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으며 빛을 준 챔프”

최요삼 선수 어젯밤 장기적출 수술

최요삼

선수(35)가 ‘지옥의 링’을 영원히 떠났다. 생명이 꺼져가고 있던 환자 6명에게

빛을 주고 더 이상 맞지 않아도 되는 세상으로 갔다. 그는 선친의 제일(祭日)인 3일

오전 0시 장기이식 순서를 애타게 기다리던 만성질환자에게 간, 심장, 신장(콩팥

2개), 각막(2개) 등 6개 장기를 떼어주고 이승을 떠났다. 장기 이식은 최 선수의

평소 바람에 따라 이뤄졌다.

울산대 서울아산병원은 2일 낮 12시 45분 최 선수의 뇌사(腦死)를 판정하고 이날

밤부터 간, 심장, 신장(콩팥 2개), 각막(2개) 등 장기 및 조직을 떼어내는 수술을

실시했다. 당초에는 최 선수의 췌장과 폐 2개도 함께 떼어낼 계획이었지만 최종 검사

결과 6개만 떼어냈다.

이날 적출 수술은 최 선수의 어머니가 “내가 죽으면 제삿밥이라도 굶지 않게

해야 한다”며 아버지의 제일에 맞춰 요청함에 따라 이뤄졌다.

뇌사, 법률 만족하고 장기기증 전제돼야

뇌사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법률로 정해진 조사항목을 100% 모두 만족하고

장기기증이 전제돼야만 판정받을 수 있다.

뇌사판정을 위한 조사항목은 △외부자극에 전혀 반응이 없는 깊은 혼수상태인가

△스스로 호흡할 수 없는 상태인가 △두 눈의 눈동자가 확대, 고정됐는가 △신경검사

결과 뇌의 일부인 뇌간의 기능이 완전히 사라졌는가 △스스로 움직이거나 팔·다리가

뻣뻣하게 굳는 증상이 나타나는가 △호흡기를 떼어내면 호흡이 되살아나지 않는가

△뇌파검사기의 모니터에 나타나는 뇌파가 파도처럼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고 일직선을

그리는 평탄뇌파가 30분 이상 지속되는가 △기타 보조 검사와 그 검사에 대한 검사소견

등이다.

정맥 찢어져 뇌출혈 발생

최 선수의 뇌출혈은 머리에 물리적인 충격이 가해져 뇌출혈이 생긴 ‘경막하출혈’로

한 번의 충격으로 생길 수도 있지만 대부분 충격이 여러 번 되풀이되면서 발생한다.

‘경막하출혈’은 뇌를 둘러싼 경막과 머리뼈가 엇갈리며 정맥이 찢어지면서 생기는

뇌출혈이다.

경막하출혈은 피가 적게 나면 서서히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최 선수처럼 갑자기

의식을 잃어 눈동자가 풀리고 혀가 말린 채 기도를 막기도 한다. 이때에는 응급처치가

생명과 직결된다.

최 선수와 같은 뇌출혈이 발생하면 편안한 상태로 바르게 눕혀 환자의 호흡과

맥박을 확인한 다음 목을 고정시킨 상태로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후송하는

중에도 환자의 심장이 정지되는 지 확인해가며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특히 최 선수처럼 혀가 뒤로 말려 들어가면 기도의 안쪽 공간을 좁게 만들어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 있어, 혀 안쪽에 튜브를 넣어 주거나 손으로 혀를 당겨줘 뇌압이

증가하는 위급한 상황을 막아야 한다.

병원에 얼마나 빨리 도착하는지는 생존율 및 신체장애와 직결된다. 그러나 최

선수는 뇌출혈로 쓰러지고 주차장과 도로에서 헤매다 40분 만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주먹질 한 번으로 뇌출혈 일어나기도

권투는 주먹 한 방으로 뇌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는 운동이다.

특히 귀 위쪽의 측두뼈는 머리뼈 중에서도 가장 얇고 잘 깨지는 뼈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충격이 지속적으로 가해져 깨지면 동맥이 찢어지면서 뇌경막에 뇌출혈을

일으킨다.

또 눈과 뇌의 경계가 되는 눈 주변의 뼈인 안와뼈는 주먹질 등 충격으로 깨지면

바로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의 주먹질로 머리뼈와 얼굴뼈가 깨지는 일은 드물지만 권투처럼 장시간

머리 부위에 충격을 받으면 뇌출혈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권투 경기 중 상대의 주먹에 잠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뇌진탕은 뇌의 순간적인

기능 손상 때문에 생긴다.

뇌는 외부로부터 강한 충격을 받으면 골절이나 출혈처럼 구조적으로 망가지지

않아도 순간적인 기능 손상이 일어나 사람의 의식을 잃게 한다.

의식이 돌아왔다고 뇌진탕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만성 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각하면 뇌출혈로 발전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의식이 돌아온 후 구토증상이

반복되고 말이 어눌해지면 병원을 찾아 뇌 조직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박석규 교수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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