라는 말을 자주 하며 우울해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간호사나 간병사 인력도 부족해 오히려 아버지가 눈치를 보는

것도 맘이 아팠다”면서 “처음 선택은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여러 가지를 꼼꼼히

살펴 아버지가 편히 계시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우리나라도 최근 노인요양병원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다음달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는 것에 발맞춰 경영난에 허덕이던 전국의 중소 병원들은

앞다퉈 노인요양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환자를 유치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요양병원의 출혈경쟁으로 서비스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 요양병원의

수준을 신뢰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떤 병원을 선택해야 부모님이

편하게 계실 수 있을까. 넘쳐나는 요양병원 가운데 옥석을 가리는 방법을 알아봤다.

▽ 노인요양병원 우후죽순… 경쟁 불가피, 서비스 질 저하 우려

노인요양병원을 고르기 전에 먼저 이곳이 어떤 시설인지를 알아야 한다. 노인요양병원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요양원과 구분된다. 요양원은 의사 채용 의무가 없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노인요양병원은 치매, 중풍 등 노인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입원해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는 곳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 같은 노인요양병원은 올해 5월 말 현재 전국적으로

630여 곳에 이른다. 2000년에는 불과 19곳이었던 노인요양병원이 2007년 533곳으로

급증했다. 전국 요양시설 충족률은 94%. 하지만 지방은 70% 정도인 곳도 있어 지역

편차가 크다.

문제는 복지부가 당초 노인요양병원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해 간병비를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시행을 앞두고 예산 부족과 불필요한 입원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지원

계획을 철회했다는 점이다. 이는 간병비 지원 등을 기대하며 문을 연 노인요양병원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이다. 이 때문에 요양병원들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요양병원들이 입원비 등 가격 경쟁을 벌이게 되면 의료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게 뻔하다.

지난달 20일 광주지검 특수부는 광주전남 지역의 상당수 노인요양병원에서 무자격

의료행위와 가짜환자 유치 등 구조적인 부정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요양병원 19곳을 압수수색한 사례도 있다.

∇ 노인요양병원 천차만별… 의료인력, 시설, 접근성 등 따져보자

노인요양병원을 선택할 때는 첫째, 의료와 요양서비스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과 관련한 질환을 다루는 신경과, 정신과, 내과,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등의 전문의가 있는지와 의료진 1명이 환자 몇 명을 치료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등급별로 보면 1등급 노인요양병원은 의사 1명 당 환자 35명, 간호사는 1인 당

환자 5명을 담당하도록 돼 있다. 제일 하위 등급인 5등급은 의사 1인당 환자 65명,

간호사 1명 당 환자 15명이다. 현재는 일정 교육을 이수하면 누구나 간병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간병사의 능력도 병원마다 차이가 크다. 먼저 입원한 환자나 보호자를

통해 간병사의 친절도 등의 정보를 얻는 것이 좋다.

둘째, 물리치료사와 사회복지사,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의 재활치료사 인력도

잘 구성돼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병원 시설이 쾌적한지, 거동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지도

점검한다.

셋째,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부양가족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은 피해야 한다.

노인은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소외감과 외로움이 들 수 있고 거리가

멀면 방문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주변 자연환경이 산책 등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는지도 살펴보자.

마지막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심평원은 현재

전국 노인요양병원의 위치와 서비스 등을 전화 상담(02-705-6114)을 통해 안내해주고

있다. 또 심평원 홈페이지(http://www.hira.or.kr/)에서는 전국의 노인요양병원의

평가 결과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의 정승찬 사무국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의료진이 친절하고 전문성을 갖췄는지를 먼저 알아본 후 비용 등의 기타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의료와 관련한 공익기관에 문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가 제시한 노인요양병원을 고를 때 따져볼 사항이다.

∇ 노인요양병원 선택 때 살펴볼 것들

△ 의료와 요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충분한 시설과 자연친화적 환경을 갖췄나?

△ 신경과, 정신과, 내과,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일반외과 전문의가

모두 있나?

△ 간호사 1명 당 환자 6명 이하를 돌보고 있나?

△ 간병사 1명 당 환자 4명 이하를 돌보고 있나?

△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사회복지사가 근무하나?

△ 입원한 사람들의 식단이 공개돼 있나?

△ 면회와 방문이 자유롭고 접근성이 좋은가?

△ 목욕이나 말벗, 이발, 산책 등을 도와줄 자원봉사자 활용 상태는 어떤가?

△ 간병사의 능력과 친절도 등에 대한 입원자나 보호자들의 평가는?

△ 급성질환에 대비해 상급 병원들과의 협력체계는 잘 돼 있나?

△ 호스피스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가?

 

    소수정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