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클리닉 “여성은 안보이네”

여성흡연 부정적 인식탓 직접방문 꺼려

다음달 결혼을 앞둔 서울 서초구 방배동 고 모(31) 씨는 금연을 어떻게 해야 할지

요즘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애인이 평소 여자가 담배 피우는 것만 봐도 싫어해 그동안

흡연사실을 숨겨 온 고 씨. 곧 결혼하면 살림하고 애도 낳을 것이니 담배를 끊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금연을 결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고 씨는 “담배 피운다는 것을 드러내게 되면 남편 될 사람이 실망할까봐 두렵다”며

“금연클리닉이 도움이 될 것 같아 등록을 하려고 몇 번이나 생각을 해봤지만 이

역시 누군가 알게 될까봐 망설여진다”고 토로했다.

여성 흡연자들이 끙끙대고 있다. 어쩌다 피우게 된 담배를 결혼, 임신 등을 계기로

끊으려 해도 드러내놓고 금연 도움을 청하기가 쉽지 않은 것.

피우자니 눈치, 등록하려도 민망

5월 31일은 제21회 세계 금연의 날. 여성 흡연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금연을

하기 위해 금연클리닉을 다니는 여성흡연자의 비율은 남성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갤럽이 조사한 ‘2007 흡연자 실태’에 따르면 2007년 6월

현재 만 20세 이상 성인의 흡연율은 22.8%이다. 남자의 42.5%, 여자의 3.8%가 흡연자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정보센터 송태민 소장이 발표한 ‘2007 보건소 금연클리닉의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흡연자 70만9323명이 금연클리닉에

등록해 금연 성공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국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이용한 여성은 2005년에는 전체 이용자 17만 6919명 중 7.3%, 2006년에는

전체 21만 2447명 중 8.3%였다.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서홍관 박사는 “국내 흡연율 조사가 대부분 전화 등의

설문조사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여성 흡연율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통계 자료를 보면 여성 흡연율은 전체의 3, 4%에

불과하지만 숨겨진 여성 흡연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전체의 15% 정도 될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서 박사는 “그럼에도 금연클리닉 이용자 수가 남성보다 훨씬 적은 수치라면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여성이용자 더 많아

우리나라 금연클리닉은 영국 금연클리닉을 모델로 삼고 있다. 영국 금연클리닉의

이용률은 2005년 조사 결과 남성이 43%인데 비해 여성은 57%로 더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 여성 흡연자의 금연클리닉 이용률이 낮은 것과 관련, 송 소장은

“영국 여성 흡연율에 비해 한국 여성흡연율이 크게 낮은 이유도 있지만 여성 흡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아직 부정적이기 때문에 흡연여성이 금연 클리닉을 직접

방문하는 것을 꺼린다”고 분석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전문가들 역시 “여성 흡연자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여성이 드러내놓고 흡연하는 그 자체를 좋게 보지 않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이 때문에 여성 흡연자 스스로가 노출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의 흡연 사실이 노출된다는 생각 때문에 금연으로 가는 길에서

발목이 잡혀있다는 것이다.

2007년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여성흡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부정적이다’는

응답이 1519명 중 84.3%였다. 이에 비해 ‘긍정적이다’는 응답은 3.7%밖에 되지

않았다. 여성들은 이러한 인식 때문에 ‘숨어서 흡연한다’는 비율이 54.3%로, ‘공개적으로

흡연한다’는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직장여성 낮시간 보건소 진료 어려워

여성 흡연자들은 금연클리닉을 쉽게 찾아가지 못할 뿐 아니라 클리닉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성 흡연자를 대상으로 도움을 주는 금연상담자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여성 흡연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 보건소마다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예산, 인력 등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 보건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이영자 기획실장은 “연령별 여성 흡연율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는 20대 여성이 금연클리닉 업무시간에 직접 방문해 진료를 받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동금연클리닉이나 금연콜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연클리닉에서 행해지고 있는 진료 시스템이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지 않고 시행되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서울시내 한 보건소 관계자는 “금연클리닉 등록 전에는 여성과

남성 흡연자의 특성에 맞는 상담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치료과정에서는 여성 흡연자를

따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의학적 배려 없이 일률적인 처방만 내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여성특성에 맞춰 금연 도와줘야

이에 대해 송태민 소장은 “모든 보건소 금연클리닉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관리가 되지 않은 곳은 그럴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대개는 여성흡연자가 상담

받을 경우 개인 프라이버시 존중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임신 중인 여성흡연자에게는

약물 요법은 적용하지 않으며, 가정주부에게는 그에 맞는 행동요법과 약물요법을

적절히 조화시켜 금연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연클리닉을 이용하는 여성 흡연자 수가 많은 보건소에 대해선 복지부의 보건소

실적 평가 때 가산점을 주는 등 여성 흡연자를 위해 전국적으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가사, 임신, 육아, 우울증 등 여러 어려움을 자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의지만으로는 담배를 끊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남성보다 여성은

감정의 기복이 심해 흡연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우울할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금연에 대한 여성흡연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며 “금연클리닉을 찾는다면 상담을 통해 금연의 동기부여가 이뤄지고, 지속적인

관리로써 금연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금연클리닉 방문을 적극 권유했다.

정은지 기자 jej@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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