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다 쏟은 ‘마초의 눈물’

불뚝성미는 뇌 충동조절시스템 고장 탓

‘최민수의 사죄’가 24일 한동안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검색 순위에서 맨 윗자리를

차지했다.

영화배우 최민수(46) 씨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흘 전 자신과 시비가 붙은

70대 노인을 폭행하고 승용차에 매단 채 달린 데 대해 무릎을 꿇고 사죄의 눈물을

흘리자 네티즌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 것.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방서 네거리에서

도로가 정체되자 앞을 향해 욕설을 했고, 음식점 주인 유 모(73) 씨가 “야, 임마,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욕을 해”하고 나무라자 시비가 붙어 이같이 행동했다.

최 씨는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생각해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을 했다”고 자책하면서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네티즌들은 최 씨를 집중 비난했지만,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는 행동’은 최

씨만의 일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최 씨처럼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상대에게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한 뒤 후회하곤 한다. 피해자 유 씨도 자신의

충동성을 조절하지 못해 ‘욕’을 봤다.

25일에만 해도 한 여학교 교사가 제자가 자신을 욕했다고 오해해 마구 폭행한

사건, 술에 취한 채 귀가했다가 이를 나무라는 아내를 흉기로 찌른 뒤 13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 등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 같은 사례가 아니더라도 ‘욱’하는 순간을

자제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숱하게 일어난다.

정신의학에서는 ‘불뚝 성미’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을 뇌의 충동 처리 시스템에

고장이 났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한양대병원 정신과 김석현 교수는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해서

질병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면서 사회에 만연한 충동성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술, 담배, 도박 등에 중독되는 것도 충동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불뚝성미’에 따른 문제와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충동조절장애

‘충동조절장애’는 나중에 곤경을 당할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어떤 행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충동은 뇌에서 본능,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가장자리계(변연계)에서 생긴다. 그리고 뇌에서 이성적 판단을 주관하는 이마엽(전두엽)과

가장자리계의 상호작용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다. 충동조절장애는 충동을 통제하는

뇌의 일부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난다.

△종류=모든 중독은 전형적인 충동조절장애에 속한다. 미국의 정신과 질환 진단목록인

‘DSM-Ⅳ’에는 도벽과 도박장애를 ‘충동조절장애’로 규정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충동이 고조되는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문제가 되는 행동을 되풀이하는

것도 충동조절장애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대화를 하다 공격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간헐 폭발장애’, 사람에 대한 평가나 기분이 극에서 극으로 오가는 ‘경계선

인격장애’, 한 가지 일에 쉽게 싫증을 내고 매사에 안달복달하고 호들갑스러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원인=정신의학에서는 대화 중 발끈하는 것을 누군가가 무의식에 억압된 부분을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바꿔 말해 한국사회에서는 자기 의사를 합리적으로

표현하기가 힘들고 금기사항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불뚝 성미’가 있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평소 자신의 감정을 지나치게 억누르고

있다가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폭발하는 것이다. 대체로 무의식에 열등감이 많이

쌓인 사람, 지나치게 자신의 기질을 억누르며 생활해야 하는 사람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신의학계에서는 우리 사회의 폭력을 용인하거나 장려하는 문화, ‘빨리 빨리’

문화, 한 곳으로 잘 휩쓸리는 문화 등도 충동성을 부추기는 촉매가 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최 씨의 경우 평소 자신이 맡은 역할에 따른 ‘마초적 폭력성’이

무의식의 영역에서 잠재돼 있다 자극에 의해 분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와 예방=일상적인 충동조절장애는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깨닫게 되는

인지치료나 약물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약물치료는 뇌의 이마엽을 활성화하는

약이나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이 적절히 기능하도록 하는 약을 복용하는 것. 그러나

최근 이런 약들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에 약물치료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평소 취미생활과 여가활동을 통해 무의식에 쌓인 갈등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음악 감상이나 서예, 명상, 봉사 등은 무의식의 갈등을 승화(昇華)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술로 무의식의 갈등을 푸는 것은 좋지 않다. 과음은 뇌의 충동조절 시스템을 손상시켜

오히려 충동적으로 만든다.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담배를 입에 무는 것도 똑같은

이유로 충동조절력을 약화시킨다.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도박중독 등 정신과 진단목록에 있는 중독 증세는 당장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류인균 교수는 “자녀가 충동적으로 자라는 것을 방지하려면

어릴 적부터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떼를 쓰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고 가르치기보다는 선악을 논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가르쳐 뇌의 이마엽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제공: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류인균 교수]

 

조경진 기자 nice2088@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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