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주부 건강검진 열외 설움

보험공단, 40대미만 제외… “아픈 곳 많은데” 원성

주부는 고달프다. 자주 아프다. 쓸고 닦고 해봐야 표시도 안 나는 집안일에 온

몸이 쑤신다. 몸에 이상신호가 와도 종합건강검진 한 번 맘 놓고 받기 어렵다. 그런

현실을 곱씹을라치면 서글픔이 몰려오기도 한다.

40대 미만 전업주부의 애로 사항은 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반건강검진 대상자에 40대 미만 전업주부들이 포함돼 있지 않아

이들의 건강검진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주부 이 모(76년생) 씨는 지난해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됐다. 올해 공단으로부터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통보가 없어 확인해보니

건강검진 대상자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씨는 “피보험자건 피부양자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데 왜 건강검진은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나같이

집에 있는 주부는 병에 안 걸린다는 보장이 있느냐, 말이 안 된다”고 지난 4월 공단에

민원을 제기했다.

“보험료 내고도 왜 못받나… 저소득층에겐 절실”

40대 미만 전업주부가 건강검진을 받지 못해 질병 발견이 늦어졌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주부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공단 건강검진이 아니더라도 자기 부담으로

병원의 건강검진을 받아볼 수 있겠지만, 경제력에서 여유가 없는 주부들은 공단이

실시하는 무료 건강검진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6조에는 건강검진 대상자는 ‘직장가입자, 세대주인

지역가입자, 만40세 이상인 지역가입자 및 만40세 이상인 직장피부양자’로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40세 미만의 전업주부가 세대주일 경우에는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으나, 지역세대원 또는 직장피부양자일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받을 수 없다.

공단 건강관리실 건강검진팀 김정구 차장은 “40세 미만 전업주부는 각 병,의원에서

본인 부담으로 실시하고 있는 종합검진을 받는 방법 외에는 현재 달리 검진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공단 측은 건강검진 무료 대상 연령대를 만 40세 이상으로 규정해 놓은 것은 그

미만의 젊은 주부들은 임신, 출산 과정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기회가 많고, 생활습관

등으로 인한 위험질환 발병률이 40대부터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진 자격은 보건학적 근거 따라 구분”

보건복지가족부 건강증진과 김한숙 사무관은 “건강검진 자격은 보건학적 근거에

기초해 구분 짓고, 이를 제도에 반영하고 시행하는 것”이라며 “40대 이상을 건강검진

대상으로 정해놓은 것도 이러한 근거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인구집단에서

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선별작업을 통해, 질환유발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연령대를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로 선정하는데 국내에서는 40대 이후 관련 질환 발병률이

가장 높다는 보건학적 근거에 따라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이와는 달리 20~30대 직장인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보건학적 근거에 의한

질병 발생 시기가 아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시행규칙 제99조에 의해 노동부에서 시행하고

있다. 직장인에 대해서는 근로자 본인뿐만 아니라 사업주와 노동부가 함께 책임을

지고 있는 것.

최근 일본에도 정부 부담으로 무료 건강검진이 실시되고 있다. 대상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40대 이상. 지난 2005년 12월 마련된 ‘건강보험법 등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에 의해 지난 4월부터 의료보험자 중 40~74세의 피보험자, 피부양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과 보건지도의 실시가 의무화됐다.

김한숙 사무관은 “일본도 건강검진 대상자 연령층을 40대 이상으로 선정하고

있다”면서 “공단 건강검진의 목적은 질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통해 국민의 건강수준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료비를 줄이자는 데 있음을 먼저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몸이 좋지 않으면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은 마땅한 일이나, 40대 미만

주부는 굳이 건강검진을 받을 보건학적 근거가 미약하고, 극히 소수의 질병을 밝혀내기

위해 국가적으로 예산을 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40대 미만 전업주부가

건강검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일부 국민은 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이 부실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건강검진 제도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이 내는 보험료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업주부 생활질환 위험높아… 검진 ‘소외계층’ 해소는 국가 책임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73년 생) 씨는 이제 전업주부 생활을 한 지 1년 반.

무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자신도 건강검진을 받아볼 생각으로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재 남편이 세대주로 등록돼 있고, 자신은 무료검진 대상 연령대도

아니라는 점 때문에 검진을 받을 수 없다고 통보받았다.

김 씨는 “연령에 관계없이 집에서 집안일만 돌보는 주부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모든 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도 무료건강검진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며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통증도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기 때문에 건강검진은 주부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에서는 남성보다 불리한 사회적 환경에 처한 여성의 건강보호를 위해 여성건강주간

및 여성건강 검진의 날 제정, 여성건강 증진방안 홍보 및 프로그램 개발, 여성건강센터

설립 등을 통해 여성건강 돌보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정책연구실 관계자는 “이와 같은 외국의 여성건강증진

기반을 비교할 때 한국의 40대 미만 전업 주부에게 무료 건강검진이 시행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특히 저소득층의 40대 미만 전업주부에게 무료 건강검진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서면서부터 주부들은 생활습관질환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므로 지속적인 건강관리와 검진이 필요하다”며 “건강검진이 발병

가능성을 미리 알아 사전 대처하게 하는 제도라면, 이에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관리, 감시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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