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E 광우병 기준 수정돼야”

2004년 제정이후 연구성과 반영못해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을 둘러싸고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다. ‘인간광우병 논란’

‘이명박 대통령 사이버 탄핵 서명운동’ ‘촛불 시위’ 등 정부의 대미협상력과

광우병 위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2일 합동브리핑을 열어 해명에

나섰다.

농림수산식품부 정운천 장관과 보건복지가족부 김성이 장관은 2일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 전체 국민은 물론 미국을 여행하는 많은

여행객들이 먹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합의가 국제적 기준과

과학적 근거에 따라 이뤄졌음에도 일부에서 확실한 근거 없이 제기하는 안전성 문제가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어 안타깝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MBC ‘PD수첩’은 지난달 29일 방송에서 미국의 소비자연맹이 미국 정부가 최우수

업체로 선정한 축사에 몰래 잠입해 쓰러져있는 소를 전기충격과 물대포로 일으켜

세운 뒤 간신히 도축 심사를 통과시키는 장면을 방송했다. 이 장면은 광우병과 무관한

동물학대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도축장들을 일제히 조사했고

20%가 넘는 곳에서 위법행위가 적발됐다. 미국은 지난 2월 대규모 쇠고기 리콜 사태가

벌어졌다. 사건 이후,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89%가 “자국의 식품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일련의 사건에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반발은 식을 줄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미국 메릴랜드 주에 사는 김 모 씨(52)는 “이번 주에도 두 번 한식당에서

쇠고기로 외식했다”며 “미국 교포들은 일부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미국에서 쇠고기를

먹고 간 뒤 광우병 운운하면서 선동하는 데 분개한다”고 말했다.

∇광우병과 인간광우병

광우병은 소의 뇌에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이 늘어나면서 스펀지 모양으로 구멍이

생기는 병이다. 프리온은 모든 동물의 신체 조직에서 발견되며 보통 때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돌연변이하면 독성을 지닌 채 분해되지 않고 신경세포를 파괴하며

정상 프리온까지 변화시켜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가며 신체 조직을 치명적인 상태로

만든다.

사람은 광우병에 걸린 소를 섭취했을 때 인간광우병(vCJD)에 걸린다. vCJD는 치료법이

없어 걸렸다 하면 무조건 사망이다. 치사율 100%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지금까지는 프리온 입자가

사람과 소와 양에게 각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종간을 넘어서서 서로

영향을 주는 변종바이러스로 발전해 생긴 것이 vCJD”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 환자들은 많다”면서 “나 역시 진료하면서 CJD 환자들은

많이 봤지만 vCJD로 의심되는 환자는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해보면 vCJD와 CJD의 차이점이 드러난다고 하는데, 실제로

vCJD로 의심되는 MRI 결과를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광우병 위험물질

소의 부위 중에서도 섭취했을 때 특히 vCJD 발병 위험이 높은 부위가 있다. 소의

머리뼈, 뇌, 척추, 척수, 편도, 눈, 회장원위부(소장의 끝 부분)처럼 프리온이 고농도로

집중된 광우병 위험물질(SRM)이다. 지금까지는 SRM을 수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앞으로 30개월 미만의 소에 대해서는 편도와 회장원위부를 제거한 나머지 5가지는

수입하겠다는 한미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지난달 29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

“전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소에 광우병이 18만건 이상 발생했다”면서 “이중에 99.5%

이상은 30개월 이상의 나이 든 소에서 발병하고, 20~30개월 소에서 발생하는 것은

100여 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연맹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열악한 미국의 검역체계를 지적했다.

미국육류수출협회는 광우병 안전지침으로 치아감별볍을 실시하고 있지만 소의 이빨

수를 세는 것만으로 나이를 가늠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빨 수를 세는

방식으로 30개월 이상의 소를 특별관리하고 있지만, 한해 평균 1천여 건의 SRM 규정위반이

적발되고 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광우병 검사 계획조차 없는 곳이 많고 SRM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사육중인 1억여만 마리의 소 중에서 해마다 4천만 마리를 도축한다. 이들

중 0.05%에게만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다. 즉, 2000마리 중에서 1마리만 광우병 검사를

받는 셈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작년 5월 25일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

지위를 획득했다. 정부는 이를 두고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검증받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는 “현재 OIE기준은 광우병 초창기인 2002~3년의

과학적 사실을 기준으로 2004년에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4년여의 활발한 연구 성과를

고려하면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OIE의 심사기준이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좌우되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 불가능한 vCJD

프리온은 100도 이상으로 가열하는 일반적 조리법으로 죽지 않는다. 따라서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으면 vCJD에 노출되는 것이다. vCJD에 걸릴 것이 두려워 쇠고기를

먹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많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조영연 영양파트장은 "육류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서양인과 달리 한국인은 고기를 충분히 섭취해야 하며 특히 쇠고기는 불포화지방산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이어 “쇠고기를 먹고 vCJD에 걸리는

것보다 고기의 탄 부위를 먹어 암에 걸릴 확률이 수만 배 높다”고 말했다.

그래도 vCJD가 겁나면 등골과 뇌, 눈 등 변종 프리온이 집중적으로 쌓이는 부위를

먹지 않으면 된다. 극소수 반대의 주장도 있지만 우유는 변형 프리온의 수가 적어

전염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고 일반적인 살코기도 장기에 비해 전염 위험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균관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정해관 교수는 “이번 미국산 쇠고기 개방은 원천적으로

하지 말아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vCJD발병 의심환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면서 “하지만 쇠고기 시장이 개방되면 우리나라에서도 vCJD가

발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vCJD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앓게 되는 다른 질병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 vCJD는 문제가 발견됐을 때 이미 큰 피해가 시작된 상태이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vCJD를 일으키는 프리온 단백질은 인류가 갖고 있는

어떤 방법으로도 없앨 수 없다”면서 “vCJD는 식기, 의료기기가 한 번 오염되면

그로 인해 재감염을 일으키는 등 우리의 먹을거리 유통시장에 큰 위험을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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