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대체요법 받을까, 말까 ?

폐경기 여성, 계속되는 부작용 논란에 갈등

세계보건기구(WHOㆍWorld Health Organization)의 보고에 의하면 폐경기 여성의

4분의 3은 여성호르몬 부족현상으로 인해 얼굴이 붉어지고, 우울증이 심해지고, 어지럽고,

건망증이 심해지는 등 ‘폐경기증후군’을 앓는다고 한다.

이런 증상을 줄이는 가장 좋은 치료법으로 알려진 것이 호르몬대체요법(HRTㆍhormone

replacement therapy)이다.

HRT는 폐경기 여성에게 감소한 에스트로겐을 주사, 약, 패치, 크림제 등으로 보충해주는

요법이다. HRT를 받는 여성은 대부분 먹는 약을 하루 1알씩 처방받지만 간기능 저하,

혈전 생성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일주일에 2장씩 패치를 붙이는 요법을 쓰기도 한다.

알약에는 에스트로겐 단일제제와 에스트로겐-프로제스틴 혼합제제가 있는데 국내에서는

대부분 에스트로겐-프로제스틴 혼합제제를 쓰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02년 WHI(Women’s Health Initiative, 여성건강에 대한

주도적 연구)를 펼친 결과 HRT가 유방암 발병 위험을 25%나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HRT에 대한 논란이 커져 치료를 받던 많은 폐경여성이

HRT 사용을 중단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요즘에도 HRT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결과와 부작용 사례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의들은 HRT는 폐경증상 완화에 좋고 위험하지

않은 치료법이라고 주장한다. 계속되는 HRT에 대한 논란에 폐경기 여성들은 HRT를

받아야 할지 받지 말아야 할지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안심하기엔

부작용도 있어

실제로 HRT를 쓰면 대부분 폐경기 증상이 많이 줄어들어 다시 젊음을 되찾은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작용 사례는 유방암,

심장병, 뇌졸중 발병 등 목숨을 위협하는 것들이다.

김모(58.부산 서면구)씨는 폐경기에 접어든 이후 심한 건망증과 홍조증을 앓았다.

이를 고치기 위해 한 대학병원을 찾아가 HRT를 받았다. 2002년부터 3~4년 간 치료를

받으며 증상이 많이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2005년 유방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여서 수술까지 받았으나 지난 1월 재발해 결국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김씨의 가족은 HRT 때문에 유방암에 걸리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모(56.서울 관악구)씨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우울증이 심해져 동네의 한 병원에서

에스트로겐-프로제스틴 혼합제제를 처방받아 사용했다. 약을 먹은 지 며칠 만에 온

몸에 두드러기가 생겼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병원의 말을 믿고 2년여 간 복용을

계속했다. 2006년 6월 일시적인 온몸 마비증상이 일어나 응급실에 실려 가기에 이르렀다.

평소 건강했던 박모 씨는 그 증상이 약의 부작용인 것 같다고 판단하고 그 이후 HRT

치료를 중단했다.

박씨는 “의사가 추천해주는 말만 믿고 HRT 약을 사용했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인터넷 등을 통해 알아보니 부작용이 많았다”며 “병원에서 제대로 설명해줬다면

쓰지 않았을 텐데 괜히 써서 병만 얻었다”고 주장했다.   

HRT,

유방암 위험 4배 높인다?

HRT에 대한 과거 다양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HRT를 오래 사용하면 유방암, 심혈관질환,

뇌졸중, 치매의 발병 위험을 2~4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프레드헛친슨 암연구센터 연구팀은 지난달 16일 HRT를 받은 폐경 여성 15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3년 이상에 걸친 HRT가 유방암 발병 위험을 약 4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HRT를 1년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유방암 발병 위험이 현저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NIH는 2만 7천여 명의 폐경여성을 대상으로 5년간 HRT를 투여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한 결과 유방암 25% 증가, 심장마비 등 심혈관질환 29% 증가, 뇌졸중 41% 증가, 폐동맥이

막히는 질환인 폐색전 113% 증가 등 다양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고 2002년 발표했다.

대장암 37% 감소, 자궁암 17% 감소, 엉치뼈 골절 36% 감소 등 긍정적인 결과도 있었다.

그러나 위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면 병에 걸릴 위험이 15% 이상 증가한다는 결론이

나왔었다.

치매

치료효과? 오히려 치매 유발?  

HRT를 사용하면 치매 치료에 좋다는 연구결과와 치매 발병 위험을 두 배 높인다는

상반된 두 연구결과가 같은 해에 발표됐다.

지난 2003년 1월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윤병구 교수팀은 여성 알츠하이머 환자

55명을 대상으로 HRT를 투여한 결과 호르몬 치료제가 치매 진행을 더디게 하는 효과가

높았다고 밝혔었다.

미국 웨이크포리스트대 샐리 슈메이커 교수는 미국의학협회지에 HRT를 받은 65세

이상 여성은 다른 여성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2배 높았다는 연구보고서를 2003년

5월에 발표했다.

윤 교수는 최근 HRT의 효능에 대해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을 30%정도 줄여주고

폐경 초기에 이 요법을 시작하면 심장질환과 치매 위험도 각각 30~40% 줄여준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원래 있던 암세포가 보충된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빨리 자라게 돼

발견이 잘 됐을 수 있다”며 유방암에 걸릴 부작용이 크다는 이전의 연구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한폐경학회 김정구(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회장은 “HRT는 안면 홍조나

식은땀, 가슴 두근거림 같은 폐경증상뿐 아니라 수면장애도 완화시켜주며 피부의

노화속도를 늦춰준다”며 “한국의 유방암 발병률은 미국의 6분의 1정도인데다 그

중 3분의 2는 폐경 전에 발생하므로 매년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사를 받는다면 HRT에

의한 유방암 발병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사용기간

줄이고 65세 이상은 더 조심

HRT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폐경여성에게 전문의들은 HRT에 대한 주의사항으로

사용기간을 줄일 것, 골다공증 예방이나 미미한 폐경기 증상에는 사용하지 말 것

등을 조언한다.   

서울대병원 외과 한원식 교수는 “65세 이상인 사람은 심장병, 치매, 뇌졸중 등에

걸리기 쉬우므로 HRT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며 “폐경기 증상은 보통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줄어들기 때문에 폐경이 시작될 때 짧게 사용하는 것이 좋고 10년 이상 쓰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며 고 말했다.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산부인과 김흥열 교수는 “유방암을 앓은 적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과 자궁내막암, 급성 혈전장애, 간질환, 담낭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사용하기

전에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병원 내과 최웅환 교수는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는 HRT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부작용이 염려되거나 폐경기 증상이 크지 않다면 HRT 대신 여성호르몬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콩이나 항산화제가 많이 든 올리브,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한폐경학회는 한국은 질병의 발생빈도와 발병 연령 등이 달라 미국 연구를 그대로

적용키는 어렵다며 서울대병원 김정구, 연대세브란스병원 박기현 교수 등 16명의

산부인과 교수로 ‘HRT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해 이 문제를 집중 검토했다. 다음은

대한폐경학회가 지난 2003년 6월에 펴낸 소책자 ‘WHI의 연구 이후 HRT에 관한 견해’에서

밝힌 잠정 결론이다.

△ 대한폐경학회의 질환별 지침

1. 유방암: 한국인은 1,000명이 HRT를 5년 동안 사용하면 1명 미만이 추가 발병한다.

또 에스트로겐 단독요법 때 암 발생이 늘어난다는 증거는 없다.

2.심혈관질환: 심혈관질환만을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할 필요는 없다.

3.뇌졸중: 뇌졸중 위험도가 다소 높아지므로 신중하게 투여한다.

4.골다공증: 골감소 및 골다공증에 효과가 있다. 골절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5.정맥혈전증: 초기에 혈전증이 증가하지만, 차츰 감소한다. 정맥혈전증 위험은

대체로 낮다.

6.치매·인지기능: 국내에선 알츠하이머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인지기능 향상 증거는 불충분하다.

7.비뇨 생식기계 위축: 성교통 등에 매우 효과적이다. 재발성 요로감염증, 빈뇨와

배뇨장애, 긴장성 요실금에도 좋다.

8.대장암: 대장암을 예방하고, 환자 생존율도 증가시킬 것으로 추정한다.

 

 

 

    안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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