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세대, 고혈압 얕보다간 ‘큰코’

“혈압이 치올라 급히 왔습니다.”

“혈압은 느낄 수 없습니다.”

“혈압 때문에 목덜미가 뻣뻣해졌다니까요.”

“그것과 혈압은 별 관계가 없습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의 성지동(순환기내과) 교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환자와

승강이를 한다. 성 교수는 “고혈압 환자 중에 ‘증세가 있으면 치료를 하거나 약을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는 고혈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혈압은 증세 없이 진행되다가 갑자기 뇌졸중, 협심증·심근경색,

콩팥 기능 저하증 등의 합병증으로 환자의 삶을 외통수로 몬다는 것이다. 그래서

별명이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다. 특히 한창 나이 때인 30~40대에 시나브로

악화된 고혈압은 한 가정을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재분석했더니 30~40대 6명

중 1명이 고혈압이며, 환자 가운데 치료를 받는 사람은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30~40대 중 14.1%가 고혈압인데, 이 중 30.4%만이 자신이 고혈압임을 알고 있었고

21.7%만이 치료를 받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김영택 만성병조사팀장은 “30~40대의 고혈압 인지율·치료율은

60세 이상 환자의 20% 수준에 불과하다”며 “여러 이유로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팀장은 “이 연령대는 대부분 발병 초기 환자여서 치료 효과가

좋고 혈압과 관련된 생활습관을 새로 형성하기에도 적절한 시기”라며 “이때 단추를

다시 잘 끼우면 고혈압의 치명적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자신의 혈압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이면 고혈압이다. 자신의 혈압이 이에 근접하거나 한쪽만 기준치를

넘으면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또 고혈압은 유전적 요소가 크므로 집안의 병력을 잘 살펴보는 게 좋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이 올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47년부터 54년간 의대 학생

1160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더니 부모가 모두 고혈압인 사람은 부모가 정상 혈압인

사람보다 40세 이전에 고혈압이 될 가능성이 네 배 높았다.

고혈압 환자는 일단 약을 먹기 시작했으면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도중에 혈압이

잘 조절되면 의사의 판단에 따라 더 이상 복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의적 판단에

따라 약을 끊으면 ‘큰일’ 난다.

또 운동과 적절한 식사를 통해 몸무게를 줄이도록 한다. 체중을 5㎏ 줄이면 수축기

혈압은 10㎜Hg, 이완기 혈압은 5㎜Hg 떨어진다. 일부에서 짠 음식을 먹어도 괜찮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터무니없다. 특히 한국 음식의 국물은 소금 덩어리이므로 외식 때

덜 먹도록 조심한다. 금연·절주와 함께 카페인 음료를 멀리하는 것도 기본이다.

현미·통밀·호밀·통보리 등 전곡류, 칼륨이 풍부한 멜론·요구르트·날감자·바나나와

비타민C가 풍부한 오렌지·포도 주스, 마그네슘이 풍부한 아몬드·호박씨는

혈압 유지에 좋은 음식이다. 마늘 역시 혈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석 달 동안

고혈압 환자 415명에게 매일 말린 마늘가루 600∼900㎎을 먹도록 했더니 혈압이 평균

11%포인트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면 육류·흰빵·백미 등은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은 45세 이상 고혈압

여성 3만 명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저지방 우유 섭취에 따른 혈압 변화를 관찰한

결과 매일 저지방 우유를 두 잔 이상 마신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고혈압 발생률이

1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스트레스도 혈압 상승의 요인이다. 따라서 평소 마음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ABC뉴스가 소개한 ‘고혈압 환자를 위한 스트레스 관리법’은 유머 속에 핵심을

담고 있다. 우선, 다툴 일은 가급적 아침에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오전 11시까지는

혈압이 보통 때보다 15%포인트 정도 높기 때문이다. 심각한 회의도 오후로 미루도록

한다. 또 논쟁거리를 찾아 ‘침 튀기며 붙는’ 습관이 있다면 하루빨리 버리도록

한다.

직장에서 한 상사에게만 ‘줄을 서는 것’도 혈압 관리에 좋다. 직장에서 여러

상사에게 눈치를 본 사람보다 한 사람에게 매달리는 사람의 혈압이 덜 올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시끄러운 곳에선 혈압이 오르므로 가급적 조용한 환경에서 일한다.

명상이 혈압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는 수없이 많다. 명상이 싫다면 최소한 어항을

사서 쳐다보기라도 하면 좋다. 일광욕을 즐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마음이 안정되는

데다 자외선B를 통해 생성이 촉진된 비타민D3가 칼슘과 상호작용해 혈압을 낮추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사는 중앙 SUNDAY 5월 25일자에 게재됐던 것입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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