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살 돋아 웃을 땐 보람”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 전욱 교수

“그냥 두면 감염이 돼 24시간 안에 죽을 아이였어요.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었죠.

그때 아이 아버지로부터 피부를 얻어 피부이식 수술을 했어요. 2003년에 우리나라에

피부이식에 쓰이는 사체피부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이 아버지의 피부를 썼죠.

살아있는 사람의 피부를 벗겨 환자에게 이식한 사실 때문에 주변 동료, 선배들로부터

질타를 받긴 했지만 아이의 생명이 더 소중했어요. 피부를 제공한 보호자도 2주일

쯤 지나 회복했죠.”

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화상(火傷)센터 전욱 교수는 2003년 부모로부터 피부를

얻어서 동종 피부이식 수술을 통해 4명의 소아 화상환자를 살렸다. 그는 죽을 것

같던 환자들이 다시 살아나 웃는 모습을 보며 전공으로 이 길을 걷기로 했다고 말했다.

“화상은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치료과정도 길고 후유증도 심하죠.

저는 환자의 몸에 새 살이 돋아나도록 만드는 첫번째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재활,

성형 등 화상치료에 필요한 부분 중 하나에 불과해요.”

살아있는 사람 피부로 첫 이식수술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에는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정신과, 외과 등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화상환자들을 치료하고 회복을 도와주고 있다. 이 중 전 교수가

속해 있는 외과는 국내 최초로 중증 화상환자에게 동종피부이식, 이종피부이식, 배양세포이식,

여러 종류의 인공피부 이식술 등 새로운 치료기법을 적용해 화상환자 치료를 돕고

있다.

전 교수는 중증 화상환자들은 생각지도 못한 합병증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가 예상을 벗어나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럴 때마다 힘들지만 보호자에게

있는 사실 그대로 말해준다고 그는 말했다.

“환자의 상태가 심각할 때 보호자에게 사실을 그대로 설명하는 것이 쉽진 않습니다.

화상에 익숙하신 분들이 아니어서 충격을 많이 받으시죠. 그래도 꼭 직접 보호자를

만나 최대한 친절하게 사실대로 이야기합니다.”

그는 죽을 것만 같았던 환자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회복해서 환한 미소를 보여줄

때 어려운 환경에서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통 이긴 환자 보며 힘을 얻어요”

“환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면 시간이 문제일 뿐 언젠간 통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에겐 지금까지 치료했던 환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기억에 남아요. 오랜 시간을

같이 한 친구 같죠. 그래서 환자와 이별하는 상황이 오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지만

표시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웃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를 쓰죠.”

전 교수에게는 환자가 스승이다. 그는 슬럼프에 빠질 때나 힘들 때 환자들이 오히려

힘을 준다고 말했다.

“최근에 퇴원한 민경이는 이모를 구하려다 전신화상을 입었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계속 달려가더군요. 이 모습에 저 역시 힘을 얻었어요. 많이 아플 텐데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힘내야겠다’고 생각했죠.

환자를 스승이라 여기며 환자를 위해 항상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의사가 되겠습니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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