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현장의 야전의료 지휘자’

복지부 중앙응급의료지원단장 황정연

“태안군 주민의 심신에 대한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남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정신적 충격과 허탈감은 무엇으로도 치료하기

쉽지 않죠.”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응급의료지원단의 황정연 단장(56·국립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은

지난해 말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나자 급히 현장으로 향해 12일 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환자를 돌봤다. 그는 구룡포에 응급의료지원단 본부를 대신할 텐트를 세우고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을 찾아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학암포등 구석구석을 누볐다.

텐트에서, 구급차 안의 이동진료소에서, 초등학교에서 12일 동안 환자를 진료했다.

두통, 메스꺼움, 어지러움 등 경미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았지만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문제였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70%의 어린이가 편도선염과 후두염을 앓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어른에 비해 기름에 노출됐을 때 건강이 더 상하지만 부모들이

방제 작업을 하러 나가 돌봐줄 사람이 없었던 것. 다행히 다른 지역의 보건교사(양호교사)가

투입돼 방과 후에도 어린이들의 건강관리를 도왔다고 한다.

“아직도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던 이장님의 메마른 목소리가 귓전에 울립니다.

대형사고가 나면 응급대처 뿐 아니라 심신의 후유증까지 보다듬을 수 있어야 하는데….”

황 단장은 대형사고의 현장에 빠지지 않고 달려가는 건강지킴이다. 그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부터 인도 서북부 지진, 스리랑카 지진, 파키스탄 지진, 인도네시아

쓰나미 등 매년 국내외의 재난현장에 출동했다. 외국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외교통상부를

통해 구조요청이 들어오고 복지부가 ‘원군’을 보낸다. 황 단장은 중앙응급의료지원단장의

자격으로 ‘원군의 수장’이 된다.

2004년 스리랑카 지진 때 타밀반군세력이 있는 북동부 지역으로 진료를 가야하는지가

논란이었다. 주위에서는 ‘부상당한 환자가 많아 가야한다’와 ‘목숨을 내놓고 반군

지역에 가는 것은 무모하다’로 나눠져 의견이 분분했다. 황 단장은 반군 지도자를

수소문해 담판을 지었다. 그는 반군 지도자로부터 의료지원단의 안전을 보장받고

곧바로 현지로 가서 수많은 목숨을 살렸다.

그는 외과를 전공했다. 군산의료원에서 외과전문의로 일하다 교통사고 환자의

상당수가 병원으로 옮기던 중 목숨을 잃는 현실을 접했다. 1980년대 후반엔 응급시스템이

허술해 살 수 있는 환자가 덧없이 세상을 뜨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는 당시 ‘부(富)를

보장하는 인기과’였던 외과를 뒤로하고 미국 미네소타 대에서 응급의학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1990년대 초 소방학교와 국립의료원 등에서 응급의료 현장에 투입되는 응급구조사의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했다. 서울 중부소방서 고문, 서울보건전문대학 외래강사

등 직함만 30개가 넘는 때도 있었다.  

황 단장은 무엇보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응급처치가 가장 중요하다 말한다. 얼마

전 프로복싱 경기 후 뇌출혈로 사망한 최요삼 선수, 2004년 방송 프로그램에서 떡을

먹다가 질식사한 성우 장정진 씨 등은 모두 현장에서 응급처치가 이뤄졌다면 생존할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네 가지를 꼭 기억하십시오. 첫째, 환자에게 어떤 일이

생겼는지를 파악하고 둘째,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결정하고 셋째, 119에

신속히 전화하고 넷째,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처치법을 알아내 시행하는 것입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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