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남자피부는 빗겨가나?

차단제는 생필품… 귀찮더라도 꼼꼼히 발라야

보험회사에서 고객의 재정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최정원(33·남) 씨는 하루에도

십 여명의 고객을 만나야 하는 직업 때문에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나름대로 관리를

하고 있지만 요즘에 하나 둘씩 얼굴에 생기는 잡티 때문에 고민이 많다. 부인은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고 다니라고 말하지만, 답답한 느낌이 싫어 귀담아 듣지 않는다.

바깥 활동이 많은 사람들은 자외선 차단제가 필수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남자가

무슨…’ ‘그냥 한 철 견디지’라는 생각으로 무관심하다.

자외선 만만히 봤다간…

적당한 자외선은 비타민D를 합성하는 역할을 하지만 강한 자외선은 피부에 백해

무익하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는 “자외선에 노출되면 처음에는 피부가

빨갛게 되는 홍반 반응이 나타나다가, 오랜 기간 자외선을 쪼이게 되면 피부의 멜라닌

세포를 자극해 기미, 주근깨가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희의료원 피부과 김낙인 교수는 “백인에 비해 멜라닌 세포가 더 많아서 백인들

만큼 피부암의 위험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자외선이 피부암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임에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자외선의 가장 큰 문제는 피부노화를 빠르게 한다는 것이다. 피부 탄력에 중요한

콜라겐과 엘라스틴 성분을 파괴하기 때문에 자외선을 많이 쬘 수 밖에 없는 농부나

어부들이 동년배의 도시 사람에 비해 더 늙어 보이는 것이 단적인 예다.

천연 자외선 차단제인 머리카락이 빠진 사람들은 자외선을 두피에 직접 쏘이게

되므로 더 주의해야 한다. 김낙인 교수는 “자외선이 모낭에도 작용해 탈모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머리인 사람이 바깥에 나갈 때는 챙이 넓은 모자 등으로

자외선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화장을 하는 여자들과는 달리 남자들은 자외선 차단제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는다. 여름 바닷가나 겨울 스키장에 갈 때 챙겨 가거나, 빼놓고 가면 그냥 버티는

정도. 100ml짜리 자외선 차단제 한 통이면 2~3년 쓰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진호 교수는 남자가 자외선 차단제품을 귀찮아 하는 것은 습관화가 되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남자가 자신을 가꾸는 것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회 분위기 탓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남자 피부라고 자외선에 더 강한 것은 아니다. 정진호 교수는 “남자도

자외선 차단제를 화장품이 아니라 생활 필수품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외선 차단제 숫자의 비밀

자외선 차단제에는 SPF가 숫자로, PA가 ‘+’ 개수로 적혀있다. SPF는 자외선B가,

PA는 자외선A가 얼마만큼 차단되는지를 나타낸다. (표. 아모레퍼시픽 제공)

 일상 생활용  SPF 10전후, PA+
 실외 간단한 스포츠, 레저용  SPF 10~30, PA++
 해양스포츠, 스키용  SPF 30 이상, PA++~PA+++
 고지대, 적도용, 자외선 민감피부  SPF 50이상, PA+++

하지만, SPF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김낙인 교수는 “SPF 30이면

자외선의 95%는 차단된다”며 “SPF가 더 높은 화장품들이 많이 나오지만 수치가

높을수록 피부호흡에도 영향을 끼치고, 차단제에 들어있는 화학물질 자체가 피부에

대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호 교수는 “파장이 긴 자외선은 구름을 뚫을 수 있기 때문에 흐린 날이라고

자외선 차단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흐린 날에도 자외선 차단에 계속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유효기간

작년부터 책상 위에 나뒹굴던 자외선 차단제는 지금까지 상하지 않고 잘 버텼을까?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자외선 차단제의 유효기간은 제조일로부터 30개월,

개봉 후에는 12개월로 10℃~30℃가 보관의 적정 온도”라고 설명했다.

내용물이 뭉치거나 수분이 증발되어 피부에 균일하게 발라지지 않는다면 부분적으로

차단력이 감소된 것으로 오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상태가 변질되거나 오염되지 않았다면

차단력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바르는 방법

‘자외선 차단제는 외출하기 30분 전에 발라야 한다’ ‘피부 표면에 균일하게

흡착되고 충분히 흡착될 수 있게 넉넉하게 발라야 한다’ ‘2~3시간마다 반복해서

발라야 한다’라는 얘기는 여자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거지만 남자들은 이런 얘기는

한 귀로 들어와서 바로 다른 귀로 빠져나간다.

아는 화장품이라곤 스킨과 로션이 전부인 남자들이 아직까지 대부분인 남자들한테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하게 바르라고 하는 것은 순서부터 헷갈리는 일이다. 면도 후

스킨을 바르고, 로션을 바른 후 제일 마지막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된다.

자외선 차단제는 옷으로 가려지지 않는, 즉 맨 살이 드러나는 모든 피부에 발라야

한다. 입술, 눈꺼풀, 귀 부위는 소홀할 수 있기 때문에 빼먹지 말고 발라야 한다.

특히 코 주변은 피지나 땀 분비로 자외선 차단제가 쉽게 지워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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