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 소리는 같아도 원인 제각각

‘폐암이 아니기를, 에이즈도 아니 되옵니다~!’

온라인 벤처기업 K사의 장모(43) 사장은 최근 한 달 이상 미열과 기침으로 고통받다

결국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그는 진료 결과가 나오는 날까지 매일 밤 기도했다.

‘어떻게 회사를 일궜는데 여기에서 멈춰서야…’.

드디어 진료 결과를 받아든 장 사장. ‘휴~’하고 안도했지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미열과 기침의 원인이 비염이었기 때문이다.

‘기침’ 하면 감기나 폐암 등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기침의 원인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의학적으로 기침은 인체의 자기보호 작용인 동시에 경고 시스템이다. 우선 폐와

숨통(氣道)에서 유해물질을 반사적으로 내보내는 자기보호 작용이다. 평소 코·목·기관지에서는

점액층의 섬모들이 먼지나 유해물질을 걸러낸다.

목에 있는 촘촘한 섬모들은 콧속·목구멍이나 폐에서 유해물질이 몰려오면

기침이나 객담을 통해 유해물질 덩어리인 점액을 한꺼번에 바깥으로 내보낸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기침은 대략 음속의 85%, 즉 시속 1000㎞의 속도로 이물질을 내보내면서

호흡기를 정화한다.

기침은 병이 아니라 증세지만 특정한 병에 걸렸을 때 기침과 다른 증세를 함께

살펴보면 어떤 병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기침은 인체의 경고 사이렌인 셈이다.

크게 진기침(Productive Cough)과 마른기침(Nonproductive Cough)으로 나뉘며, 두

가지도 수많은 원인이 있다.

 

감기·폐렴 등은 가래 동반 많아

진기침은 말 그대로 가래를 만들어 내보내는 기침이다. 가래는 코에서 목구멍으로

넘어오기도 하고, 폐에서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주로 감기를 비롯한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생긴다. 폐렴·기관지염·코곁굴염(축농증)·결핵 등도

진기침의 원인이다. 또 허파꽈리가 노화하고 기관지가 좁아지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신호일 수 있다. 이때는 숨쉬기가 서서히 힘들어진다.

역류성 식도염의 증세로 진기침이 나오기도 한다. 위산이 식도로 올라와 속이

메스꺼우면서 기침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밤에 잠을 깨면서 기침을 한다.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콧물을 뒤로 넘기는 ‘코 뒤 삼킴 증후군’이 있으면

진기침이 이어진다. 흡연이나 간접흡연으로 담배연기가 폐·후두·식도

등을 자극해도 기침이 나온다.

 

마른기침 땐 비염이나 천식 의심

마른기침은 강기침·건기침이라고도 부르며 가래 없이 쇳소리와 함께 나오는

기침이다. 감기에 걸린 다음 다른 증세는 다 사라진 뒤에도 마른기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밤에 심해진다.

또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마른기침을 많이 하는데 재채기가 잦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천식 환자 역시 마른기침을 자주 한다. 천식의 다른 증세로는 쌕쌕거림, 가쁜

호흡, 가슴이 조이는 듯한 느낌 등이 있다.

고혈압 환자가 아쿠프릴·캅토프릴·카포텐·바소텍·제스트릴

등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억제제’를 복용하면 부작용으로 기침을 한다. 음식이나

약 등이 목구멍을 막았을 때에도 마른기침을 한다.

 

아이들은 스트레스 영향 커

아이들의 기침은 어른과 약간 다르다. 아이들에게 후두점막에 섬유 성분이 생겨

목이 쉬고 숨쉬기 어려워지는 ‘크루프’라는 질환이 있으면 기침을 달고 산다.

세(細)기관지염 때문에 기침을 달고 사는 어린이도 적지 않다. 하기도(下氣道)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기침이 계속된다.

갓난아이가 갑자기 기침을 하면 혹시 음식·풍선·장난감 등이 목에

걸리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아이들은 의외로 간접흡연 때문에 기침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정신적 문제도 기침의 원인이다. 어린이가 말 못 할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쌓여 마른기침을 하는 경우는 어른보다 훨씬 많다.

 

2주 이상 지속 땐 병원 찾아야

기침이 심할 때에는 원인을 찾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동반 증세를 고려해 호흡기내과·알레르기내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나

소아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한다.

특히 바이러스 질환 때문에 기침을 할 때는 항생제를 먹으면 안 된다. 항생제는

세균은 쫓아도 바이러스를 물리치지는 못한다. 항생제는 또 과민반응을 유발할 수

있으며 구역질, 구토, 설사, 발진, 효모균 감염 등의 부작용도 생긴다. 인체의 이로운

세균을 죽이고 나쁜 세균의 내성을 키우는 것도 무분별한 항생제 복용을 피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편 헛기침은 기침과는 다른 시스템에 의해 생긴다.

평소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아 목 안에 이상이 생기면 인체는 성대를 점액으로

덮어 보호한다. 이 상태에서 말을 하면 인체는 소리를 내기 위해 점액을 제거하려고

하는데 이것이 헛기침이다.

헛기침을 하면 잠깐 목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말을 하면서 목소리가

후두를 압박하게 되고 인체는 목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점액을 분비한다. 이어 점액을

제거하려고 헛기침을 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발성기관은 점점 무리하게 되고 목소리가 안 좋게 바뀐다. 따라서 말을 할 때 의식적으로라도

헛기침은 피하고, 목이 불편하면 대신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이 기사는 중앙 SUNDAY 3월 9일자에 게재됐던 것입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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