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의료 소홀?

국민 생명-건강권 소홀히 말아야

“새 정부의 의료정책이 도대체 무엇인지 답답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의료 분야에는 관심이 없는 것인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언론에서 의료 정책에 대한 기사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의제는 교육, 통일, 여성 등이 차지하고 있고 보건의료 분야는 소외된 듯하다.

애당초 의료 정책 변화는 MB 캠프의 관심이 아니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의 학자들도 “인수위원회의 구성과 발표를 종합하면 당선인 쪽에서

의료에 대해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필자가 대선 직전 이 후보 캠프에 공약을 문의했을 때에도, 캠프로부터 “이 질문에

대해 추후 연구해 좋은 정책을 내 놓겠다”는 답변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인수위의 구성을 봐도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사회교육문화분과위에서 보건의료

쪽 전문가는 최희주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관이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유일하다.

서울시에서 의료관광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김병일 서울시 경쟁력강화추진본부장이

인수위에 합류했지만 법무, 행정 분야 전문위원을 맡았다.

인수위에서 흘러나오는 정책 방침에서도 보건, 의료 쪽 이야기를 듣기가 어렵다.

한때 차기 정부가 의료 분야에 자본주의적 요소를 과감히 도입하고 건강보험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것 역시 ‘일부의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인수위가 보건복지부의 보고를 받은 뒤 의료시스템

개편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캠프 및 한나라당의 공약과 인수위의 활동을 조심스럽게

종합하면 실루엣 정도는 그릴 수 있을 듯하다.

우선 이 당선인 측이 현재 시점에서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한 듯하다. 당선인 캠프에서부터 공공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인사와 시장

경제적 요소를 강조하는 인사가 적절히 섞여 있다.

또 평소 보건복지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인사들이 법무행정위나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등 다른 분과에 소속된 점을 보면 ‘통합적 접근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다루겠구나’하는

짐작 정도가 가능하다. 게다가 복지부에서 파견나간 최희주, 전병왕 등의 공무원은

참여정부 때부터 합리적인 인재로 평가받아와 현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용적으로는 ‘의료의 보장성 강화’와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모순의 해소’의

두 가지가 정책의 축이 될 것이다.  의료 보장성 강화는 참여정부의 정책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공론인 듯하다.

필자가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도입’이 아니라 ‘모순의 해소’라고 한 것은

당선인의 공약과 주변 인사의 언사를 종합하면 의료의 공공적 영역을 유지하되, 다른

분야의 정책과 모순이 되지 않도록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축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사안들을 보면, 우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단시간에 폐지될 수 없는 듯하다. 의료산업 활성화는 적극적인 추진보다는 규제 철폐

쪽에 초점을 맞출 듯하다. 이 당선인의 공약에는 의료법 개정안에 포함된 병원 간

인수합병 허용을 넘어 공동개원을 장려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약가 인하는 계속 추진될 것이며, 건강보험에 등재될 때 예상 판매량을 설정하고

실제 판매량이 초과하면 가격을 낮추는 ‘가격-판매 수량 연동제’ 등 자유시장주의적

요소를 도입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민간의료보험 역시 전면적 도입보다는, 의료법 개정안에 포함된 민간보험사와

개별의료기관간 비급여진료 가격계약 허용을 비롯한 일부 분야의 제한적 도입이 더

현실성이 있다.

의료기관 영리법인 허용은 포지티브 방식의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하는 선에서 도입

여부를 검토할 듯하다. 사실 의료법 개정안에 포함된 병원 부대사업 및 수익사업

허용은 영리법인적 요소를 허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이 있다. 외국 의료기관

유치나 외국 환자 유치는 이제 법적 문제를 벗어나므로 ‘What’이 아니라 ‘How’의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서 다른 후보와 크게 차별이 된 것이 U-헬스의 적극 장려다.

필자는 이 부분에 차기정부의 의료정책을 짐작할 실마리가 있다고 본다.

당선인은 공약으로 U-Heath 장려책으로 지방과 수도권 병원 연계, 노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돌봄이 요청을 받는 ‘돌봄이 119’ 유비케어 시스템 구축 문제 등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런데 U-Health가 만드는 세상은 이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원격의료, 전자의무기록부(EHR)

등의 도입과 의료-정보통신 융합사업의 다각화는 현재의 보건의료인들이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많은 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U-Health 세상은 의료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일부 이해 당사자들이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폐쇄적인 영역에서 전 국민, 세계인이 참여하는 개방과 협력의 영역으로

바뀌는 것이다. 의료인과 의료수요자의 대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해지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밖에 없다.

필자가 만나는 정보통신 분야 인사들은 U-Health를 떼어놓은 의료시스템의 개편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미 세상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함께 발전하는 시기로

진입했으며, 온라인의 발전과 상충하는 제도는 생명력이 없다는 것이다. U-Health는

문화정통 콘텐츠, 국가경쟁력 강화, 미디어 개편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이런

것에 대한 선결 없이 의료 시스템의 개편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필자는 만약 당선인 측에서 U-Health를 포함한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의료시스템

개편을 고려하고 있다면 조금 늦더라도 이를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빌 게이츠가

간파한대로 정보통신의 본질이 속도이기 때문에, 이 또한 무한정 지체돼서는 곤란할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등장하는 이명박 정부의 의료시스템이 의료인과 의료수요자를 모두

만족시키기를 기대한다. 서두르지 말되,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국민의 생명 및

건강권을 소홀히 않기를 빈다.  

 

    이성주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